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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홍래 Jun 13. 2022

하느님, 하나님


친구를 허름한 가정식 식당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시간 인지라 서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지난 주일에 교회를 다녀온 이야기, 교회 안에서 모임에 대해서 말을 꺼낸다.


나는 그 친구가 다니는 교회를 몇 년 전 함께 다녔으나 이후

뜻이 맞지 않아서 교회를 떠났고 친구는 그 교회에 가끔씩 출석하면서 반은 교인, 반은 무신론자처럼 행동을 하고 있다.


식사도문득 친구에게 물음표를 하나 던졌다.

"열심히 믿으면 정말 하늘나라를 갈까" "죽어서 아니면 매달 십일조를 바치고 열심히 믿었는데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뭔가 "일 더하기 일은 이"처럼 정확한 답을 구하고자 질문을

한 것도 아니고 친구도 무심하게 지나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변할 수가 없는 불변의 진리 같아"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광야를 도착하여 홀로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을 때 하나님은 형상을 보이지 않으시고 짙은 연기와 높은 불로 나타나 말씀을 주셨지"


친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하나님은 형체가 없으시고

세상에서 절대 변할 수 없는,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 같아"

"가령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해가 지는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이웃을 사랑하고, 부모를 공경하고, 부부가 함께 잘 살고 이런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가 하나님이 아닐까? "

친구는 내가 의미 없이 던진 화두에 진지하게 답변을 하면서

다시  나에게 의문을 던졌다.


나는 교회를 떠나 성당으로 온 지가 햇수로 6년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를 나갈 때는 그 속에서 불합리한 점, 비민주적인 잘못된 점을 하나, 둘씩 짚어가면서 교회를 떠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앞장선 잔다르크 까지는 아니라도 나름의 명분에 사로잡혀 나도 교회의 개혁에 앞장을 섰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하나님을 믿고 천주교에서 나온 개신교를 생각할 때 변화가 있어도 큰 변화는 없을 줄 알았는데 교회와 성당은 차이가 컸고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 우리의 주님이 "하나님"에서 "하느님"으로 바뀌고 기도를 할 때 합장하는 두 손의 엄지를 서로 교차시켜 십자가로 만드는 기초적인 규율부터, 불교의 염불처럼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기도까지 율법으로 만 무장된 천주교와 차이는  다.


친구와 나는 식당을 나와서 근처 커피숍으로 발길을 옮겼. 옮기는 걸음에서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일어나며 우중충하다. 최근 들어 비가 내리지 않아서 큰 걱정이었는데 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좋겠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리는 주변에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인간은 쉽사리 망각을 하고 또 자기중심적으로 만 이해하려고  하지 그래서 종교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옛날에 어느 동네 사는 착한 부부가  이웃과 사이가 좋고, 부모 공경을 잘하고, 형제와 우애가 좋은  이야기는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짓지 않나"

"이런 옛날이야기와 성경 말씀과 그 결말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지난 6년, 나의 천주교 생활은 교회를 떠나 왔기에 성당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는 모습을 교회 친구들에게 보여 주어야만 했다. 또 나의 삶을 마칠 때 마지막 종교로 하리라 다짐을 했다. 그 후 아내도 나를 따라서 성당으로 왔고 아내를 위해서라도 나는 천주교 생활을 열성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성당 내 어떤 허물도 눈을 감았고 지나칠 듯한 율법도 앞장서서 따랐다.


열성적으로 살아온 지난 6년 기간 동안 발목에서 시작하여 무릎까지 조금씩 깊이 들어가면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실망이 생기고 있다. 어쩌면 친구의 말처럼 종교는 불변의 진리를 나름대로 가공해서 각자의 그릇에 담아 놓고 있는 게 아닐지, 그러나 그 속에서 믿고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는 어느 곳이든 별반 큰 차이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카페 내부에는 연인 같은 젊은 남녀 한 팀만 있고 한적하다. 별생각 없이 던진 말에 친구와 잡담으로  오후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갑자기 창밖으로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쿵쾅 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린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가고 조용한 카페 앞에서 사람들이 비를 피하고 있다. 지난봄가뭄으로 산불이  많이 나고 농작물 피해도 심각했는데...


오는 비가 올지라도 흘이나  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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