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지속이 가능한 관계를 고민

by 키 큰 나무의 마리



"옷 좀 크게 입지 말고 몸매가 드러나게 입거라!" 시어머니께서는 뵐 때마다 내 모양새에 대해 말씀(잔소리)하신다. 13년 동안 끊임없이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설교하시는데 돌이켜보면 매번 다른 모습을 바라셨다. 첫 만남 때는 남자처럼 짧던 내 머리를 길러서 스튜어디스처럼 묶고 정장만 입으라 하시더니 한때는 깜찍하게 노란색으로 염색하고 짧은 치마를 사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형님들처럼 숏단발로 자르고 몸에 붙는 옷을 입으라고 하셔서 내 입장과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크게 노여워하셨다.

"어머니, 아이들과 뛰어놀려면 편하게 입어야 해요."

"아이고~ 핑계도 많네! 그렇게 입으니깐 그렇게밖에 못사는 거다!"

"이렇게 입는다고 그렇게밖에 못살지는 않아요!"

대화가 길어지면 불편한 언쟁으로 번질 것 같아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동안 이외에도 속에 쌓인 체증의 말이 그득해서 되도록 멀찌감치 시어머니와 떨어져 있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별별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집에 가고 싶다..." 시댁에만 오면 처지는 아내에게 남편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지만 그게 잘 안된다. 하는 일마다 느리다며 눈총을 받고 쓸데없는 말이 많다며 핀잔을 듣는데 점점 무기력해진다. 나름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인정과 존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너무 서글프다. 미련한 나는 13년 동안 스치는 말들로 마음에 무수한 생채기를 냈는데 아마 시어머니께서는 다 잊으셨겠지? 왜 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흘려보내지를 못할까? 생각해보면 비단 시어머니뿐만은 아닐 게다. 어린 날의 부모님에게 그리고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서 줄기차게 상처받고 달아났었다. 그런데 내게 가족은 도망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거기다 엄마를 보고 배우는 아이들도 있어서 더 단단해질 필요를 통감한다.


화는 시간이 지나면 반성이 된다. 나 역시 부정적으로 듣고 오해와 미움을 쌓아왔는지 또 그동안 분명하지 못한 태도로 얼버무리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비록 내 꼴이 그지 같아 부끄럽더라도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 맞춰왔을 테니 이런 모습의 나라도 좋다. 어찌어찌 40세가 되어보니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 애쓸수록 내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관계가 무서워 서툴지만 이제 나라는 사람부터 그리며 써보려 한다. 우선 내 안에 내가 있어야 건강한 만남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답을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할지 몰라 복잡한 심경에 도서관에 가서 한동안 보지 않던 심리책을 빌렸다. 그때는 너무 자주 읽어서 뻔한 말 같았는데 오랜만에 넘겨보니 제법 위안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