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경제 끼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mi May 29. 2024

금융위기 다시 올까

[서평] 위기의 역사

※ 책 "위기의 역사" 내용을 참고하여 개인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책 [위기의 역사]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4번의 위기 원인을 다룬다.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분명한 건 초보자도 이 책을 읽으면 전체적인 숲을 볼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분께 감사하다. (저자분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한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이다.) 이 책은 전자책이 없어 빌려봤는데 한 번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구매했다.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1편] AI 버블은 이미 시작됐다 링크
[2편] 금융위기 다시 올까(현재글) 
[3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링크


2008년 금융위기, 무엇이 문제였나


책 "위기의 역사"는 4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다룬다.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다. 위기의 역사를 쭉 돌이켜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낙관론', '버블' 그리고 '급작스런 환경 변화'다. 외환위기는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닷컴버블은 온라인 산업 성장으로,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가격 상승으로, 코로나19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겠지라는 각각의 낙관론이 버블을 키웠고 미국 금리 조정과 같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버블'은 한순간에 혹은 줄줄이 무너진다.


저번 글에서는 닷컴버블과 현재 AI 상승세를 연관 지어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에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다음 주제인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위기의 역사를 한 단면으로만 보지 않았단 점이다. 경제는 얽히고설켜있다. 2008년 금융위기 또한 그렇다. 보통 금융위기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원인으로 꼽지만 이 책에선 '글로벌 불균형', '디레버리징', '총수요&총공급' 측면에서도 원인을 분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닷컴 버블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높아지고 주택가격이 높아졌다. 은행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늘렸고 모기지 회사는 상환 능력 여부에 따라 등급을 매겨 상품을 만들었다. 그 상품은 신용평가사, 보증사가 신용을 보장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자 주택가격은 하락했고 연체율이 늘었으며 시중에 돈이 부족해졌다. 은행, 신용평가사, 보증사가 줄줄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디레버리징]

미국 금융사는 파산을 막기 위해 현금 유동성을 늘려야 했고 외국에 흩어져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해 달러를 확보하려 했다. 신흥국(일명 브릭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수출이 늘어나며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기에 미국 금융사의 자산 매각은 신흥국에 특히 영향을 주었고 자국 내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글로벌 불균형]

신흥국은 수출이 확대되며 늘어난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였고 이것이 미국 내 달러 유동성을 높이며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 수출이 확대될수록 미국의 무역적자는 높아졌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각 신흥국 통화 가치를 올리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는 미국 달러 가치 급속한 하락을 야기했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총 수요&총 공급 관점]  

총 수요/총 공급 관점에서 미국 금리 상승으로 총공급은 그대로인데 총수요는 줄어드는 결과를 야기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요국이다.) 이를 신흥국, 특히 중국이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여 채우면 좋았겠지만 중국 또한 대지진으로 내수 시장 활성화가 어려웠다. 신흥국 또한 디레버리징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며 내수 소비가 위축되었고 총수요를 감당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총공급에 비해 총수요가 줄어들자 각 기업은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다시 찾아올까?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신흥국과 미국과의 관계(원자재 가격, 무역적자, 관세 정책), 신흥국 내수 정책, 미국 주택가격, 미국 금융 시장 추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올 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역사의 과정을 토대로 위험 상황인지 아닌지를 가늠해 볼 순 있다. 그래서 나는 2008년 금융위기에 영향을 준 원인들을 토대로 현 상황을 파악해보려 한다.  


1. 미국 무역적자  

미국의 지난 3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 폭을 유지했다. 24년 3월 기준 694억 달러. 2022년 3월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이어오다가 23년 하반기 이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 멕시코는 약 20%로 두 번째로 높다.


24년 3월 기준 미국-중국 간 무역 적자 241달러, 미국-멕시코 간 무역저자 135달러
※기사 출처 링크


2. 관세 정책

최근 미국이 중국의 주요 수입품에 붙이는 관세를 대폭 높이기로 결정했다. 멕시코로 우회해서 들어오는 중국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높인다. 주요 항목은 전기차, 태양전지, 반도체다. 이 경우 중국 저가 상품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에 유럽도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덩달아 관세를 올릴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올린다.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주요 광물에 대해선 관세를 7.5%에서 25%로 대폭 인상한다. 핵심 광물 중 천연흑연과 영구자석의 경우 현재 0%에서 2026년 25%로 인상된다.  

※기사 출처 링크


▶ 금융위기 전 미국은 크게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현재 중국과 멕시코를 통해 들여오는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무역적자 확대를 막기 위함인 듯하다.


3. 중국 내수 정책

중국 내수 시장은 부동산, 소매판매(편의점, 백화점 등의 소비), 과잉 생산 이 3가지로 설명가능하다고 본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GDP 비중이 5%가 넘으면 지주산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산업이 중국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침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과잉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요 부족으로 이어진다.(미국/유럽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회복은 더욱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팔리지 않는 주택을 매입하는 것으로, 중산층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건설사를 위한 부양책이 아닌 만큼 내수 소비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국 GDP의 약 20%는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고 있고, 중국 가계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내수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으로 부동산 건설은 활황기였으나 문제는 낮은 금리를 활용해 빚을 져가면서 수요 이상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점이다. 과잉 생산으로 건물값이 하락하자 부채가 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내수 위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달 중국 정부가 팔리지 않는 주택을 매입하겠다 했지만 부동산 침체가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잉 생산
중국 주요 국유은행은 부동산 산업 침체로 제조업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자동차, 전기 장비 등의 생산량을 높였고 급증한 생산량을 감당하고자 해외 수출에 매달렸다. 중국의 22년 전 세계 수출 공급 비율은 20%로 2015년 3.5%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링크)

국내 수요도 늘리기 위해 최근 이구환신(자동차, 가전제품 등 구형을 신형으로 바꾸면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펼치기도 했으나 단기적으로 소비를 높이는 효과가 그칠 것으로 보인다.

