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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 Knowledge Oct 26. 2022

'한국 정치'가 사고 쳤다

스포츠처럼 굴러가는 한국 정치는 지선, 총선, 대선 승리를 들어올릴 트로피처럼 여긴다. 그 승리를 위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잘 짚고 상대방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면 뭐 건강하게 굴러갈 수도 있겠지만

거대양당이 주로 택하는 방법은 상대방 '담그기' 다. 행동 하나 말 꼬투리 하나 잡아서 상대방을 어떻게든 죽일 놈으로 만드는 것. 그래서 그 반사 이익을 얻는 것. 축구에 비유하자면 상대방이 공을 잡을 때마다 백태클을 남발하는 길만 택한다는 것이다.

웃긴 건 축구에서 저런 거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퇴장을 당하지만 정치에서 저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에이스로 부상한다는 거다. 찌라시 소리를 듣는 신문이지만 최소한 신문과 뉴스만이 정보를 전달하고 언론의 격을 지키는 척이라도 했던 과거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나꼼수의 성공과 성공한 유튜버의 수익을 목격한 잉여 정덕들이 이를 테면 편파 중계를 유튜브를 통해 우후죽순 시작하고, 실상은 스포츠 정신마저 상실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에 불과한데 그게 정치의 영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딴 걸 보고 후원하는 것이 마치 나라를 걱정하는 것인것 마냥 착각한 인간들이 그걸 비장한 표정으로 소비하며 든든한 지지기반(a.k.a 훌리건)으로 자리잡아준 덕에

세게 말하는 인간들, 상대와 대립각 잘 세우는 인간들, 그러니까 상대방 잘 까줄 것 같은 인간들이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진 거라곤 검찰 개혁을 빌미로 추미애,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에게 까일 때 버티며 얻은 상징성 뿐이지, 입만 열면 헛소리를 쏟아내던 윤석열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요즘은 민주당이 한동훈 다음 대통령 만들기에 열심이던데 님들 제발 학습 능력 좀..)

어쨌든, 판이 이렇게 돌아가는 걸 느끼기 시작하자 정치인으로 오래 오래 해먹고 싶은 인간들이 헛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만 해도 어디서 카더라나 듣고 와서 국감장에서 장관을 공격하다 역공을 당했고, 그전엔 친일파 프레임을 들고와 서로를 공격하려다 여야 모두 각자의 병신력만 맘껏 뽐냈다.

이번 김진태 발 레고랜드 사태도 매 한가지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레고랜드를 소재 삼아 전임 시장 지우기를 눈에 띄게 하여 자기 주가 올려볼 생각만 했지, 지자체가 빚 못 갚겠다고 드러누웠을 때의 여파를 고려하지 못하고 자빠진 덕에 강원도에 있던 2000억으로도 막을 수 있었던 걸 나랏돈 50조원을 쏟아부어도 막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호영은 '전임 최문순 도지사의 무리한 사업 추진' 운운하며 변명을 시작하고, 김진태를 비판하는 유승민을 다룬 기사 댓글에 민주당으로 꺼져라 같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는 걸 보면 이 나라는 이대로 망하는 게 수순인가보다 싶기도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열심히 사는 좋은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고작 이딴 정치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억울한 일이다. 그러니까 원인부터 명확히 하자. 방아쇠야 무식한 김진태가 당겼지만 원숭이한테 총을 쥐어준 건 한국 정치다.

그리고 고치자. 물론 제도적인 개혁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대결 구도 일변도인 지금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향한 적개심만 부추기는 편파 중계를 오늘부터 보지 않든, 쟤네도 사람이고 같은 한국 국민이다 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든 뭐라도 하자. 제발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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