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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IBM 키보드와의 조우

현장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IBM Model-M Keyboard

필자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흔히 말하는 전산 쟁이이다. 대학은 IT와 큰 연관이 없는 경제학과를 나왔다.

2021년 현재, 자동차 회사에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도 하지만, 다른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옛날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유지보수하는 것도 포함된다. Legacy라고 부르는 오래된 시스템들이다. Legacy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2019년 12월의 어느 날, 동료로부터 전화가 한통 왔다. "형, 오래된 키보드 있는데, 관심 있으면 챙길래요?" 오래전에 풍문으로 들었던, 그 사건이 나에게도 생긴 것이다. - 공장 정리를 하다 보면, 오래된 PC Rack속에는 보물과 같은 IBM 키보드가 나올 때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고, 공장의 정리는 2008년을 전후로 해서 거의 다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나에게 올 키보드는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직원들에게 혹시라도 발견한다면 좋겠다는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했었고, 그 이야기를 기억해준 동료가 나에게 연락을 해준 것이다. 만세!


발견 당시의 모습은, 먼지를 한참 뒤집어쓰고 또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요즘은 보기 힘든 CRT 모니터가 있었고, IBM의 산업용 PC도 있었다. 그것도 무려 세 세트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2019년 12월에 발견된 과거의 유물들


먼지가 덕지덕지 앉아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키보드의 생명력은 정말 끝내주는 것이었다. 필자가 13년째 쓰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가 무색할 정도의 시간이 흘렸지만, 이 IBM Model-M 키보드는 여전한 상태를 뽐내고 있었다. 긴 세월을 증명하듯이 먼지만 쌓였을 뿐, 기계적인 성능은 문제가 없었다.

먼지와 함께 있는 90년대의 IBM 로고

IBM Model-M Keyboard는 엄밀히 말해서 기계식으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Buckling 방식이라고 하는 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한다. 그래서, 키압이 꽤나 높은 편이다. 키 캡은 이중이기 때문에, 겉에 부분만 벗겨내서 씻어주면 새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아래 동영상은 다 씻어낸 후에 타자 치는 모습을 찍어본 것이다. 전산 쟁이가 타자가 왜 이리 늦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내 타자가 느린 편이고, 타자의 속도와 업무 능력이 비례하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 평균적으로 200~300타 정도 되고, 한글과 영어 둘 다 비슷한 속도로 타자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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