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최근에 필자는 마무리하던 연구를 한 달간 의도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대신에 그 시간 동안 논문을 구성하는 논리 구조에 대해서 아주 깊은 고민을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깊은 고민이란,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보며 그것이 옳고 그른지 판별해내는 작업이었다.
과학적 문장은 간결하지만 때로는 복잡한 구조를 함의하고 있다. 이를테면 “A가 참이라면, B 또는 C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성립한다”와 같은 식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가정과 그에 뒤따르는 결론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세웠던 가정이 적합한가를 들여다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무심코 타인의 논문 속 한 줄을 인용했다면, 그 의미에서 왜곡된 것은 없는지 세심하고 면밀하게 살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의 깊게” 가정들을 분석하다 보면, 이러한 생각들은 기본적인 원리들로 수렴한다.
깊은 생각을 한 차례 하고 나면 보통 나의 초고는 형편없는 글처럼 느껴진다. 오류까진 아니더라도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결론을 섣부르게 주장하는 단락도 눈에 밟힌다. 자신이 쓴 글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게 되면 드러나는 약점들이 꽤나 만족스러운 면이 있다. 몇 차례의 윤문과 수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의 최신 지견들은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점을 의식적으로 경계한다. 본인이 생각한 이론적 틀에 방대하고 복잡한 현상에 대한 설명을 욱여넣다 보면 과한 주장을 펼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다 보니, 주장이 타당한 범위와 그 주장이 위배되는 조건과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다시 나의 글을 고치려 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최적의 형태에 가까워진다. 오늘날에는 빠른 사이클과 출판에 대한 압박 속에서 한 문제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시의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뛰어나게 강건한 연구는 본인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해당 분야의 탐험되지 않은 영역을 얼마나 많이 방문해 보았는가로부터 나온다. 설령 나아간 방향이 옳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접근이 왜 부적합한지를 알고 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결론에 도달한다.
빠르게 생각을 순환하는 와중에도, 때로는 잠깐 멈추어서 깊게 생각해 보기를 권장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