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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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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away Nov 18. 2020

장르물 전성시대 속 mbc의 장르물 고집은 바람직한가?

드덕 생활 1n년차로서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장르물을 나름 정의해본다면, ‘인물’보다는 특정 장르(수사, 법정, 추리, 스릴러, SF)의 ‘이야기’가 돋보이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보니 일상적인 소재를 벗어나 수사, 법정 등과 특수 전문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본격적으로 장르의 특성이 두르러 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제작과정에도 보다 많은 에너지와 디테일이 필요하고 보는 시청자 또한 많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장르물이다.     


2018년, mbc는 장르물을 대거 증가시켰다. 심지어 2020년에 들어서는 장르물이 mbc 드라마의 8할을 차지할 정도였다. 장르 구분이 무색하게 ‘로맨스의, 로맨스에 의한, 로맨스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펼쳤던 한국 드라마들 사이에서 강력한 한방을 내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로맨스 드라마의 제왕으로 정평이 나있던 mbc에게는 낯선 장르였던 것인지 몇 년째 장르물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장르물은 이미 과잉 공급인 상황이었다. tvN <시그널>과 <비밀의 숲>의 잇단 성공 이후 형사나 검사, 혹은 변호사 한 명 나오지 않는 드라마를 찾기 힘들 만큼 장르물이 범람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맨스가 주를 이뤄 소수 마니아층을 위한 장르로 여겨져 지상파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한 장르물 전성시대 속 MBC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칠전팔기를 거듭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mbc는 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장르물에 힘을 쏟고 있는 걸까?    


과거 mbc 대표 장르물 드라마

사실 갑자기는 아니다. mbc는 장르물 전성시대 이전부터 장르물을 간간히 선보이고 있었다. 1994년 납량특집 드라마 M과 2009년 혼을 비롯해 2007년 히트가 mbc의 대표 장르물이다. 이 장르물에는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로맨스. 드라마의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을지언정 결국 모든 마무리는 사랑을 거쳐가곤 했다. K-드라마다운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의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는 ‘대중성’을 최고의 가치로 뒀었다. 시청률 30%가 성공의 기준이었던 만큼 1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소재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는 다양한 계층이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뒤집어보면 보편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장 보편적이고 위화감 없는 ‘사랑’은 자칫 거리감이 생기기 쉬운 장르물에 덧대기 좋은 더없이 탁월한 소재였다.        


2020 방영한 mbc 장르물 드라마들

하지만 더 이상 로맨스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시청자의 눈은 높아지고, 웬만한 서사는 익숙해지면서 로맨스는 클리셰로 와 닿았다. 더 다양한 것이 필요했다. 그간 안방에서는 보기 힘들던 SF, 스릴러, 추리물이 제대로 드라마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르물에서 로맨스를 쫙 뺐다. 올해 방영한 장르물의 대부분은 로맨스를 굳이 굳이 넣지 않고도 시청자 눈에 드는 장르물을 만들어냈다. 


더 사이즈가 크고 본격적인 장르물이 팔리는(?) 세상이 왔다. 이제는 매체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특정 ‘타깃’을 노린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마니아’를 타깃 화하여 두루뭉술한 대중보다는 소수의 취향을 저격하고, 확실한 소비층을 얻는 것이다. 즉, 덕후의 대중화 전략이다. 꾸준한 시청률은 덤이었다. 역시, 올해 방영한 mbc의 장르물 모두 평균 4%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큰 시청자 유실 없이 마지막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물론 시청률은 꾸준할지라도 높은 시청률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작품이 제작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했다. 특히, <sf8>과 같이 이 전에는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며 시청자들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보이는 태도를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아마 mbc의 드라마 성장통은 이러한 다양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과도기적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과도기를 극복한다면 한국에 국한된 수요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mbc 드라마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은 드라마가 판을 치는 세상에 경쟁력 있는 드라마가 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차고 넘치는 공급을 위한 수요가 확보돼야 한다. 넓은 수요층이 포진한 세상을 무대로 한다면,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이 시기에 맞서는 ‘mbc의 고집’은 어쩌면 더 먼 미래를 위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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