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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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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away Oct 14. 2020

MBC 다큐로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청춘다큐 다시 스물 <커피프린스>편으로 얻은 것

나의 9월 플렉스로 만난 청춘. 이번 플렉스로 얻어낸 건 나의 ‘2007년 여름’이라는 설렘이었다. 자연스럽게 커피프린스를 봤던 그 여름이 생각났고, 그때의 내가 보였다.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홍대 여행도 떠나봤던 추억과 현재의 청춘보다 더 앳된 사춘기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다큐로 플렉스를 했을 뿐인데, 2007년의 내 모든 것이 함께 왔다.    

  

그리고 정말, 잠시나마 10대의 나로 돌아갔다. 2007년엔 참 많은 것이 설렜다. 중학교를 들어가서 처음 교복도 입었고, 부모님과 함께하지 않아도 동네 밖을 벗어나 돌아다닐 수 있었고, 나의 환경 바운더리가 훨씬 넓어진 듯한 체험들이 함께였다. 모든 게 새로워서 설렜다.     


2007년의 은찬이와 한결이를 바라보는 2020년의 유주와 한성


다큐를 보는 내내 그들도 한껏 설레 보였다. 한결이와 은찬이의 풋풋한 모습은 나조차도 다시금 설레게 만들었다. 현재의 모습과 커피프린스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배우들은 마치 짠 듯이 ‘젊다...’, ‘아기 같아...’, ‘어리다...’를 연발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어린 그때의 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 그들은 그때의 젊음을 부러워하고 있을까.      


공유는 그 당시 배우로서 사춘기를 겪으며 아픔을 격파해야만 했던 시기였고, 윤은혜는 연기에 걸음마를 떼고 달려야 했던 시기였으며, 채정안은 개인적 아픔을 뒤로하고 용기 내어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지금으로선 무모하고, 당찬 행동의 향연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젊음은 그렇게 커피프린스를 완성했다. 그랬던 젊음이 지금에서야 부러울 수는 있어도 마냥 더 편했을 리는 없었다.      


나도 그랬다. 2007년의 나를 부러워할지언정 그 젊음이 지금보다 편하다고 말할 순 없다. 매일 나가던 학교와 방과 후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학원은 정말 그 당시에만 버텨낼 수 있었던 살인적 스케줄이었다. 그 시절이 그립지만 여전히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바쁜 시간들을 쪼개고 쪼개어 친구들과 홍대도 가보고 동네도 벗어나며 pre-어른의 삶을 흉내 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어른이 되면 카페 알바를 하겠다며 친구들과 괜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고,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카페를 견학 가듯 우르르 몰려가 한유주가 마실법한 잘 먹지도 못하는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보기도 했다. 은찬이가 하던 머리가 탐이 나 짧게 머리를 자를까 고민하다가도 청순한 한유주를 보며 웨이브 파마를 담임 선생님 몰래 해볼까 친구들과 학교에 큰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 했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 것들을 그때는 그렇게나 신이 나게 했다. 2007년의 힘들었던 나보다 즐거웠던 2007년의 내가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나는 그럼 2007년의 내가 지금보다 좋다 여기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돌이켜 봤을 때 결국엔 2007년의 ‘나’, 2020년의 ‘나’ 모두 좋았다. ‘좋음’이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좋았다. 다큐를 통해 다시 만난 커피프린스가 그랬다. 2007년에 보는 커피프린스도 좋지만 2020년에 보는 커피프린스도 좋았다. 그때는 그저 싱그러운 커피프린스가 좋았다면 지금은 그 싱그러움 뒤의 함께 있던 아픔이 보여 좋았다.     


2007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한결의 행동을 2020년에야 이해한다는 공유의 인터뷰


신기하게도 다큐의 그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보다. 공유는 당시 이해되지 않던 한결이의 감정을 지금은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음이 그득한 그 시절도 좋지만 한결이와 은찬이를 한 뼘 더 이해할 수 있는 지금도 좋아 보였다. 2007년의 한결이보다 주름은 늘고 눈이 내려갔지만(공유 피셜) 그 내려앉은 눈은 아무래도 더 깊은 세상을 보는 넉넉한 여유를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한결같이 하고 란하게 존재하는 <커피프린스 1호점>를 통해 예쁘게 마주할 수 있는 2007년의 ‘내’가 있다는 것.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마주할 때마다 2007년을 좋게 추억할 수 있다는 것. 2020년을 지나 2030년, 2040년의 내가 언제든 <커피프린스 1호점> 플렉스로 설렘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번 플렉스의 결과였다. 나를 포함한 이번 다큐플렉스의 시청자들에게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2007년의 여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 멋진 플렉스는 없었다.



▼ p.s. MBC가 이뤄낼 다음 플렉스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청자에게 플렉스를 내어주며 숱한 화젯거리와 추억을 선사한 <커피프린스 1호점>에게 대상이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웠다. 2007년 당시 고은찬 역의 윤은혜는 최우수상을, 최한결 역의 공유는 우수상을 받았다. 드라마의 제왕으로 정평이 나있던 MBC는 같은 해 <태왕사신기>, <하얀거탑>, <이산>, <고맙습니다> 등을 히트 치면서 <커피프린스 1호점>에게 모든 상을 내어줄 수 없게 되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MBC에게는 다음 플렉스를 실행할 좋은 아이템이 넘쳐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1996 남자셋 여자셋 / 2006 거침없이 하이킥 / 2005 내 이름은 김삼순 (좌측부터 시계방향)


<커피프린스 1호점>이 2007년의 청춘과 설렘을 선물했듯 다음 청춘과 설렘을 선사할 시기가 궁금해졌다. 1996년의 <남자 셋 여자 셋>? 2005년의 <내 이름은 김삼순>? 2006년의 <거침없이 하이킥>? 우리를 다시금 그 시절의 현장으로 데려다 줄 다음의 플렉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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