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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드랑 바람피우는 중입니다

다른 플랫폼 탐색기

by 레이첼쌤

인스타를 하다 보니 자꾸 스레드라는 앱으로 연동되는 현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그러자면 앱을 새로 다운로드하아야 하길래 귀찮아서 받지 않았다. 스레드를 많이 쓴다는 말을 어디서 본 것 같긴 하지만 SNS라면 이미 유튜브나 인스타 그리고 브런치까지 충분히 노출되어 있고 적당히 중독상태라서 또 다른 플랫폼을 추가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다. 최대한 스크린타임을 줄여보고자 평상시 신경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절 연휴 때 우연히 스레드라는 앱을 받게 되었고, 이건 뭐지? 하면서 살펴보다가 그만 아주 홀딱 빠져버렸다. 스레드의 중독성은 생각보다 굉장히 강렬했다.


유튜브는 제공되는 영상을 수동적으로 내가 본다는 한계가 있고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품이 많이 들고 힘들기 때문에 생산자가 되기 힘든 입장이다.


인스타그램은 초창기에 한창 즐겨했지만 이내 화려하고 남에게 보여줄 만한 이미지가 대세가 되면서 왠지 내가 생산해 내는 이미지는 딱히 보여줄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어느 순간 지인 근황 확인용으로만 쓰고 있었다. 나는 남에게 보여줄 만한 화려한 일상을 살고 있지도 않고 특별히 꾸준히 올릴만한 전문분야도 없었다.


블로그에 육아나 독서 기록을 한창 열심히 하다가 뭔가 정보성 광고와 의미 없는 이웃수 늘리기 홍보 블로그에 지쳐갈 때쯤 나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브런치라는 곳을 발견했고 우연히 정착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왔다. 특히 휴직중일 때는 매일같이 글을 써댔다. 어디선가 사람이 우울할 때는 글을 쓰고 싶어 진다,는 글을 봤는데 굉장히 공감이 갔다.


내가 한창 브런치에 매일같이 글을 쓰던 시절이 아마 내 인생 가장 우울한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내 인생에 나는 사라지고 발달이 느린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서 그 아이를 어떻게든 정상으로 이끌어보고자 온 마음과 정성과 영혼까지 다 바쳐서 노력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브런치에 내 마음과 솔직한 감정을 토해내고 나면 약간의 진정효과가 있었고 간간이 달아주는 공감댓글도 단비처럼 힘이 되곤 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쓰는 건 불편해서 노트북을 따로 켜서 사이트에 들어와서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품이 들고, 요즘 같은 스마트한 세상에 PC를 켠다는 것 자체가 사실 귀찮아질 때도 있다.


글로 오롯이 내 감정과 생각을 토해낼 플랫폼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치유 효과가 크다고 해야 할지, 브런치를 통해서 내가 어떤 수익을 낸 것도 아니고 진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복직하고 나서도 부지런히 글감을 찾아내고 틈이 날 때면 브런치에 글을 써보고자 애를 썼다. 브런치작가라는 타이틀도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유지하고픈 욕구도 있었다.


그런데 스레드라는 플랫폼은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강력한 힘을 가진 곳이었다. 이미지보다는 글이 우선시되는데, 물론 이미지를 올리는 사람도 넘쳐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값은 글이다. 하지만 글의 길이는 굉장히 짧아도 상관이 없다. 길게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짧은 서너 줄의 생각, 단상, 철학, 육아관, 경제관 등 세상의 온갖 생각들이 존재하는 듯했다.


일단 글을 써서 올리는 과정이 굉장히 단순하고 짧은 시간이 소요되며 그리고 글에 대한 반응이 순식간에 달린다. 어떤 글은 그냥 넘어갈 때도 많지만 노출이 많이 되는 글은 순식간에 수천, 수만 명이 보는 것 같다. 굉장한 힘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계속 쓰고 싶어진다. 아무 글이나 막 써서 올리고픈 욕망에 시달리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아무 상념이나 떠오르는 대로 써서 올렸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단점이 존재한다. 비난의 댓글도 가감 없이 달린다. 조금만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지막지하게 공격한다. 익명의 아이디 뒤로 숨어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의견을 비난조로, 비꼬는 말투로, 때로는 대놓고 표현한다. 몇 번 별생각 없이 올린 글에 무지막지하게 비난성 댓글이 달려서 굉장히 당황하고 당장 삭제해 버렸다. 그냥 올린 글인데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고 그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스타그램만큼이나 자기 자랑이 넘쳐나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나와 직업과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어서 세상에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도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과 글들이 자극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가 되기도 하고 약간의 위로가 될 때도 있다.


몇 번의 악성 댓글을 경험하고 나서는 조금 방어적으로 올리게 되긴 했지만 몇 번 글을 올릴 때마다 반응이 빨리 와서 엄청난 도파민을 자극한다. 괜히 계속 아무 글이라도 써서 올리고픈 욕구에 시달리게 되었다. 연휴 때부터 해서 일주일간 쓰레드에 중독돼서 지냈다. 브런치 생각도 안 났다. 그 사이에 브런치에 올릴 만큼 긴 글을 쓸 자신도 없어졌다.


이제는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안 켜고 맨 처음 보는 게 쓰레드다. 이제 쓰레드가 새로운 대세 플랫폼이 되려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브런치는 내 마음의 고향이자 친정같은 곳이다. 쓰레드는 글의 호흡이 짧기 때문인지 몰라도 앞뒤 맥락이 다 잘려져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때로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을 요구하고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기도 한다. 그런 댓글들에 일일이 리액션해 주면서 내 상황과 처지를 설명하고 납득시켜 보려다가 그냥 포기하기도 했다. 지치고 기 빨리는 순간들이 될 것 같아서다.


쓰레드 자체는 매력적인 공간이 분명하지만 브런치는 왠지 1 급수 상류 청정지역이라고 해야 할까, 공감과 위로가 더 우선시 되는 느낌의 곳이다. 그래서 떠나고 싶지 않다. 언제든 돌아오고 싶다.


스레드에 푹 빠져서 정신 못 차리다가도, 호흡이 긴 글로 장황하게 나를 표현하고 싶을 곳은 브런치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쓰레드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잠깐의 외도가 될지 장기적인 떠남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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