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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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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away Aug 10. 2020

셜록曰
범인은 이 안에 있어!아무도 나갈 수 없어!

4가지의 단서로 추리해보는 <십시일반>의 범인


샤이니가 부릅니다셜록(Clue+Note)


지금부터 all stop 어느 누구라 해도 이 현장을 벗어나선 안 돼. 명백한 이 사건 속에. 긴장하지 마.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람이 죽었고, 그 공간에 있던 사람은 피해자의 가족, 지인뿐이다. 자,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셜록이 되어 주어진 4가지 단서를 이용해 범인에게 다가가 보았다.     



 첫 번째 단서(Clue)!  영화 <나이브스 아웃> & <머더 미스터리         


출처: 출발! 비디오 여행 1321회 (왼), 1338회 (오)


잠깐, 범인을 추리하기 전, 떠오르는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이 있다. 드라마 <십시일반>의 사건 발단처럼 영화 <나이브스 아웃>과 <머더 미스터리>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지닌 가족 중 한 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그 죽음의 공간에 함께였던 가족과 지인은 각자의 알리바이를 설명하거나 증명하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렇다면 두 영화에서 좀 더 그럴듯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범인 수색이 쉬웠다면 드라마가 제작되지는 않았겠지. 역시나 사건의 큰 틀을 벗어나는 순간, 밝혀지는 자잘한 설정들은 쉽사리 범인을 수색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되었다.     


우선 언제나 범인은 범행의 동기를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피해자가 거대한 유산 상속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범행의 동기를 유추해볼 수 있다. 역시 두 영화에서도 극 초반에는 가장 유력한 범인을 유산 상속자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서는 피해자의 간병인. 영화 <머더 미스터리>에서는 피해자의 애인.      


하지만 드라마 <십시일반>에서는 피해자의 유일한 직계 가족인 딸 빛나(김혜준)를 유력한 용의자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빛나를 화자로 두면서 빛나의 시선으로 나머지 모두를 의심하게 만든다. 게다가 앞선 두 영화가 유언장에 오직 한 사람만을 언급한 것과 달리, 드라마 <십시일반>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유산의 10%씩 증여한다는 유언장을 공개하면서 모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두 번째 단서! 각 캐릭터와 유화백의 관계


사실, 가만히만 있으면 유언장에 따라 모두가 행복하게 10%(50억)씩 손에 쥘 수 있었다. 더구나 유인호(남문철) 화백이 죽음을 앞둔 시한부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굳이 살인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유언장의 내용을 몰랐거나, 돈이 목적이 아닌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일어난 살해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각 캐릭터의 숨겨진 서사를 중요한 힌트로 활용해보자.     

       

 1. 유화백의 20년 전 내연녀 & 빛나의 엄마, 김지혜(오나라)

출처: <십시일반> 2화

허영심 많은 그녀는 유화백과 자신 사이의 딸 빛나를 앞세워 20년 동안 많은 돈을 얻어왔다. 그녀의 끝없는 욕심이 살해 동기일까. 유화백의 유일한 직계 가족이 빛나라는 점을 이용하여 하루빨리 그의 모든 재산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2. 유화백의 前처 現동거인, 지설영(김정영)         

출처: <십시일반> 2화

20년 전 유화백의 불륜으로 이혼했지만, 3년 뒤 다시 연인 관계를 유지하다, 현재는 위암에 걸린 그를 위해 동거를 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와는 다르게 유화백과의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곁에 남은 이유마저 불분명해진다. 어딘가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녀다. 돈에 있어서는 아쉬울 것 없는 그녀지만 단순히 그에 대한 앙심으로 살인을 결행했을 수도.     

 

 

 3. 유화백의 이부동생, 독고철(한수현)

출처: <십시일반> 2화

사기 4범, 간통 1범의 가장 화려한 전적을 가졌으며 그만큼 유화백에게 가장 많은 구박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화백의 곁을 맴돌았던 이유는 누구보다 그의 돈이 좋고, 그의 돈이 필요하며, 그의 돈만 원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살인을 서슴지 않을 단 한 명의 사람임은 분명하다.     



