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파헤치기

ADHD 아이 성장기록

by 레이첼쌤



성격이 밝고 쾌활하며 사교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림.


정말 우리 아들이 이렇다고요?! 선생님께서 거짓말을 생기부에 쓰셨을 리는 없고, 특히나 행특 첫 문장 같은 경우에는 학생에게서 느껴지는 전반적 특성을 언급하는 게 일반적인데 ‘밝은 성격’에다가 ‘쾌활’에다가 ‘사교적’이라는 무려 쓰리콤보를 달성했다. 이 문장으로만 보면 내 아이 사회성은 A급이다. 보통은 아주 성격이 무난하고 선생님이 보기에 친구들과 무리 없이 잘 지내는 아이에게 써줄 만한 내용이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걸 아이의 기본값으로 여기고 그간 정말 피나는 노력에 노력을 더한 덕분에 이 정도로 좋아진 건지 어쩐 지는 단언할 수 없다. 지금도 친구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걸 어려워하고 자기 의사 표현에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다만 교실 안에서 자주 접하는 친구들과 마음이 편안한 상황에 있을 때는 큰 무리 없이 어울리는 것 같고, 그런 모습이 담임선생님 눈에 좋게 비친 모양이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이가 여전히 사회성 그룹치료도 받고 약물복용까지 하고 있다는 걸 아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궁금할 정도다. 물론 상담 때 아이의 취약점과 심리치료에 관해 말씀은 드렸지만 약물복용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과잉행동 비율이 낮은 편이고 주의력은 약으로 조절되고 있는 상황이라 굳이 오픈할 필요는 못 느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상담심리 쪽 석사를 하셨다고 하니 어느 정도 눈치채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운 심성을 가져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잘 도와주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함.


이와 비슷한 내용은 전 학년부터 꾸준히 있었다. 남을 배려하고 양보한다는 내용이 행특에 빠진 적이 없다. 물론 좋은 말이긴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라 단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나는 아이가 너무 자기 의견이 없고 친구들 의견에 휩쓸리고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게 늘 염려스럽다. 좋게 보면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만 자기를 내세울 줄 아는 것도 가끔은 그것도 학교라는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하다.


선량함, 착함, 온순함, 유순함으로 표현되는 '착한 아이'이라는 타이틀은 부정적으로 보면 교사와 교우들에게는 썩 있으나 없으나 한 존재로 별로 손이 가지 않고 튀지 않는 학생을 말한다. 이런 친구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좋은데, 교실 안에서는 늘 생태계 피라미드 같은 것이 보이지 않게, 그러나 꽤 분명하게 존재하고 특히 유순한 남자아이들은 드세고 매우 활달한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먹잇감이지만, 놀리거나 장난을 쳐도 별 반응도 없고 기분 나쁜 표시도 안 하는 경우가 많으니 자신의 재미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냥 장난으로, 재미로 건드리거나 하면서 최악의 경우에 학교폭력까지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순전히 학부모의 시각으로 봤을 때 내 아이가 선량하고 온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조금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불편할 때 자기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군말 없이 조용하게 자기 할 일 하는 모범생이면서 괜히 건드리기에는 좀 어려운 포스와 아우라를 풍기는 아이들이 있다. 착하더라도 그런 경향을 가진 착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선생님께 바른 자세로 인사를 잘함.
학급의 규칙고 질서를 잘 지키며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함.


높은 도덕성은 발달이 느린 아이의 특징이기도 하다. 너무 오랫동안 센터치료로 사회성 수업을 들은 탓에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 사회성 수업의 많은 부분이 남을 배려하고 남의 입장을 들어보고 사과하고 양보하고 이런 활동들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학습된 부분이다.


