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친구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간다.
주변 풍경들도 그 속도에 묻혀 기분 따라 흐려지고 또 선명해진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발전하고, 그렇게 나도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변화 속에서,
나에겐 오랜 친구 하나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의 자동차였다.
사람들은 그를 ‘폐차’하라고 했다.
오래되었고, 낡았고, 은퇴할 시기가 지났다고.
2007년식이면 충분히 보낼 때라고 말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내 생에 처음 갖게 된 ‘오직 나만의 차’였고,
그래서 더 애틋했다.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그'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는 나의 최애였다.
내 일상과 습관을 다 알고 있는,
세상에서 아들 다음으로 사랑한 존재
그는 그렇게 나에게 와서 친구가 되어주었다. 멀리든 가까이든,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언제나 나를 아끼고, 편하게 ,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날 사랑하고 아꼈다
우리는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그는 가장 젊고 멋졌던 시간을 나를 위해 바쳤고,
나는 그 안에서 무사히 많은 시간과 계절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함께 돌아본다.
우리의 젊은 날과
우리의 기억과
우리의 세월을.
나는 점점 변해갔고,
그는그대로 변해 갔다 부품이 낡고 외관이 바랬지만, 그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이제 그의 도전이 시작된다 기름칠을 하고, 부속을 갈고,다시 나갈 준비를 한다.
이제는 내 아이의 친구가 되어 제2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그는 나를 위해 살아준 존재였고,
이제는 나의 자식을 위해 또 한 번 달리려 한다.
그런 그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사랑해. 고마웠어.
너는 내 가장 빛났던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어.
앞으로도 행복하길.
그리고 나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조용히, 진심을 담아.
그렇게 오래 함께한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냥 오래된 물건이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그는 하나의 이야기이고, 기억이었고, 시간이었다.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 속에서도
누군가의 마음과 노력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작은 물건 하나,
하나의 글귀,
사진 한 장 속에도.
그 마음을 지켜주는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우리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일 것이다.
나는 그를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다른 누군가의 마음 또한
그렇게 존중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말
이 글은 한 사람과 한 물건 사이의 관계를 넘어,,"기억’과 ‘마음’이 담긴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을 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세월과 애정이 스며든 창작물 역시,이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