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사라지는 존재의 끝에서

by 테디

우리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소비되기 시작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숨 쉬는 일조차 우리 안의 무언가를 조금씩 깎아내며
살아간다는 이름으로 소모되어 간다.

살아 있음은 축적이 아니라
느리고 조용한 소멸의 진행형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안다.

하루하루가 나를 채우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가진 것들을 천천히 빼앗아간다.
세포는 늙고, 마음은 마모되고,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모서리가 닳는다.
우리는 그렇게 전부 사용되고, 닳아 없어져 간다.

몸은 삶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태우고,
마음은 버티기 위해 감정을 태운다.
관계는 서로를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끝없이 소모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닳아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이렇게까지 소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 지점이 가끔 기적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데도
우리는 오늘도 사랑을 믿고,
내일을 기대하고,
남은 마음을 꺼내어 누군가를 향해준다.

사라지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건네고,
쓰고,
내주고,
버틴다는 사실.

그게 바로 우리가 끝까지 소비하면서도
끝내 살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조용히 꺼내본다.

우리의 삶은 결국 전부 사용되는 쪽으로 흘러가지만,
그 소모의 흔적이 바로 우리가 살아온 증거가 아니었을까.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사라지지만
그만큼 더 ‘나다운 모양’으로 남겨진다.
모든 것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나는 나를 쓰고, 견디고, 사랑할 것이다.
그 끝에서 마침내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한 조각 남아 있을 테니까.

우리는 결국 끝까지 소비된다.
그러나, 그 소멸의 과정 자체가
우리가 살아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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