언어발달이 느려 치료를 받아서인지 언어표현이 굉장히 교과서적이고 좀 문어체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이 흔히 쓸만한 비속어나 유행어에도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잘 쓰지도 않고 이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아이는 규칙을 안 지키면 큰일 나는 줄 안다. 한마디로 융통성이 좀 없다. 들어보면 일인 일역할도 정말 시키지 않아도 성실히 하는 것 같다. 초4 정도 되면 선생님 안 볼 때는 대충 하거나 귀찮으면 은근히 넘기는 애들도 꽤 있는 듯하다. 규칙 준수를 잘하면 그래도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선생님 눈에 날 일은 없으니 일단 다행이기는 하다.







주말 글쓰기, 독서기록장 쓰기, 과제 수행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학습에 필요한 기본 태도가 바르게 정립되어 있는 점이 모범적임.



웬만하면 숙제는 꼼꼼히 챙겨서 해 보냈더니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보면 생각보다 숙제나 가정통신문 등을 제때에 내지 않아서 선생님을 신경 쓰게 하는 아이들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숙제검사하는 것도 선생님에게는 큰 업무 중에 하나라서 제때에 기일 맞춰 제출할 수 있도록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이제 고학년이 돼 가니까 내가 신경 못 쓰더라도 좀 더 아이 스스로 챙겨갈 수 있는 책임감, 자기 관리능력 등이 보완될 필요는 있다.




자신의 생각을 또렷한 목소리로 발표를 잘함.


이건 정말 신기한 부분인데 아이는 학교에서 발표를 꽤나 잘한다고 한다. 이번 학부모 공개수업에 일하느라 못 갔는데 동네엄마들이 나 대신 아이를 관찰해 주고 발표를 너무 잘한다고 전해주었다. 그전에도 보면 발표할 사람, 했을 때 손은 자신감 있게 드는 모습을 봤다.


발달이 느려 각종 치료를 받고 그중에 언어치료도 받고 있는데도 자기의 생각을 반친구들 앞에서 표현하는 것에는 그다지 주저함이 없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다. 거의 모든 발표 시간에 손을 들어서 참여한다고 하니, 참 놀랄 일이다.


발달이슈가 없는 평범한 아이들도 성격적으로 소심하거나 쑥스러워서 전혀 발표를 하려고 들지를 않아서 걱정하는 엄마들을 봤다. 이건 타고난 부분인지, 아니면 그룹 수업에서 소수 친구들 앞에서라도 발표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시켜준 덕택인지 모르겠다. 치료사 선생님은 아이의 언어 유창성이나 정확성은 아직도 손 볼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도 발표할 때 말을 완벽하게 정확한 문법과 표현을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기초학습이 잘 정착되어 있으며 학습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 학업 성취상황이 양호함.


흔한 남매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같은 만화책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2-30분은 독서를 꾸준히 시켜서 그런지 학업 수준은 그야말로 양호하다. 그 학년 수준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국어는 확실히 조금 구멍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언어수업과 국어 학습지 그리고 꾸준한 독서를 하고 있으니 이외에 더 이상 내가 해줄 부분은 없다. 단원평가는 전 과목 8,90점 정도 받는다. 완벽하게 더 잘하면 좋겠지만 욕심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정도 해내고 있는 것도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다.


초4 정도 되면 국영수는 사교육으로 어느 정도 끌고 왔던 아이들도 새로 배우는 사회, 과학 과목에서 생각지 못하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사회, 과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못 따라갈까 봐 걱정되어 만점왕 문제집까지 사서 같이 공부하고 문제도 풀리고 했는데 이마저도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안 하고 있다. 그냥 알아서 하라는 마인드가 돼버렸다. 사회, 과학 쪽은 특히나 관심과 흥미가 있고 문해력이 갖춰줘 있는 경우에는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아쉬운 대로 학습만화 같은 거 보면서 흥미라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정말 감사한 것은, 작년보다 올해 학교 생활이 훨씬 더 순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1학년 때는 걱정하고 염려했던 것보다 적응을 더 잘해주어서 놀랐고, 2학년 때는 좀 무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 적응하느라 좀 애먹었고, 3학년 때는 담임선생님은 매우 친절하고 좋으셨으나 인싸 남자그룹 아이들 사이에 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아이를 달래느라 애먹었다. 더군다나 2, 3학년 때는 잊을만하면 등교거부를 주기적으로 해서 너무 애가 타고 다른 대안학교를 알아보기도 하고 전학도 고려했었다.


