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위기의 역사
※ 책 "위기의 역사" 내용을 참고하여 개인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책 [위기의 역사]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4번의 위기 원인을 다룬다.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분명한 건 초보자도 이 책을 읽으면 전체적인 숲을 볼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분께 감사하다. (저자분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한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이다.) 이 책은 전자책이 없어 빌려봤는데 한 번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구매했다.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1편] AI 버블은 이미 시작됐다(현재글)
[2편] 금융위기, 다시 올까 링크
[3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링크
최근 AI, 반도체 이슈가 핫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최근 깜짝 실적을 발표하였는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과였고 덕분에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각국은 반도체 사업에 세액을 공제해 주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반도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책 "위기의 역사"는 4개의 위기 상황을 다룬다.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코로나19다. 각 위기는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있지만 위기 발생 전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이 있다. "낙관론", "버블" 그리고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다.
AI 관련 기사를 보면 "제2의 닷컴버블"이란 제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 책의 "닷컴버블"편을 보며 지금의 AI 붐 상황이 떠올랐다. 닷컴버블도 낙관론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과 같은 IT 기술 성장에 따라 낙관론이 형성되었고 버블이 만들어졌으며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미국 금리 조정, 911 테러 등)로 버블이 터지며 주가 폭락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닷컴버블의 시작점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낙관론"의 시작이다.
AI 반도체 담보로 대출해 드립니다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바로 투자사가 AI 반도체를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의 AI 스타트업 코어위브는 데이터 센터 확장과 엔비디아 AI칩 추가 구매를 위해 지난주 세계적 투자회사 블랙스톤 등으로부터 75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를 조달했다. 이는 민간 부채금융 방식으로는 역대 최대급 규모로, 칼라일, 블랙록 등 다른 유명 투자회사들도 참여했다.
이 같은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AI붐을 타고 AI에 쓰이는 칩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고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담보로서 가치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스타트업들과 월가 금융권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금리가 높아지고 시장에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기 쉽다. 반대로 금융권에서는 전도유망한 AI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원하는데, 실제로 지난해 블랙스톤이 코어위브에 투자했을 당시 블랙스톤도 AI관련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기사 출처 링크
기업, 투자사 각각의 니즈가 잘 맞았다. 고금리 상황에서 AI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을 융통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투자사는 수익이 높은 투자처를 필요로 한다. 구글, 아마존 그리고 애플까지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기에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니 AI 칩 담보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AI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은 AI 반도체를 담보로 원활히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대출 규모는 약 100억 달러이며 이자율은 연 10~15% 정도다. 한화로 약 13조 규모다.
이러한 방식의 자금 조달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에 비해서 비용이 훨씬 비싸다. 회사도, 담보도 검증이 되지 않은 데에 대한 위험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보로 잡힌 AI칩을 사용하는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수익을 대출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으로선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가 사업 성공과 실패를 정의한다고 보고 응하는 것이다.
기사 출처 링크
고금리 상황이나 리스크가 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미국 금리는 유지되거나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게 되므로 오히려 지금 상황에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AI칩에 대한 수요도 향후 몇 년간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기에 당분간 AI칩 가치가 떨어질 우려도 없다. 문제는 과잉 생산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AI칩에 대한 수요는 끝없이 늘어나지 않는다. 한계점이 있다. 지금 낙관론으로 우후죽순 대출을 받아 공급을 늘리면 언제가 수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과잉 생산이 되는 순간 AI 칩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면 문제 되지 않겠지만, "낙관론"이 지속되면 언제가 적정 수준인 지 모르게 되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모두 반도체 지원에 혈안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최근 손정의 회장은 중동 국부펀드 투자를 받아 1000억 달러(약 133조 원)의 대규모 AI 전용칩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모두가 혈안이 되어 AI 칩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수요 한계점에도 빠르게 도달할 것이다.
※ "손정의 133조 투입, AI 전용칩 공장 건설한다" 기사 링크
경제 위기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나의 문제만으로 발생되지 않는다. 우리가 적정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 하여도 갑자기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 닷컴버블도 그랬다.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금리 조정으로 완화시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911 테러, 월드컵의 사상 최대 분식 회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파산 신청이 얽혀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했음에도 주식 시장 폭락을 막을 수 없었다.
"그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부실 여파, 신흥국 상황 등 여기저기서 문제의 씨앗들이 심겨있다. AI 대출은 투자사를 통해 이뤄졌다. 투자사는 수익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곳에 투자를 한다.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급하게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엮여있는 여러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1편] AI 버블은 이미 시작됐다(현재글)
[2편] 금융위기, 다시 올까 링크
[3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