고등학교 친구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친구가 있다. 그는 나에게 연락을 할 때 항상 오래된 구식(舊式)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그는 내가 보낸 문자를 받으면 확인은 잘하지만, 나에게 회신할 경우에는 문자가 아니라 전화로만 건다.
5년 전이었다. 그한테서 전화가 왔다. 간호조무사 보수교육 신청을 해야 하는데 협회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남자이지만 특이하게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협회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인 도서관에 갔다. 그는 나를 디지털자료실로 인도했다. PC 좌석에 앉더니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에게 PC를 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어떻게 켜냐고 반문했다.
답답했지만 도움을 줘야 했기에 PC를 켜고 협회 홈페이지에서 로그인하려고 했다.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그가 PC도 켤 줄 모르는데 협회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했을 리가 없었다. 그에게 말해서 간신히 회원가입을 했다. 그런데 난관에 부딪혔다. 신청을 완료하려면 요금을 결제해야 하는데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인인증서가 뭐냐고 물었다. 가까운 은행에 가면 담당자가 잘 알려줄 것이고, 그곳에서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후 요금을 결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자기는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내가 대신 가서 받아올 수 없겠냐고 말했다. 좀 어이가 없었다. 본인 신분증, 통장 없이는 은행에 방문해 공인인증서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포기했다.
그는 컴맹이었다. 디지털 문맹인 것이다. 그가 컴맹이 된 것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후 일신 상의 사유로 사업이나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으므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생활이 디지털화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얼마든지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일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회의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림이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디지털 문맹인들을 돌아보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