▶소매 판매 지표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의 가늠자가 된다. 중국이 여러 내수 부양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 지표가 둔화되었다는 건 부양책이 단기적인 정책이었음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매판매는 2022년 말 마이너스 성장이었다가 지난해 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1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4월 증가율은 16개월 간의 증가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인 3.8%에 비해 낮은 것은 물론, 전달(3.1%)과 1∼2월(5.5%)에 비해서도 낮았다. 1∼4월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소비재와 설비의 신제품 교체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경기부양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음에도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사 출처 링크 


▶ 미국은 세계 최대 수요국이다. "총 수요와 총 공급 관점"에서 미국에서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그 수요를 감당할 곳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대비 수요 감소로 기업과 가계 경제에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중국 관세를 올린다면 그 수요를 중국이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내수 소비 지표를 보았을 때 중국 또한 이런 수요를 받쳐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4. 미국 주택가격

현재 미국은 고금리 상황이고 가처분소득 저하에도 주택가격은 상승하는 추이를 보인다. 미국에선 주택가격 상승 원인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건설 부진으로 공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34.3%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에서 문제가 되는 건 "상업용 부동산 버블"이다.


5. 신흥국 투자 상황

중국의 약세에 따라 외국 투자사의 투자금이 인도, 대만, 멕시코로 이동하고 있다. 인도와 멕시코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10년간 수출이 연평균 4.19% 늘었다. 최근 5년간 증가율은 9.04%로 두 자릿수에 육박한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두 배 이상 큰 국가인데도 연평균 7%대 고성장을 하고 있다.

멕시코는 ‘니어쇼어링’ 효과를 등에 업고 무섭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멕시코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4.9%였는데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7.15% 늘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자 중국 자본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우회 수출을 꾀했고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이점을 누리기 위해 멕시코에 투자를 늘린 영향이다.

※관련 기사 링크 


▶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버블"과 "신흥국 투자 추이"다.


※ 상업용 부동산 버블
향후 3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조 달러(약 2천7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당시 낮은 금리의 대출을 활용,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던 사무실과 다가구 주거용 아파트 등의 부실로 인한 버블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덧붙여 '좀비 임대' 문제도 있다. 임대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줄었는데 임대 기간이다 보니 일단 꾸역꾸역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은 장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간에는 그 공간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 이런 곳은 계약 만료 시점이 되면 임대 공간을 줄이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동산 가치를 더 하락시키고 대출 상환 능력을 더 떨어뜨릴 것이며 고스란히 은행 손실로 이어진다.


금융위기는 여러 상황이 얽히며 발생했지만 미국 투자사, 은행이 파산 직전까지 몰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에 투자한 투자사들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팔기 시작했고 신흥국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에 봉착했다. 이들의 영향력이 미국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국가와 얽혀있음으로써 파장이 더 커진 것이다. 신흥국 투자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버블 또한 여러 국가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 국내 기업들, 인도에 투자 늘리며 긴밀한 협력

▶ 국내 25개 증권사, 미국 부동산 펀드 연관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14조 4000억 원으로, 이중 미국 부동산 익스포저가 6조 6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펀드(8조 3000억 원) 중 4조 6000억 원어치의 펀드에 있어선 40%의 평가손실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3조 6000억 원도 손실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NH·하나·메리츠·신한·대신증권 등이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자금이 묶인 개인투자자는 2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문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공정가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기사 출처 링크 


이에 대해 미국 연준은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3년 5월 미국 연준이 제공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은행 규제의 중요한 기준점이 자산 1천억 달러인데, 1천억 달러 이상 대형 은행들의 자산은 21조 1천억 달러이고, 그 가운데 위기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사무실과 소매용 상업부동산에 대한 대출 규모는 2천1백억 달러로 전체 대출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 은행들이 고금리 시기를 거쳐 엄청난 수익을 올렸기에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소규모 은행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은행들은 그 비중이 높습니다. 전체 자산 7조 4천억 달러 가운데 5천1백억 달러가 사무실과 소매용 상업부동산에 대한 대출자산입니다. 대형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을 자제하는 사이, 소규모 은행들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영향입니다. 전체 자산의 7% 수준입니다. 일부는 부동산 대출 비중이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기사 출처 링크


중요한 건 금리 인하 여부


지금까지 2008년 금융위기 원인들로 현 상황을 짚어봤다. 지금까지 상황으론 미국은 골디락스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어 있으나 금융위기와 같은 여파는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점의 문제일 뿐 경제 위기는 다시 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1편] AI 버블은 이미 시작됐다 링크
[2편] 금융위기 다시 올까(현재글) 
[3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비트코인은 미래 화폐 대안이 될 수 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