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가졌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랍을 열면 옷이 가득했고,
선반 위엔 써보지도 않은 물건들이
줄을 섰다.
핸드폰 속 사진첩은 끝없이 스크롤
되었고,
가까웠던 사람들의 이름이 대화창 위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그 많은 것들이 다 ‘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했지만, 내 것이 아니었고
가까웠지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물건은 낡았고,
관계는 흐려지고 멀어져가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무엇을 간직하고 싶은 삶의 욕심도
없어졌다.
언젠가 내가 사라지고 나면,
누군가 내 물건을 정리하겠지.
버려도 될지 망설이며 뒤적이다가,
결국은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릴 것들.
누군가와의 사진도,
한때 좋아하던 노래도,
애써 적어 내려간 문장들도
어딘가에 머물다 사라질 것이다.
이 삶이 내게 가르쳐준 건
무언가를 남기기보다,
결국 모두 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남겨질 마음도,
남기고 싶은 무언가도 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장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