결국 별다른 선택은 하지 못했고 계속 학교에 적응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4학년이 되니 아예 그 인싸무리에 끼는 건 애초에 본인 성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성향 맞는 소수의 친구들과 그런대로 어울리는 편이다. 여전히 쉬는 시간에는 혼자 자리에 앉아 종합장에 그림 끼적거리는 시간들이 많은 것 같기는 하지만 선생님 보시기에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고 하셨으니 일단은 안심이다.


초1 때부터 그랬고 아이는 보통의 ADHD 아이들과는 다르게 특이하게도 학교라는 체계적이고 규칙이 있는 시스템에서는 적응을 잘하고 썩 모범생으로 비치는 편이다. 과잉행동이 없고 도덕성과 규칙준수에 대한 압박감이 높은 탓에 스스로는 힘들더라도 일단 수업도 열심히 듣고 일인 일역할도 열심히 한다.


불안감이 높고 예민하고 또 사회성이 느린 탓에 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곳은 친구들과 편하게 웃고 떠들며 어울리고 운동하며 노는 놀이터단지다. 지금도 여전히 놀이터에 또래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멀리서부터 피해서 돌아온다. 본인은 놀고 싶지만 거기에 끼어들기가 불편한 걸 알기에 하는 행동이다. 아무런 규칙이 존재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끼리만 노는 자유로운 놀이 환경이 아이에게는 가장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부지런히 놀이터에 데리고 다니며 적응시키려 부단히 애썼지만 여전히 제자리고 실패했다. 아마 이 성향은 아주 오래갈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학교에 적응하고 스스로 학원 다니고 하는 걸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담임선생님이 겉으로는 엄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교육경력도 많고 베테랑이셔서 개별 아이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지도해 주시는 것 같다. 남은 2학기도 이 정도로만 순항하기를 바란다.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맞아 글을 써두었고 금세 반년이 지나 어느덧 작년은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되어 아이는 12살이 되었다.


2학기도 내가 바라고 원했던 대로 큰 일 없이 순조롭게 지나간 편이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공개수업도 가보고 나서는 더 마음이 놓였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주어진 능력만으로 최선을 다해 학교 생활에 임하고 있었다.


남들이 봤을 때, 교육 전문가인 교사나 의학 관련 직종이 아닌 이상 평범한 사람의 눈에 보이는 아이는 그냥 좀 예민하고 마음이 여린 또래 아이일 뿐이다. 딱히 느린 아이였다는 테도, ADHD 티도 나지 않는다. 치료 덕분이다.


요즘 아이의 특징적인 변화를 좀 남겨두고자 한다. 기억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먹성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무지하게 잘 먹는다. 밥 먹고 뒤돌아서 불과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또 먹을거리를 찾아 부엌을 서성인다. 계속해서 간식거리를 제공해주어야만 한다. 과자나 빵류 빼고 배를 채울만한 건강한 간식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힘들다. 그렇다고 한 번에 끼니때 아예 배부르게 많이 먹이려고 하면 또 한 번에 왕창 먹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것도 어렵다. 그냥 자꾸, 계속, 끊임없이 먹는다. 덕분에 살도 많이 쪘다. 전에는 너무 말랐었는데 이제는 좀 마름에서 벗어나 보통 수준이 된듯하다. 키도 좀 더 컸으면 좋겠다.


글로도 쓴 적이 있는데 요새는 엄마보다 확실히 아빠를 더 좋아하고 따른다. 나랑 하는 건 뭐든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바쁜 아빠 덕에 여름휴가를 단둘이 다녀왔는데 당시에는 말 안 했는데 후에 좀 재미없었다고 실토하는 녀석이었다. 확실히 같은 남자들끼리 통하는 게 있나 보다. 나로서는 잘된 일이다. 제발 둘이 좀 자주 놀아주었으면 좋겠다.


