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단체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와 겔혼 하면서부터다. 아내는 국악공연과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결혼하기 전부터 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근로자로 회사를 다니기만 했지 사업주로서 회사나 단체를 운영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혼자서 예술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결혼 전에는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생겨 공연 포스터를 보더라도 그 포스터에 인쇄된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결혼 후 아내를 돕기 위해 예술단체 업무를 하다 보니 공연 포스터에 인쇄된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는 일이 잦아졌다.
회사들의 규모가 다양한 것처럼 예술단체들의 규모도 각양각색이다. 예술단체는 국공립 예술단체, 기업출언 문화재단, 전문예술법인 단체, 소규모 민간예술단체로 나눌 수 있다. 아내가 운영하는 단체는 매우 규모가 작지만 아내는 자신이 운영하는 단제에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국립예술단체처럼 규모가 큰 단체의 경우 공연을 위한 자금 마련이 어렵지 않겠지만 아내처럼 혼자서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자금이 많이 부족하여 상당 부분 정부 지원사업에 의존하여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 관련 정부지원사업은 연초에 자주 공지된다. 아내는 새해가 되면 정부기관에서 지원해 주는 공연사업이나 교육사업에 새로이 공지된 것이 있는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서울문화재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의 사이트에 방문하여 공모내용을 찾아보고 관련 지원사업이 있는지 살펴본다.
아내가 바쁠 때는 내가 대신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아내는 대표로서 나는 실무자로서 일을 분담한다. 어떨 때는 예술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하지만 부득불 아내 대신 내가 프레젠테이션 심사 때 발표를 하기도 한다. 예술단체 실무자라는 직함으로 예술기획이나 예술교육과목을 온오프라인으로 수강하여 듣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여러 번 교육을 받고 예술업계 종사자들과 대면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예술가는 예술가로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지 누군가의 종속물처럼 대우받으면 안돼요"
아내는 평소에 공연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예술가들이 서로 동등한 위치로서 공연에 참예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연자들 간에 갑을 관계라던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에술과 무관한 일만 해서 그런지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아내를 돕는 일이 쉽지 않으며 귀찮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예술단체 운영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