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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기의숨 Jul 26. 2023

[노비츠키] vs [저금통]

빈됐성 vs 이거산

2012년 6월 22일, 엠넷에서 쇼미더머니가 첫 방영을 했다.

사람들은 쇼미더머니가 한국힙합에 정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한다. 아직까지도 쇼미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쇼미가 한국힙합발전에 영향을 줬다는 것에 반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덕분에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뉴에라와 내려 입은 바지는 반항의 상징이었지만 어느 순간 자수성가의 상징이 되었다. (2023년 지금은 또 말썽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 유행이 변하고 음악 스타일도 다양해졌지만 언제부턴가 한국힙합도 풍요 속에 빈곤이 찾아왔다고 느껴졌다. 래퍼들은 너무 많고 발매되는 앨범들 또한 너무 많지만, 좋은 앨범을 내는 래퍼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각자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던 두 명의 아티스트가 거의 동시에 앨범을 발매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힙합커뮤니티의 글 리젠 속도도 매우 빨랐고, 각 앨범의 관한 감상평들과 더불어

"그래서 국힙 1등이 누구냐?"의 주제로 두 아티스트의 팬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노비츠키(왼쪽) 저금통(오른쪽)


"빈됐성"

빈지노 됐고 성빈아


"이거산"

이센스라는 거대한 산


나 역시도 이 둘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들었다.


[노비츠키]는 지금까지 대략 스무 번 이상을 돌려 들었지만,

[저금통]은 딱 두 번 들었다. 이 두 번 마저도 스와이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힙합커뮤니티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저금통]에 대한 반응이 더 뜨겁다고 느껴졌다.

[노비츠키]에 관한 리뷰 중에 "성수동 노출 콘크리트 카페 같은 음악"이라는 리뷰가 굉장히 기억에 남았는데, 이전의 빈지노와 다르게 가사의 깊이도 얕으며 패션랩 같다는 리뷰였는데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난 그렇기 때문에 더 좋았다고 느꼈다.


나는 [노비츠키]와 [저금통]을 어떤 게 더 좋은 앨범인가를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 두 앨범을 이렇게 다르게 들었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내가 느끼기에 [노비츠키]는 옛날의 빈지노와 미래의 빈지노가 공존하는 느낌의 앨범이었고,

[저금통]은 옛날의 이센스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옛날의 이센스가 존재하는 앨범이었다.


시간이 흘러 10대 때부터 좋아했던 래퍼들도, 나도 모두 나이를 먹으며 여러 경험을 토대로 더 성숙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 역시 수없이 변화를 했을 것이다.

누구는 새로운 경험들을 옛 추억 속에 섞어 이상한 걸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자신의 뿌리 깊은 기둥을 오랫동안 지키기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센스의 앨범은 이센스라는 완성형 래퍼의 모습을 지켜주는 듯한 앨범이었고

빈지노의 앨범은 빈지노라는 완성형 래퍼를 한번 놓아준 후 새로운 완성형을 쫒는듯한 앨범이었다.


hiphople interview thumbnail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노비츠키]가 오히려 더 young 한 앨범이며 fresh 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팬으로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오랫동안 완성형이길 바란다. 앨범도, 사람도

하지만 둘 다 너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완성형이 된 뮤지션들인데 그들에게 우리가 알던 그 시절의 완성형을

아직도 기대한다는 게 이기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꼭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래도 이 둘의 새로운 음악들을 더 오랫동안 듣고 싶다.


IK Fre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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