세 살 때 어린이집 적응시키느라 혼쭐이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두 달가량을 아무리 적응시키려고 애써봐도 내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눈이 시뻘게지도록, 목이 다 쉬도록 쉴 새 없이 울었던 아이다. 엄마를 너무 사랑했던 과거는 어느새 씻은 듯이 잊어버린 것 같다. 엄마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초등 저학년까지도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어느 순간 그런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내가 집에 없기를 바랄 지경이 다 되었다. 내가 없으면 게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편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요새는 엄마가 출근하거나 어디 나가기를 되려 바라는 눈치라서 서운할 지경이다.


케이팝데몬헌터스에 푹 빠져서 정말 백번 넘게 본 것 같다. 케데헌은 나이불문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선과 악의 싸움도 당연하지만 남녀 간의 썸 타는 장면도 적당히 나오는데 그걸 아이도 좀 이해하는 것 같다. 느린 아이였어서 이성관계에 대한 이해도도 느릴 줄 알았는데, 영화를 통해서 좀 배워가는 중이다. 좋아하는 이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대놓고 말하고 쫓아다니면 안 된다는 걸 주지 시키고 있다.


진우처럼 머리 스타일도 멋있게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정말 크긴 많이 큰 것 같다. 여자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옷이나 신발 쇼핑에도 관심이 생겨서 전에는 그냥 사주는 대로 입던가, 감각이 예민해서 옷 재질이 편한 것만 무조건 추구했는데 이제는 멋있어 보이는 게 뭔지, 남들이 많이 입는 브랜드가 뭔지 알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신기하다.


전에 발달 관련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달장애를 겪는 성인들의 의외의 공통점 중 하나가 패션센스가 전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자기 스스로를 챙기고 관리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의 특징인데,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 아주 편한 복장이거나 나이 들어 보이게 입거나 아무튼 패션센스는 꽝인 경우가 많다고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이가 외모를 좀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은근히 바랐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외모가 삶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타고난 생김새야 바꿀 수 없지만 깔끔하게 관리만 잘해도 괜찮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아이가 그런 쪽에 아예 무관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 학교 겨울방학이 더 빨리 시작되는 바람에 혼자 집에 있어야 할 때도 있었고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다. 혼자 컵라면을 끓여 먹게 해 보았다. 물을 끓이다가 혹시나 사고라도 날 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는 잘 해냈다. 뒤처리는 좀 아쉽지만 밥은 항상 내가 챙겨주다 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라도 늘어난 게 뿌듯하다. 앞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일부러라도 더 주어야겠다.


이제는 정말 초등 고학년이 되었다. 예전에 브런치에 쓴 글 들 보면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걱정을 많이 했고 울고 불고 잠 못 자기도 하고 불안함에 손을 떨며 쓴 적도 많다. 아직 부족한 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때 했던 걱정거리들은 또 어느새 사라지고 해결이 되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많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물론 있다. 이제는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 어느 정도는 타고난 부분이라서 감수하고 가야 하는 것들도 있다.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 대한 글도 차츰 줄어들 것 같다. 그만큼 내 삶에서 아이에 대한 지분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지난 십여 년간의 삶의 주인공을 아이로 두고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제는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싶다. 나 스스로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다. 이제는 나에게 좀 더 집중하고 싶다. 아이는 자기 인생을 살아가도록 좀 내버려 두려고 한다. 방치한다는 게 아니라, 전만큼 모든 방면에서 내가 나서서 도와주고 대신해 주려는 태도를 버린다는 뜻이다.


이게 될까 싶었던 것들이, 놀랍게도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는 아이를 보는 때가 점점 많아졌다.

좀 남다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의 타고난 특성과 진단명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끝까지 안 되는 것들도 있다. 뭐가 됐든 때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경우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던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는 것뿐이다.


요즘엔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기쁘기까지 하다. 몸도 마음도 점점 성장하는 것 같다. 사람이 커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아이가 커가는 만큼 나도 늙어가지만 말고 마음만큼은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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