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낭만, roman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상이자 미덕 중 하나인 것처럼 여겨진다. 매일매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낭만은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탈구속적이고 매력적인 가치로 다가온다. 그럴 듯한 식사, 좋은 사람과의 만남, 취향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 혹은 보편적이지 않은 가치를 좇는 것. 우리가 ‘낭만’적이라고 여기는 속성의 층위는 다양하지만 앞선 사례를 보면 낭만적인 것은 대체로 감미로운 무엇인가로 여겨지는 듯하다.
낭만의 속성은 감성적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오히려 낭만은 현실적이지 않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무용한 대상을 좇아 달려가는 것은 그런 까닭에 낭만적이다. 유용하나 당장 현실로 다가오기 힘든 길을 걸어가는 개척자는 그런 까닭에 낭만을 실천하는 자이다. 낭만의 속성에 대한 이전의 질문을 반추해 보면, 이런 맥락에서 낭만은 감성과 이성의 축과는 수직한 속성인 것이다.
필자가 연구자로서 작은 습작들을 여럿 남기면서도 근본적인 과학적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느린 발자국을 내딛는 것은 그런 까닭에 낭만적이다. 필자가 퇴근한 이후에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꽤나 준수한 식사를 준비하여 그럴듯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모습을 보았다면 그 역시 낭만인 것이다. 수십 년 전 사람의 인터뷰를 보고 향수를 느끼고 마음 한구석이 흐뭇하다면 그것 또한 낭만적인 것이다.
무용한 것과 유용한 것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와서, 타인의 선택에 대해 낭만적이라는 말로 표면적인 칭찬을 남길 때, 그의 선택을 무용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근원이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낭만은 우리가 성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나무에 달린 과실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바닥 곳곳에 숨겨진 보물 쪽지 같은 것에 가깝다. 타인의 낭만적 선택에 대해서 그가 보물을 찾았음에 기뻐해줄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