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나의 존재는 그렇게 소진되었다〉

by 테디

나는 점점 말을 줄였고,

생각보다 침묵에 익숙해졌다.


예전 같으면 끝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꺼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말도


이젠 입 안에서 굴리다 삼켜버리곤 했다.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이세상이


라는 공간 속에서 사라지는


중이었다.


티 나지 않게,


누군가에게 걸리적거리지 않게,


마치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빛에 바래듯이 사라지는 것처럼.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문득 깨닫는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소비하고


살아왔는지를.


말투도, 옷차림도, 표정 하나도


전부 ‘괜찮아 보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포장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니


마침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썼던 시간들,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버텼


던 날들을


모두 태워버린 채,


한 줌의 재처럼 소비 되어진채 조용히


소진되어 가고있다.


어떤 환호도, 작별도 없이


나는 이 세계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


고 그지워지는 순간에도 나라는 존재자체


는 소비 되어지는 중이다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다.


그저,


내가 살았던 모든 시간들이


이렇게 하나의 끝에 다다랐다는 것만이


묘하게 안도감을 준다.


그게 다였다.


나의 존재는 그렇게,


아무런 빛도 없이 천천히 이세상 이라는


공간속에서 소비되어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공간 마저도 사라졌다.


내가 살면서 소비되어간 나의 삶이


내가 존재 했었을때만 존재했던 그 공간


마져도 내가 한점재로 소비되어 결국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빈 공간


마져도 사라져 빈공허 만이 남는 것.


그렇게. 나는 소비되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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