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다섯] 반복에 대하여

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손길은 전날과 다르지 않다. 분쇄된 원두를 숟가락으로 떠서 커피 메이커에 붓고, 물의 양을 익숙한 눈대중으로 조절한다. 몇 분 후, 풍겨오는 향기와 온기가 어제와 흡사하게 오늘을 시작하게 한다.

우리는 하루를 반복 속에서 시작하고, 익숙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며, 늘 하던 길로 출근하고, 비슷한 고민으로 하루를 마친다. 그것은 게으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안정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구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실험의 반복은 연구자의 일상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장비를 점검하고, 시약을 섞고, 데이터를 기다린다. 그러나 반복은 그저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찾기 위한 의식(儀式)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연구에서의 반복은, 처음과 같아 보이지만 결코 같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측정기의 온도, 시료의 농도, 실험자의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모든 것이 변수를 품고 있고, 반복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통제하거나 감지해낸다. 그래서 반복은 단조로움이 아니라, 차이의 스펙트럼을 밝혀내는 렌즈다.


반복은 동일한 것의 복제가 아니라 차이의 드러남이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오류가 반복 속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그 오류는 마침내 하나의 통찰이 된다. 아무리 작은 실수도 여러 번 반복되면 구조가 되고, 그 구조는 질문을 낳는다.

왜 이 조건에서는 항상 실패할까?
왜 이 수치는 늘 평균을 벗어날까?

반복은 실패의 패턴을 ‘우연’에서 ‘의미’로 바꿔주는 다리다. 우리는 그 다리를 건너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새로운 설계를 다시 반복한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반복은 단지 행동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측정 장비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할 때 우리는 일정한 기준값과 결과를 계속 비교한다. 그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준에 어긋난 결과가 나오면 실험자는 멈춘다. “무언가 달라졌다”는 직감은 반복된 기준의 내면화에서 온다.

이처럼 반복은 내면의 기준을 정비하고, 그 기준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감지하게 한다. 그것은 일종의 무의식적 측정이다.


나는 이 반복의 구조가 삶에도 있다고 믿는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행위, 같은 길로 출근하는 행위, 반복되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사실 그 안의 ‘달라진 점’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차다, 커피가 덜 진하다, 친구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삶의 변화는 반복 속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삶을 곱씹고 되돌아보는 이유도, 그 작은 차이를 포착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반복은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과거’를 현재에 다시 불러오는 장치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말투, 냄새, 공간이 불현듯 과거의 시간을 소환하는 것도 바로 그 ‘반복된 자극’ 덕분이다. 기억은 반복 위에 쌓이고, 감정은 반복 속에서 물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같은 문장을 고쳐 쓰며, 같은 노래를 듣는다. 하지만 그 안에선 어제와는 다른 나, 어제와는 다른 의미가 피어나고 있다. 반복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때로는 부드럽게 무너뜨리며, 다시 나아가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생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복은, 같은 듯 전혀 같지 않다. 그리고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과학의 시작이자 삶의 깊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