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와 비밀번호

우리들의 발라드

by 다자녀 디자이너

아이디는 기득권 비밀번호는 세상인심과도 같다.

좋은 아이디는 고갈되었고 비밀번호는 점점 더 어렵고 팍팍해진다. 기존에 쓰던 비번 가지고는 안 돼서 더 길고 특수문자까지 써서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제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양자 컴퓨터로 해킹을 하는 시대가 오면 대체 비번을 몇 자리 이상을 만들어야 할까?


X세대인 나는 아직 인터넷이 블루오션이던 시절 처음 이 신문물을 접한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만 해도 어지간한 알파벳 조합 만으로 아이디를 만들고 비밀번호는 4자리만 요구되곤 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사이트를 가입하다 보니 내가 쓰는 아이디가 선점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뭔가 조금씩 바꿔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게 많아지다 보니 기억력으로만은 관리가 안 되는 것이었다. ㅜㅠ


30년 전부터 인터넷을 쓰던 나도 이런데 요즘 아이들은 쓸만한 아이디가 과연 있을까 했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면 웬걸..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들이 많다. 순전히 시각적으로만 비슷하게 생긴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해서 의미 있게 만들거나 묘하게 자음 모음을 나열하여 읽다 보면 결국 이름과 비슷한 소리를 내게 하거나..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면 또 새로운 가능성과 변수가 생겨난다는 것이 역시나 놀랍다. 어떠한 열악한 환경이 닥쳐와도 방법을 찾는 게 인류이고 세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아이디를 너희들은 어떻게 기억할 수는 있는 거니?


기억이 안 나면 결국 아이디/비번 찾기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 본인 인증이란 걸 하지만 그것도 없던 시절엔 방법이 몇 가지 있긴 했는데. 결국 또 다른 기억에 의지하는 방법들이었다. 예를 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혹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다던가, 별명 혹은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묻는 식의 가족의 이름은 개인 신상정보를 털면 알 수 있는 것이니 설문을 미리 하여 나중에 대조하여 비번을 조회하게 한다는 것이었는데.. 전혀 쓸모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유럽이었나 제주도였나? 그때그때 다를 수도 있는.. 그걸 기억하느니 그냥 아이디를 기억하고 말지..-_-


다양성과 자유를 표방하는 힙합이 대중문화를 파고들고 인터넷이 열리며 우린 가장 첨단을 달려가는 영원한 신세대인 줄로만 알고 청춘을 지나왔건만 어느새 나는 이제 구세대 젊은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기득권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죽으면 나의 tall**y 라는 아이디는 말소되어 공석이 되는 것인가? 기득권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던 우리 세대도 당시 기성세대를 꼰대라며 뒷담화가 일상이던 시절을 보내긴 했었지만 요즘처럼 불과 삼촌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들까지 특정하며 영포티? 대 놓고 협오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우리의 역사는 또 어떤 반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의 발라드

'야윈 두 손엔 외로운 동전 두 개뿐'이라는 말과 '비밀번호 486'이 대체 무슨 뜻인지 AI에게 묻지 않으면 알 길이 없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그 시절 그들의 부모들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불렀을 노래를 소재로 경연을 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 적이었다. 옛날 감성을 요즘 젊은 목소리로 듣는다? 단지 신인 가수를 발굴하겠다는 목적을 넘어선 세대의 벽을 낮출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만들어낸 너무도 참신한 기획이었다. 부르는 아이들도 부모 세대의 심사위원들도 같이 눈가가 촉촉해지던 굳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의 순간이 많았다.


우릴 사로잡던 젊은 날의 춤과 멜로디를 잠시 스쳐가는 열병이라 누가 그랬던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은 그 시절 못다 한 마음과 더 짙은 그리움.. 노랫말을 따라 마음은 전이되고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이룬다. 맞다 우리는 결국 모두 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