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남겨진 것도, 남기고 싶은 것도 없다〉

by 테디

많은 것을 가졌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랍을 열면 옷이 가득했고,


선반 위엔 써보지도 않은 물건들이


줄을 섰다.


핸드폰 속 사진첩은 끝없이 스크롤


되었고,


가까웠던 사람들의 이름이 대화창 위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그 많은 것들이 다 ‘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유했지만, 내 것이 아니었고


가까웠지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물건은 낡았고,


관계는 흐려지고 멀어져가고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무엇을 간직하고 싶은 삶의 욕심도


없어졌다.


언젠가 내가 사라지고 나면,


누군가 내 물건을 정리하겠지.


버려도 될지 망설이며 뒤적이다가,


결국은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릴 것들.


누군가와의 사진도,


한때 좋아하던 노래도,


애써 적어 내려간 문장들도


어딘가에 머물다 사라질 것이다.


이 삶이 내게 가르쳐준 건


무언가를 남기기보다,


결국 모두 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남겨질 마음도,


남기고 싶은 무언가도 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장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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