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길리 트라왕안으로 간다. 길리 트라왕안은 발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다. 발리도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길리는 더 작은 섬이다. 얼마나 작은가 하면, 이 섬에는 자동차가 없다. 걸어서 한 바퀴를 돌면 구글지도 기준 2시간 정도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건설용 자재 같은 무거운 걸 옮기기 위해 세발 오토바이 같은 게 간간이 지나가긴 했다.
그래서 길리는 자전거와 마차가 주 이동 수단이다. 짐이 많거나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마차를 탈 수 있다. 마차는 1회에 만원쯤 했는데 택시를 생각하면 거리도 짧은데 상당히 비싸게 느껴지지만, 말에게 줄 먹이값이라고 생각하고 지불했다. 지금까지 발리 여행하며 비싸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서비스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했다. 다 저렴한 인도네시아에서 그나마 비싼 발리에서 그중에서도 좀 더 비싼 길리의 마차였다. 캐나다에서 우습게 7만 원이 넘어가는 택시나 우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건데도 금방 발리 물가에 적응했나 보다.
리조트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리조트에 딸린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첫 식당을 제외한 모든 식당이 그랬듯 야외였고, 해변에 있었다. 생각보다 비싼 택시비에 놀란 우리는 솥뚜껑을 보고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메뉴를 대충 보고 혹시 너무 비싸면 일어나기엔 장인 장모님과 다 같이 움직이기는 번잡스러웠고 그냥 먹기로 하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곧 후회했다. 음식이 나오자 파리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연신 손 부채질을 하며 먹는 우리를 보고 직원들이 촛불을 여러 개 갖다 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반 정도 먹고 남긴 반은 파리가 먹게 음식을 두고 바다로 향했다.
바다에 가서 거북이를 찾아다녔다. 발리 본 섬에도 갈 곳이 많은데 굳이 배를 타고 작은 길리에까지 온 건 순전히 거북이를 보기 위해서다. 리조트도 거북이 서식지 해변 근처로 선정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리조트 앞에서 빌려서 바다에 뛰어들었다. 거북이는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이었다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거북이는 유유자적 얕은 물에서 깊은 물까지 다녔다. 우리는 수영이 서툰 장인어른, 장모님께 거북이를 보여드리려고 거북이가 얕은 물에 있을 때를 노려 다급하게 불렀다. 급하게 나오느라 방수팩을 챙기지 못해서 일단은 눈에만 담았다. 거북이는 저보다 몇 배는 큰 생물이 옆에서 자기를 구경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제 먹을 걸 먹고, 제 갈 길을 갔다. 물론 나는 거북이가 아니기 때문에 거북이가 우리를 신경을 쓰는지, 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금 가까이서 보고 싶기도, 거북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기도 한 마음이 부딪혀 애매한 거리에서 한없이 지켜봤다. 정확히는 한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여행 시간도 체력도 한없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거북이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쪼리를 끌고 숙소에서 소금기를 씻어내고 나니 노곤했다. 한숨 자고 싶지만 해 질 녘을 놓칠 수는 없기에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섬의 서쪽에는 빈백을 죽 깔아 두고 라이브를 연주해 주는 바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은 역시 늘 먹던 걸로 “사뚜 빈땅, 사뚜 사떼”. 노을 맛집이라기엔 생각보다 음식이 맛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나니 기온도 내려가고 낙원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낙원에 모기가 침범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