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책 <돈의 규칙> 그리고 다큐 <돈의 얼굴>
※이 글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와 이어진 글입니다.
[1부]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링크
-돈의 구매력, 당신의 월급은 진짜 올랐을까
-인플레이션, 언제까지 지속될까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가 된다.
-화폐발행자가 되어야 한다.
-화폐발행자가 되는 법, "레버리지"
-빚, 그 양면성에 관하여
[2부] 비트코인은 미래 화폐 대안이 될 수 있나
-비트코인은 돈이 갖춰야 할 5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책 <돈의 규칙>
"멘탈이 전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처리형"이 쓴 책이다. 기존의 관념과 다른 개념으로 돈의 본질을 분석한 내용이다. 저자는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 글을 썼다고 했다. 덕분에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EBS 다큐 <돈의 얼굴>
EBS에서 제작한 6부작 다큐. EBS 다큐 <자본주의>가 돈의 이론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다큐는 금리, 인플레이션, 빚 등이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거시적인 것에서 미시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다.
[다큐 구성]
1부. 돈을 믿습니까
2부. 이자 굴려드립니다
3부. 돈이 떨어졌습니다
4부.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5부. 코인, 타셨습니까
6부. 고급 정보 드립니다
책과 다큐에서 갈리는 부분이 "비트코인"에 대한 관점이다. 다큐는 중립을 최대한 유지하며 내용을 구성했지만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가 될 수 있다 측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느낌이었다. 반면 책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저자 의견이 명확했다.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은 돈이 갖춰야 할 5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비트코인이 미래화폐가 될 수 있다는 근거 중 하나는 돈의 속성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갖춰야 할 5가지 속성](금과 비교)
1. 내구성
금은 각종 재난, 사고 등으로 손상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전 세계 모든 통신망이 일시에 중단되지 않는 한 네트워크상에서 영원히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다.
2. 휴대성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기에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아무것도 휴대하지 않아도 전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게 가능하다.
3. 분할 가능성
비트코인은 1억 분의 1까지 어떠한 노력 없이 균등하게 나눌 수 있다.
4. 인식 가능성
진짜 금과 가짜 금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다. 반면 비트코인은 위조, 복제, 변조가 불가능하다.
5. 희소성
금은 높은 생산비용이 들며 매년 1.5%~2% 새로운 금이 채굴된다. 수요에 대한 공급이 탄력적이다.(가격이 오르면 생산량도 늘어난다.) 비트코인은 생산량이 철저히 제한되어 있어 수요에 대해 탄력적이지 않다. 한정된 수량이므로 경쟁자가 늘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 심지어 채굴 가능 수량은 4년마다 한 번씩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추가적 장점*
1. 탈중앙성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다. 누군가의 의지로 파괴하거나 공급량을 늘릴 수 없다.
2. 검열 저항성
금, 상품 등은 중개인이 있다. 국가와 은행이 필요하면 내 통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비트코인은 신용을 결정할 제3자가 필요 없기에 누구의 허락도, 통제도, 검열도 받지 않는다.
3. 안전성
비트코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비트코인 지갑 암호만 있다면 전 재산을 지닌 채로 전 세계를 돌아다녀도 빼앗길 위험이 없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탈중앙성"
다큐에서는 전자화폐 발명가 "데이비드 차움"이 나온다. 그가 쓴 논문 제목은 이렇다.
"빅브라더를 무력하게 만드는 카드시스템"
우리가 돈을 송금할 때는 은행이, 카드를 쓸 때는 신용카드사가 관여한다. 은행은 필요하면 우리의 통장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현 경제시스템 속에는 개인의 거래를 모두 지켜보고 관여할 수 있는 "빅브라더"가 있다. 그리고 결국 이런 거래들을 통해 이익을 보는 건 "빅브라더"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반발 속 "완벽히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이 만들어졌다. "탈중앙화"란 게 어떤 것인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다큐에서 예시를 든 건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 국민 대다수가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국가가 통화정책을 펼 수가 없다. 국가의 힘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다큐에선 은행이 통제권을 갖기 위해 신권을 발행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사례를 보여준다. 대차게 말아먹었지만 결국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하고자 한 건 "국민을 금융시스템 체제하에 두는 것"이었다. 통제력을 갖고자 한 것이다.
솔직히 국가가 제대로 정책을 펼친 경우가 있었나.. 싶다. 그러나 만약 비트코인 거래에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투기 현상이 일어났을 때 통제할만한 힘이 없다면? 기축통화가 아닌 지금이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인 상황이면 지금 이대로 괜찮다 할 수 있을까. 우린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고 그렇기에 "탈중앙성"의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 예상할 수 없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은 두려움으로 번지고, 현 경제 시스템의 기득권자들은 이를 이용해 현 시스템을 유지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투기 상황에서 이를 중재할 곳이 없으면 피해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오히려 빈부격차가 더 빠른 속도로 커지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에서 언급한 돈의 속성 중 하나 "희소성"에 대한 이야기다.
비트코인은 약 4년마다 반감기를 가지며 생산되는 양이 절반씩 줄어든다. 수요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공급이 절반이 되니 비트코인의 생산비용은 4년마다 2배씩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가치가 오르고 가격이 상승한다. 그렇게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이 증가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공급을 증가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비트코인의 가치 역시 함께 증가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2140년경 최대수량인 2,100만 개에 도달하면서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다.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면 생산비용이 무한대가 되며 자체적으로 품을 수 있는 가치 역시 무한대가 된다. 따라서 모든 것의 가격을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치가 곧 비트코인의 가격이라고 하면, 얼마가 가격이 되더라도 그 가격은 거품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책 <돈의 규칙> 中
나는 비트코인 "투기 상황"에서 통제할 기관이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화폐와 달리 생산 비용이 있고 공급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면 가치도 무한하기에 사회적 합의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적 합의치가 거품 가격으로 매겨지기 어렵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이는 다큐에서 비트코인의 한계로 언급한 "확장성(달러, 유로 등 다른 화폐 변환의 어려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만약 미국 연준이 화폐를 비트코인처럼 디지털화해 버리면? 민간 화폐인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다큐에선 나이지리아의 한 자동차 중개인이 나온다. 이 자동차 중개인은 달러와 비트코인으로 주로 거래한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화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중간에 환전을 하게 되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여러 나라와 거래 시 환율/수수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에서 만든 전자화폐 e나이라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와 나이지리아 화폐를 비교할 순 없다. 그럼 다시 돌아와 만약 달러가 비트코인처럼 전자화폐가 된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민간화폐인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잃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달러는 폭주하는 기관차다. 기축통화란 이유로 신용도가 보장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비트코인은 달러 대비 안전자산이다. 달러 보유량이 높은 다른 나라들도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며 점차 미국을 견제할 수 있다.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편하며 환율과 수수료 이슈가 없는 비트코인으로 점차 몰릴 수밖에 없다. 어쩌다 보니 투기성 수단이 되어버렸지만 장기적으로 그 가치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에 따른 무한한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낸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수요에 따라 무한하게 공급(화폐 만들어내기)이 되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빚을 함께 지는 구조가 되었다. 비트코인은 이와 달리 수요에 따른 공급변동성이 적다. 지금 비대칭적 구조를 해소할 대안이라고 본다.
다만 보안의 문제(해킹 위험)나 채굴 세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근데 비트코인이 만들어진지 이제 15년 정도다.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도 아직 많지 않다. 비트코인 가치가 인정될수록 사용자 수는 늘어날 것이고 이런 문제들은 점차 해결되어 갈 것이라 본다. 시간의 문제일 뿐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에 대한 논의도 심도 깊게 이뤄지는 날이 올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