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예술가, 두 번째 1:1 을지로 도시 워크숍을 마치며
2025년 9월 23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작은도시이야기, 도시건축정류소 건축사사무소, DRMA가 함께한 《1:1 건축가:예술가 을지로 도시 워크숍》이 이어졌습니다. 장소는 방산시장 동편, 관우사당을 품은 아이디어회관 1층. 워크숍의 취지에 공감해 공간을 내어 주신 덕분에, 대로변과 맞닿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더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만남은 각자의 문제의식과 작업 접근 방식을 공유하고, 을지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제안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이번에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건축가와 예술가가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담은 초안을 들고 모였습니다. 발제 주제를 돌아보면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 도시형 예술센터 구축, ② 을지로 예술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 ③ 지역을 함께 쓰는 누구나 편히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이후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
발제 이후에는 무엇을 우선 실현할지,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누구와 협력할 때 가능한지를 큰 그림으로 그렸고, 향후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본 글에선 관찰자의 시선으로, 발표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와 도출된 결과를 현장 사진과 함께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목차
1부. 발제
《을지예술센터》 이재원
《Newsstand and systems of visivility》 Zach
《공동으로 존재하는 예술가 커뮤니티 제안서》 고대웅
《Waffle Space》 DRMA
2부. 설계
향후 과제, 어떤 일 : 어떤 기관
3부. 와플과 떡
별첨.
《을지예술센터 Eulji Art Center》 이재원
이재원 소장은 ‘거대한 건축물로서의 미술관’과 ‘도시 표면을 따라 촘촘히 놓인 을지로의 작은 예술공간’이 만드는 대조를 짚었습니다. 두 스케일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으며, 별자리를 만들듯 작은 점들을 꿰어 하나의 ‘도시형 예술센터’로 엮을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을지로는 서북쪽으로 MMCA, 동쪽으로 DDP, 남쪽으로 LEEUM 같은 대형 미술관에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 을지로 곳곳에는 작은 예술공간이 지표면을 따라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가 낡은 건물에 입주해 목적에 맞게 공간을 수선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이런 미시적 실천은 작가들의 성장을 견인했고, 대형 미술관이 을지로에서 성장한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현대 미술의 주춧돌 중 하나가 을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을지로의 예술공간은 ‘개인의 실험실’에 머물지 않습니다. 개별 작업은 지역 제조업의 공정·기술과 맞물리고, 개인의 성장은 한국 미술 생태계의 저변 확대로 연결됩니다. 이제 우리의 관건은 이 분산된 힘을 어떤 운영 구조로 묶어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도심 재정비로 인해 도심 제조업이 위축되는 오늘도 을지로는 여전히 문화 생산, 문화 산업 생산의 가능성을 구체적 모델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곳이 죽어가는 곳이 아니라는 현재 성장 중인 현장임을 확인하였습니다.
《Newsstand and systems of visivility》 Zach
Zach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와서, 지금은 을지로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그에게 을지로는 재료의 보고이자 동료를 만나는 장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작업실과 공간들은 건물 3층, 5층 등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점은 도시를 탐험하고, 좋은 공간을 발견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방문객/관람자/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개방되지 않은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은 서로 교류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접근 어려운 구조는 바로 인근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료가 있어도 어떤 사람이 있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면 소식은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서로의 소식을 더 잘 알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또렷하게 외부에 전달하기 위해 소식을 공유할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이야기했습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지역을 향유하는 관람객/방문객/소비자가 을지로를 더 잘 찾아오고, 예술가 혹은 예술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향유자로서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제안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비어 있는 거리 가판대 활용, 골목 곳곳의 안내판 설치, 각 예술공간을 한눈에 인식할 수 있는 깃발 등의 표시물 설치였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구상안 덕분에 현장의 구현 가능성이 뚜렷하게 전해졌으며 바로 공공에 제안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공동으로 존재하는 예술가 커뮤니티 제안서》 고대웅
고대웅 작가는 '艺(예술 예)'와 을지로가 닮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였습니다. 땅 위에 각양각색으로 조화롭게 핀 들판이 '예술'이라고 쓰여왔듯 을지로에 각양각색으로 피어난 예술가/예술공간이 그 모습을 닮았고, 그것들이 개별이 아니고 조화롭게 보이도록 해온 여러 시도들에 대해서 나열했습니다. 다만, 앞서 있었던 것들이 공공의 예산, 기업의 예산으로 벌어진 일이었기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기에 이번엔 각자가 '자생적인 연대 운영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고, 기업과 공공의 예산이 있을 땐 그것을 함께 얹어 활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고자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을지로의 예술가/예술공간이 만들기 시작한 「을지아트트레일 EAT」의 취지와 가능성을 소개하며, 향후 이것이 고화되고 지속되기 위해 물리적 인프라인 사무국 사무실, 안내센터, 기념품샵 등의 필요성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Waffel Space》 DRMA, Navid
DRMA는 노르웨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거버넌스의 중요성과 접근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문화적 특수성도 함께. 사례로 제시한 사업은 철도를 따라 도시를 정비·재생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정비에 앞서 이들은 넓은 주차장을 딸린 작은 창고를 청소·정리해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그곳에서 향긋한 와플을 구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해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했고, 와플과 맥주를 나누며 지역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수집했습니다. 어르신과 아이들, 상인과 시민(필요시 행정 담당자까지) 누구나 찾아와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 바라는 점과 아쉬움을 남길 수 있었고, 그 내용은 실제 재정비 설계에 반영되었습니다.
창고를 열고 와플을 굽고, 넓은 주차장에 임시 정원을 조성해 주민이 편히 머물 공간을 만들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설계의 자원으로 삼았다는 점은, 공사 중심으로 흐르기 쉬운 서울의 도시 정비 방식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지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어떤 일 : 어떤 장소 : 어떤 기관》향후 과제
이전 워크숍에서 발제자와 참여자들이 제안한 내용을 네 가지 영역으로 묶고, 지역별 필요 요소를 배치했으며, 협력 가능한 기관을 매칭했습니다. 이 제안은 올해 말부터 착수할 과제의 청사진이자 나침반이 되어줄 예정입니다.
ⓟ Promotion resource : 홍보 자원
ⓒ Creation resource : 창작 자원
ⓦ Waffle resource : 개방형 논의 공간
ⓡ Retail resource : 판매 자원
DRMA가 노르웨이에서 와플을 구웠듯, 노르웨이 대사관의 후원으로 향긋한 와플이 구워졌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 중구청에서는 (직원 개인 차원에서) 떡을 보내줬습니다.
워크숍 결과 공유 현장 사진
DRMA
제목 : 1:1 건축가:예술가 을지로 도시 워크숍 Part.02
일정 : 2025.09.23. 13:00 - 16:0 / 2025.09.25. 10:00 - 13:00 / 16:00 - 19:00
장소 : 아이디어회관
기획 : 도시건축정류소 건축사사무소, 작은도시이야기, DRMA
참여자 : 서울 중구청, 중구문화재단, 노르웨이 대사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김성진, 김영인, 이경민, 이동근, 정채령, 박형주, 배은영, 지은서, 주현, 타애코 아베, 현행(구름)
※ 워크숍은 12월 중순까지 파라다이스 아트랩에서 매주 더 세밀하게 다듬어질 예정이며, 실현을 위한 기획이 설계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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