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여섯] 쌓여가는 것들에 대하여

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연구실에서 보낸 어느 하루의 끝, 나는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루 종일 반복했던 실험들이,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이 순간 쥐고 있는 데이터, 조심스럽게 작성한 코드, 논문 한 귀퉁이에 남긴 주석 하나까지—이 모든 것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다음을 만들고, 결국 의미라는 이름의 구조를 이루게 되는가.


과학은 결과로 말하지만, 그 내부는 누적의 세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층위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문장, 하나의 그래프, 하나의 논문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구조 안에서 단 하나의 판단 미스, 사소한 오차, 기록되지 않은 조건 하나가 전체의 정합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 게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획된 ‘순차적 쌓기’가 필수다. 기초 자원을 모으고, 도구를 제작하고, 정제를 거쳐야만 비로소 높은 단계의 구조물이 가능해진다. 어떤 단계를 생략하면 이후의 모든 작업은 좌절된다. 이 점에서 과학은 꽤 닮아 있다. 최종 결과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기초 단계에서의 오류가 있다면—예컨대 변수 설정 하나가 잘못되었다면—그 결과는 결국 무너질 운명이다.


이건 단순한 기술적 조심성이 아니다. 이건 연구자로서의 존재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연구 초기에 한 번, 아주 사소한 데이터 정리 실수로 인해 멋진 결과를 얻게 되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기뻤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실수를 발견했을 때, 나는 기쁨이 아니라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잠시나마 그 ‘좋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던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누적은 단지 양의 축적이 아니다. 그것은 판단의 정합성과 맥락의 기억, 그리고 끊임없는 되짚음의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완벽한 기억력도, 전지적인 시점도 없다. 그래서 연구는 언제나 ‘과거의 나’와의 대화다.

그때 왜 그 조건을 선택했는가? 왜 그 순간, 그것을 ‘맞다’고 믿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지금 얻은 결과도 미래의 발판이 되지 못한다.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일상은 대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에서 시작된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왜 이 말이 마음에 걸리지? 왜 어떤 사람의 눈빛이 오래 남는가?

그 질문 하나가, 나를 내가 쌓아온 구조로 되돌아가게 한다. 그때 나는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감추었는가. 그 답을 향한 여정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정직함을 구성한다.


연구도, 삶도. 조금씩 쌓인다.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기억과 기록, 해석과 해석의 틈 사이를 조심스럽게 디뎌 나갈 때, 우리는 하나의 구조를 세운다. 그것은 아주 작고 느리며, 어쩌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누적들이 모여, 언젠가 누군가의 탐색을 위한 발판이 된다.


그래서 나는, 과학을 사랑한다. 그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나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기록한 문장, 설계한 실험, 고민한 가설은 내 연구실의 바닥에만 남지 않는다. 어떤 이가 그 위에 또 다른 질문을 올릴 것이고, 또 다른 해석을 시도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좋다.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 정확함을 위해 끝없이 의심하고, 되돌아가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 구조의 겸허함이 좋다. 작은 한 발자국을 더 내딛을 수 있도록 흔쾌히 어깨를 내어준 거인을 향해 감사함을 표하는 이유이다.


당신도 지금, 어떤 작은 태스크를 반복하고 있는가. 일상에서, 업무에서, 혹은 마음속에서. 지금 그 작은 단위들이 쌓여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더라도, 그 누적이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음을 믿을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 이 구조를 살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