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한 줄 없어서 그냥 내가 쓴다
브루노마스 내한으로 공연계가 들썩였던 6월.
웨스트브릿지에선 홍대병 씨게 걸린 이들이 한데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였으니.
그곳은 100번째 로맨틱파티였다.
로맨틱펀치의 브랜드 공연 '로맨틱파티'가 100회를 맞이했다.
2009년에 현 이름 '로맨틱펀치'로 데뷔하여 온갖 무대란 무대는 다 휩쓸고 다니더니 드디어 브랜드 공연 100회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록일 것이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매달 공연을 해왔던 그들이기에 98번째나 99번째 100번째나 별다를 바 없이 늘 하던 대로 공연에 임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번 100회 만은 유난을 떨어도 되는 것이 최근 페스티벌에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라인업을 구상한 점이다. 특히 지옥행 급행열차를 태워줄 마지막날 라인업을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기로 했다. 티켓은 매진됐지만 운 좋게 한 장 건져서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멜론티켓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의기양양하게 입장한 보컬 배인혁은 미발매곡 '다정한 혁명'을 시작으로 100회 마지막 공연을 초장부터 조져놓았다. (뮤직비디오 촬영도 같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내 모습도 기대해 보겠다.) 다정한 혁명은 배인혁이 영화 '에브리에브리웨어올 앳 원스'를 보고 감명받아 짧은 시간 안에 후루룩 써 내려간 곡이라고 한다. 그린데이의 'Basket case'를 레퍼런스로한 하이틴 펑크록인데 오랜만에 로맨틱펀치에서 밴드의 클래식을 보여주는 곡이 탄생한 것 같았다. 전부터 나는 클래식 밴드를 꽤 그리워했었다. '기타, 보컬, 베이스, 드럼'이라는 매우 전형적인 구성을 띠고, 독특한 보컬의 음색을 내세운다거나 밴드컨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그야말로 전형적인 구성으로 전형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밴드 말이다. 이런 클래식 밴드가 주목받으려면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음악을 정말로 겁~~~~~~~~~~나 잘해야 한다. 뭐 하나 튀는 것 없이 묵묵하게 밴드 사운드로 밀고 나가기 때문에 하나라도 어설프면 말 그대로 '학예회 수준'이 되기 마련. (정말 멋있는, 언젠간 꼭 라이브로 보리라 생각했던 클래식 밴드는 '에이치얼랏'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활동을 중단... ㅎㅐㅆ....) 로맨틱펀치다정한 혁명 무대를 보며 클래식 밴드의 향수와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90년대 유행했던 펑크를 구현한 듯한데 아직 23년에도 유효해 보인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Rock will never die'가 수십 년째 들리는데 아직 죽지도 않고 또 왔으니 ㅋㅋㅋ 이 정도면 록이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어도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alive는 하지 않을까 싶다.
(빨간 기타를 맨 배인혁의 모습이 죽여줬는데 노느라 사진을 안 찍었다. 나중에 뮤직비디오로 제대로 감상합시다.)
배인혁의 무대는 멋진 명화 같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그림을 보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걸작이라고 할지라도 천박하고 더럽고 불쾌함이 느껴지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나체에 성관계를 그린 에로틱한 장면도 불쾌함이 전혀 없이 매우 아름다운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그림이 있다. 배인혁의 무대는 당연히 후자. 예술적인 명화 같다. 그 명화가 살아 움직여서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 관객들은 그 황홀경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옛날엔 미친 실력과 독특한 캐릭터를 보유한 신선한 신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실력이 더욱더 무르익어 보인다.
로맨틱파티 100회 4회 차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김바다와 로맨틱펀치가 함께 부른 'Right now'. 김바다와 배인혁이 한 무대에 있다니. 진귀한 장면을 보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김바다 옆에서 배인혁은 아이같이 해맑고 통통 튀는 록커가 되어 무대를 날아다녔고, 김바다는 역시 명불허전.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아우라가 엄청났다. 시간이 많이 지나 소싯적 씬을 휘어잡았던 아티스트를 다시 보면 사실 실망할 때가 많았다. 나이가 들고 각종 풍파를 겪으면 사람이 변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아티스트에게서 전에 느꼈던 즐거움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면 왜 그렇게 실망스러운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로맨틱파티 100회 4회 차에선 이런 편견에 풕유를 날리듯 김바다, 이혁(내 귀의 도청장치), 갤럭시익스프레스가 예전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으로 무대를 아주 그냥 조져놓으셨다.
이매진 드래곤스의 Warriors 커버로 등장부터 나를 미치게 만든 크랙샷.
멋지게 나이 든다는 표본을 보여준 갤럭시익스프레스. 정말 스탠딩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시바 내가 키만 컸으면... Jungle the black을 좌석에서 보는 건 고문이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나온 내 귀의 도청장치. 계속되는 멤버 교체에도 굳건하게 팀을 이끄는 이진표씨가 정말 존경스럽다. 더 멋진 모습이어서 더블 존경. 뮤지컬 영화 '헤드윅'의 삽입곡 Angry inch를 불러줘서 트리플 존경.(헤드윅은 영화 모지리인 나의 몇 안 되는 인생 영화 중 하나다.)
제일 중요한 경기는 어제의 경기가 아니라 내일의 경기라고.
단독공연 100회 역사를 쓰고도 내일의 공연에 집중할 로맨틱펀치를 보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 크고 작은 클럽에서 계속해서 역사를 쓰고 있는 로맨틱펀치를 비롯한 록밴드들이 눈을 감지않고 Alive 하기를.
과대평가받기를.
편견 가득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