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마데우스'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
커튼콜. 그리고 공연장을 나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도 잠식된 채 눈물이 고여있던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지 않나 싶다. 단순히 '가엾다, 불쌍하다, 안타깝고 안쓰럽다' 이 감정들로 인해 눈물이 났던 게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무언가였다.
배우가, 작가가, 또 연출가가 그려내는 '모차르트'가 너무나 처절하고 기구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살리에리'가 너무나 간절하고 처량해서. 이들이 너무도 치열하고 애달파서. 그래서인지 이 공연은 끝나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것은 많이 없다. 기껏해야 줄거리를 읊을 수 있는 정도. 그 외에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나 마음을 울린 장면을 묻는다면 나는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공연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긴 했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배우의 어떤 표정에서, 어떤 대사에서 정동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그들의 운명과 삶을 나 또한 받아들여버린 후부터 지속되던 먹먹함이 한량없이 차올라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 눈물로 나온 것뿐이다. 누군가의 생애를 지켜본다는 건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하나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상 그 순간 그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담담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공연에서 느낀 것들을 글로 옮기는 일을 자꾸 미루고 있다. 아니, 어쩌면 두렵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생히 간직하고 있는 감각과 감정들을 내가 골라내는 단어 하나에, 막무가내로 지어내는 문장 한 줄에 가둬버리는 느낌이라. 그러나 어떤 황홀한 단어도, 그 단어들로 수놓아진 어떤 화려한 문장도, 내가 느낀 것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무형의 실체에 억지로 이름을 붙이고, 정의 내리는 과정들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