4. 유화백의 유일한 딸, 유빛나 

출처: <십시일반> 2화

아버지 유화백과는 애증의 관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가장 무관심하게 아버지의 돈을 대했고, 돌아가신 후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죽음의 진실에 나선다. 대표적인 선의 캐릭터. 하지만 그녀에게도 동기는 충분하다. 그녀의 엄마를 미혼모로 만들었고,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살가웠던 적이 없다. 때 마침 보기 좋게 사라진 유언장으로 재산분배는 무효화되고 민법에 따라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가질 수 있는 한 사람은 바로 그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이런 걸까?     



5. 나머지 4인 

사건 당일 그 집에 있던 나머지 4인 역시 동기는 충분했다. 유화백의 절친이자 매니저였지만 화가라는 같은 꿈을 꿨던 문정욱(이윤희)에게는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생이었을 수 있다. 음식을 타박하는 것도 모자라 별 것 아닌 이유로 툭하면 시말서를 써오라는 명령을 받아야 했던 가정부 박 여사(남미정). 큰아버지인 유화백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의 죽음엔 더 관심 없지만 빛나와는 앙숙인 조카딸 독고선(김시은). 같은 조카지만 큰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달라 더욱 빛나를 견제했던 친조카 유해준(최규진). 그 누구도 용의자에서 확실하게 제외될 수 없는 치명적 서사를 지니고 있다.

          


✓✓✓세 번째 단서! 제목? 십시일반(十匙一飯)


여럿이 힘을 합치면 작은 힘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의 십시일반. 왜 제목은 ‘십시일반’일까? 혹시 각자의 작은 욕망들이 모여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낸 비극적 결말을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보통의 추리극이라면 한 사람을 범인으로 두기 마련이지만, 제목의 뜻을 새겨본다면 꼭 범인이 한 사람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유화백을 둘러싼 각자의 검은 욕망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부정적인 ‘십시일반’의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0이라는 숫자에도 주목해 보았다. 각 등장인물의 욕망 8개 + 훌륭한 업적만큼 주변 사람에게 많은 과오를 쌓으며 자신에게만 주목했던 유화백의 욕망 1개 +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하는 우연 1개가 모인 총 10개가 1개의 커다란 비극적 사건을 만든 것은 아닐까.     



✓✓✓✓네 번째 단서! <십시일반인트로 화면  


출처: <십시일반> 인트로

시청자 연령제한을 알리는 드라마 시작화면에서는 등장인물 8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마치 사건의 용의자를 모아놓은 듯하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피해자 유화백, 이내 독고선과 독고철이 사라지고, 뒤이어 사라지는 문정욱과 유해준, 마지막에 사라지는 지설영과 김지혜, 홀로 남아 한 곳을 바라보는 유빛나. 이 화면에 애초에 등장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유일한 인물은 박 여사뿐. 무표정의 빛나가 화면을 너머 바라보고 있는 건 박 여사?       


   

※ 주목 (Note)  ()진 태도로 임하자.


유화백이 남몰래 완치 판정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2화 마지막에 알려지면서 이야기는 인간의 탐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벌써 4화에 접어든 이야기는 매 회마다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며 유력 용의자를 향한 시선을 교란시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찰진 태도로 사건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의 드라마가 나왔다. 캐릭터를 관‘찰’해서, 반영된 이야기로 성‘찰’하며, 결과적으로 세상을 통‘찰’할 찰의 드라마. 범인 색출을 위해 캐릭터를 관찰하고, 그 이야기에 투영된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면서 결과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가득 담은 세상을 통찰할 수 있다. 끝내 범인을 알게 되고 이 드라마를 다시 마주한다면 우리는 찰진 시간을 완성했을 터. 우리 모두 찰지게 찾아보자.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아무도 나갈 수 없어. 십시일반을 보고 있는 너와 나 어떤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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