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걸 알게 되면 요리도 잘하냐고 물어온다. 사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겁은 없다. 요리책과 네이버를 선생님 삼아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유식을 만들고 건강한 간식을 위해 홈베이킹을 했다. 자격증 하나 없고 나만의 특별한 레시피도 없다. 네이버에서 위에 검색되는 인기 있는 레시피를 찾아서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드는 정도다.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다.
신혼 때는 김밥하나 준비하려면 아침 먹은 남편이 출근하고 그걸 치우고 바로 준비해서 저녁 퇴근에 겨우 먹을 정도로 속도도 실력도 없었다. 김밥 이야기를 하나 더하자면 첫아이 소풍에 무슨 바람인지 우리가 먹을 도시락과 어린이집 선생님들 김밥을 같이 준비했다. 그때는 이런 도시락이 당연시되기도 했지만 처음 가는 소풍이라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남편이 도시락에서 하나 꺼내 먹더니 밥이 제대로 안 익었다는 거다.
밥은 밥솥이 하는 건데 난생처음 10줄을 싸다 보니 물의 양을 잘못 맞춘 것 같다. 아이가 어려서 부모 동반 소풍이라 너무 민망했다. 선생님들은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하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선생님들도 극한직업이다. 사실 나처럼 모양은 그럴 싸 하지만 맛없는 도시락을 먹고 감사를 전하려면.. 지금은 시간이 지나 김밥은 정말 간단하게 준비하는 주부가 되었다.
식단을 준비해서 장을 보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는 아들이 좋아하는 순살 찜닭과 남편의 닭개장을 할 예정이다. 찜닭은 몇 번 해보니 시판 양념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집에서는 건강한 재료로 하다 보니 맛이 살짝 2%로 부족했다. 그래서 사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양념장을 사보고도 안되면 포기하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맛이 났다.
남편은 닭볶음탕을 좋아하는 반면 아이들은 찜닭을 좋아해서 요즘은 돌아가면서 한다. 닭볶음탕은 내가 100% 수제로 만든다. 이상하게 간장과 고춧가루의 차이인데 맛이 극과 극이다. 빨강 닭볶음탕은 사서 먹는 것처럼 맛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도 엄마처럼 계량이 아닌 이것 조금, 저거 약간으로 간을 맞추어가고 있다. 요즘은 그래도 조금씩 계량을 하려고 수저를 기준으로 하고 계량컵도 쓰는데 중간에 간을 보다 보면 기록해야지 하는 마음을 잊는다.
내일 오전이면 오아시스에서 주문한 것들이 도착한다. 나를 위한 사과와 오이, 남편과 아들을 위한 닭다리살 등 택배를 받으면 닭개장 한 냄비를 끓여두고 순살 찜닭도 만들어야겠다. 시간이 걸리지만 크게 스킬이 필요하지 않은 두 가지 음식.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남편은 국을 좋아해서 국이 있으면 다른 반찬을 별로 필요하지 않다. 식비를 조금 아껴 보려 하면 엄마는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데 그냥 아끼는 것만 목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밥 하는 게 많이 어렵거나 싫지는 않다. 요리하는 건 좋은데 설거지는 싫다. 사실 이것저것 집에서 바쁘지만 매일 출근하거나 시간에 쫓기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집밥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