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이후의 연애에 대하여
20대 후반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주위에서 몇 년씩 연애해오던 수많은 커플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비슷한 시기에 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내 주위에는 남자 쪽에서 먼저 헤어짐을 고한 커플들이 많았는데, 우는 친구들을 달래며 이유를 물어보면 모두 하는 이야기는 '결혼'과 관련한 것이었다.
헤어짐을 고한 상대방에게는 '결혼의 필요성을 모르겠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결혼 준비가 안 되었다' 등 다양한 사연과 이유가 있었다. 이런 경우 헤어짐을 통보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전)애인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약 없는 희망을 가진다. 그러나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될 확률은 매우 낮다.
20대 후반 이후의 연애는 20대 초반의 어리숙하고 불타는 연애와는 많이 다르다. (확실한 비혼 주의자가 아니라는 조건 아래) 나도 모르게 결혼 상대로서 상대방을 평가하고 관찰하게 되며 연애의 시작에 있어 더욱 신중해진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결혼상대로 생각하고 결혼에 동의한다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한쪽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나는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만약 상대방은 결혼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면? 내 경험상, 정말 상대방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정답은 하나다. 그냥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그 사람은 당신과 인연이 아닌 것이다. 연애는 두 사람 모두가 원해야 이루어지는 것이지, 한쪽만 이어가길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이런 글을 쓰다 보면 가끔씩 '네가 뭔데 다 아는 듯이 말하냐'라는 공격을 받는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이런 일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대략 2~3년 전, 나는 한 남자와 짧은 기간 연애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사람을 더 좋아했고 가끔은 그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나를 만날 때마다 본인은 비혼 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다가 무려 크리스마스에 잠수 이별을 당했고, 몇 년 후 우연히 본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에는 결혼식 사진이 있었다. 그렇다. 그 사람은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였다! 지금이야 그 사람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위에서 말한 것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만난 지 며칠 만에 자신의 부모님께 나를 소개해줬고 함께 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곤 했다. 속도가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적극적이었다. 정말 극소수의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 남자든 여자든 상대방과 결혼을 꿈꾼다면 그 사람을 잡으려고 어떻게든 애를 쓰게 된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어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말자.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정말 당신만큼 좋은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게 된다. 또는 상대방이 나와 같은 마음을 갖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이 그러한 것이다.
뭐든 경험이 몇 번 쌓이다 보면 갈수록 쉬워진다는데, 이놈의 연애는 왜 그러지 못한 건지. 어른의 연애란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