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의 끝자락까지도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나를 내어주고. 소비되는
일이었다.
시간을 내주고,
마음을 내어주고,
몸을 혹사시키고,
때로는 자존심과 존엄까지도
소비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 버렸다는거
우리는 매일을 견디는 대신
조금씩 부셔졌고,
내일을 기대하는 대신
오늘을 깎아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고,
그 포기가 언제부터였는지조차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신용카드 명세서,
자동이체된 구독료,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
조금씩 작아지는 옷,
사라지는 대화들.
그 안에 내가 있다.
존재가 흔적이 되는 순간들이
모두 나였음을.
남는 건
비어가는 감정과
점점 휘어지는 어깨,
그리고 익숙한 말 한마디.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지.” 그런걸까?
그 말에
슬퍼지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소비한다.
희망이든, 체력이든, 마음이든.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를 깎아 내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소모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게 나라는 증거였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나를 조금씩 소비하며 하루를 버텼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