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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 Knowledge Apr 29. 2023

좋은 사람이 되는 일

신동엽을 향한 하차요구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어렵다. 나같이 못 된 인간 입장에서는 그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 싶다. 무언가가 부족한 사람이라도 이해하고 커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애정이 있어 그의 트롤 짓을 버틸 수 있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조금만 답답해도 아니 씨발 이게 어렵나 같은 마음이 수시로 튀어 올라오는 나 같은 건 1단계에서 탈락이다.

그러나 아주 쉬운 길을 걷고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쁜 사람을 비난하는 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대외적으로 그냥 그렇게 비칠 여지가 있다면, 그 사람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물고 뜯다 보면 어느새 내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있다. 내가 앞서 서술한 좋은 사람 정의의 근처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그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따봉을 받고 추앙을 받으면, 그들은 스스로를 깨어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 입에서는 지랄 옘병하고 있네라는 말이 튀어나오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래, 신동엽 얘기 맞다. 시간을 뒤로 잠깐 되돌려보자. 마녀사냥이 처음 나왔을 때 반응이 어떘지? 다들 이제껏 TV에서 볼 수 없었던, 성에 관한 토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을 TV에서 열었단 지점에 있어서는 호평 일색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지는 사연과, 그에 비례해 강해지는 주작 논란에 대한 비난 때문에 문을 닫긴 했지만

사람이 그렇게 한 겹인가? 근데 커플 간의 성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의 물꼬를 터 준 프로를 할 때는 박수치던 사람들이 그 호스트를 맡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AV 업계를 다룬 프로의 진행을 맡았다고 해서 그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그가 맡았던 다른 프로의  하차요구를 들이미는 게.. 이게 맞나?

나는 이 현상에 두 가지 기저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 하차요구에 동의하는 이들 대부분 긍정하는 'AV는 여성 착취 산업이야' + '그런 여성 착취 산업의 산출물을 보고 성욕을 푸는 한남들이 한심해 견딜 수 없어' 같은 의견들 말이지.

물론 AV가 여성 착취 산업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몇몇 성공한 AV스타들이 떼돈을 번다고 해서 그 업계가 건강하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누군가는 스타트업 차려서 엑싯한 다음에 몇십 억씩 받던데 같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 앞에서, 그게 얼마나 사기와 한 끗 차이인지 인식하고 있든 말든 할 말이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신동엽이 한국에도 AV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건 아니지 않나? 아프리카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에 소위 별풍을 노린 벗방이 난립해도 적어도 신동엽이 그 현상에 호응해 우리나라도 AV 업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적은 없다. 그는 이미 부흥한 일본 AV 업계 산업의 당사자들을 인터뷰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랄 옘병들을 떠는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뭐랄까 지들이 얘기하는 '한국 번탈남'들이, 그런 식으로라도 그들의 성욕을 분출하는 데 있어 AV를 활용하는 것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대체 왜..?

나는 지난 알페스 논란에 있어서도 그들이 나름대로 향유하는 성적 콘텐츠에 대해, 당사자가 고소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문제 삼는 건 오바 아닌가란 생각을 하고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그딴 욕먹기 딱 좋은 글은 진작 지웠다) 아니 그게 당사자가 기분 나쁘면 고소해서 손해배상금 낸 다음 글 내리면 되는 거고 , 아니면 지들 나름대로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관대하게 매겼던 내 기준이, 굳이 AV 산업에 특정 지어서만 발광하는 꼬라지를 보면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왜 이 지랄 옘병들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내 답은 간단하다. 트위터랑 페북 좀 꺼라. 나는 솔직히 한국 여자들이 성에 솔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왜? 내 주변의 존잘남들의 틴더 알람은 지금도 울리고 있거든. 잘 생긴 남자들에 대한 내 꼴림은 정당하지만 번탈남들이 나를 보고 욕망하는 건 참을 수 없어. 가 이 미스 매칭의 시발점이라고 솔직히 나는 느낀다.

제발, 그냥 각자가 각자의 욕망에만 충실하면 좋겠다. 누군가의 욕망은 더러운 것이지만 내 욕망은 정당해는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국가의 존속을 위해 번탈남의 욕망도 여성들이 인정해야 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인 것도 아니지 않나? 근데 이런,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마저 내치다 보면 결국 종국에 마주치는 건 저런 얘기를 진지하게 지껄이는 벽창호들 뿐일 것이다.

당신들은 선택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성적 욕구를 가진 남성들이 좋은가. 아니면 건전하지 못한 성적 욕구를 통제 욕구로 표출하려는 남성들이 좋은가? 그나마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겠다면 답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필요한 건 당신들의 행동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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