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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준 Jul 13. 2018

주도적인 직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몰입의 비밀② 주도

다큐멘터리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12명의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선생님이 상황을 주었다.


먼저 A그룹(6명)에게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다.

"선생님이 80문제를 준비했으니까, 한 시간 동안 꼼짝하지 말고 문제를 다 풀어야 한다. 선생님이 이따 와서 볼 거야, 알겠지?"

 선생님이 나간 뒤 아이들은 시험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20분 정도 지나자, 집중력을 잃고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은 억지로 견디며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에, 문제가 쉬웠는지 어려웠는지 묻자 모두가 "어렵다"라고 말하며 힘들어했다. 아이들의 마음은 매우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다른 B그룹(6명)에게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80문제를 준비했는데 한 번 풀어보겠니? 어떤 문제를 풀지 마음대로 선택해도 괜찮아. 어떤 과목, 어떤 문제를 풀지 마음대로 선택해도 된단다. 80문제를 다 풀 필요도 없고 원하는 만큼만 풀어도 된단다. 그리고 교실을 마음껏 돌아다녀도 괜찮단다."

 선생님이 나가자 아이들은 문제를 풀다가 잠시 뒤, 실제로 자신이 원할 때 쉬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은 놀다가 다시 돌아와서 문제를 풀었다. 더욱이 아이들의 집중력은 60분이 지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 중 5명(80%)이 80문제를 모두 풀었고, 시험 문제에 대해서도 "쉬웠다.", "재미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성적도 B그룹이 높았다.


 이 실험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리더십을 배우고 강의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되었을 때, 솔직하게 A그룹처럼 직원들을 대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도권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늘 내가 원하는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직원들이 있기를 원했다. 다만, 매우 배려심 있고 따뜻한 말로 그 마음을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직원들이 내가 만든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기를 원했고 내가 원하는 모습의 결과물들을 가져다주기만을 원했다.


 나는 "답 정 YES" 리더였다.



나는 분명히 직원들이 주도권을 갖기를 원했는데, 왜 그랬을까?


 "두려웠다."


 나는 직원들이 내가 컨트롤해주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던 거 같다. 때로는 내가 지켜보고 있지 않을 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데에 정신이 쏠려 있을지 모른다고 염려했다. 매우 정중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으로 비치길 원했지만 내 마음속은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분명히 A그룹의 선생님이었고, 그 결과는 늘 참혹했다." 


 나와 함께 한 직원들은 내가 기대한 만큼이거나 기대한 것보다 늘 수준이 부족했다. 그 이유는 내가 뛰어나거나 직원들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나보다 그들이 일을 더 잘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고, 나보다 훨씬 못 미치는 퍼포먼스를 낼 수밖에 없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으쓱되며 불평했다.

 '역시 나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야? 정말 인재가 너무 부족해서 일하기 어렵다!'


 이게 불평인지 교만인지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서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직원들의 역량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끌어당기고 있었고, 그 사실을 불평했지만 기뻐하고 있었다.


 우리는 솔직하게 자신에게 자문해보아야 한다.


 만약 내가 데리고 있는 팀원이 '나보다 뛰어난 퍼포먼스가 날 것이다'라고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면, 아마 나는 직원들에게 주도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리더일 확률이 매우 높다.



 리더와 직원, 모두 불만족스럽다


 나는 그룹의 신입사원들부터 임원들까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리더십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 분들과 교육을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일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반대로 직원들은, 리더들이 자신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고 책임을 지기만을 바란다고 불평했다.

 

 누구의 잘못일까?


 솔직히 이런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조직과 상황마다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실무에서 주도성과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적어도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리더십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직원들의 주도성의 부재 상태는 조직 퍼포먼스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일이 아닌 것에는 무책임해지기 쉽다. 신경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에 뇌에는 선조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선조체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동기부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선조체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해서만 반응한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뇌가 동기 부여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직원들은 무관심하고 무책임해진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은 직원들을 두려움과 긴장감속을 통해 뛰어난 몰입을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눈앞에서 보이는 집중일 뿐 내면은 온통 다른 생각뿐이다.


 더욱이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의 범위를 좁게 하거나 판단의 오류를 가져와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권위로 사람을 움직이고 몰입시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스스로 움직이고, 몰입하고, 에너지를 다해야만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겸허하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면 안 될 거야 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실험하면서 저도 너무 놀랐어요. 솔직히 B그룹이 더 시험을 잘 볼지 상상도 못 했어요.”


 위 실험의 선생님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자율성을 주고 풀어주고 나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자율성을 주었을 때, 오래 기다려주지 못하고 직원들이 잠시라도 한 눈 파는 것처럼 보이면 그 자율성을 빼앗아오고 싶었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왜 못줄까?

 리더들이 팀원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원하지만,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줄 수 없도록 만드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다.


1. 자율성을 주면, 팀원들이 나태해지고 분명히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리더들은 불안하다.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데, 직원들이 몰입하지 못하고 놀고 있을까 봐 불안하다. 심지어 리더가 매우 신뢰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긴장의 끈을 풀어주면 나태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리더의 믿음이야 말로 직원들을 몰입하지 못하게 하고, 나태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리더가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의욕을 상실한다. 긴장의 끈을 목에 채워주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쉴 것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2. 팀원들이 훌륭하지만, 나보다 뛰어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직장에 들어오는 많은 인재들은 지난 10년 전에 회사에 들어온 직원보다 어렵게 직장에 들어오고 있다. 객관적인 스펙만 비교해보아도 알 수 있듯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해서 들어온 직원들이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은 직원들의 준비와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현재 리더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더 뛰어날지 모르지만, 가능성만큼은 직원들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딱 나만큼의 수준만을 원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만을 강요하면서, 직원들이 딱 그 정도로만 퍼포먼스가 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조직은 정체되고 직원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줄 수 있을까?


1. 기대와 믿음 > 기다림의 고통


  자율성을 준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기다림의 고통을 견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와 믿음이 기다림의 고통보다 크다면 부하직원에게 주도권을 맡길 수 있게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처음 주었던 주도성을 쉽게 빼앗는 실수를 안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바로,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내 기대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2. 직원들에 대한 기대 > 직원들의 가능성


 우리는 모두 직원들이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하지 않는 것이 문제를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실제 가능성보다 내가 기대하는 바가 더 커야 한다. 물론,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부담을 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원들의 가능성을 보고 내가 가진 경험과 선입견으로 직원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이루어내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결과물이 직원들의 역량보다 못 미치는 결과라면 주도성이나 자율권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정말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마음으로 인정하고 기대해야 한다. 그래야 주도권을 주어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


몰입은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직원들을 356일 24시간 감시할 수 없다. 아니 감시하더라도 그들을 억지로 움직이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들 스스로의 주도권을 가지고 몰입하지 않으면 아무도 억지로 몰입시킬 수 없다. 이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자율권을 보장하고 주도권을 넘겨줘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줘야 한다.

 

 이것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럽겠지만 이 시간을 견디는 자에게 리더십이라는 보상이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결과를 우리 직원들이 가져다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줬던 한 가지 경험을 사례로 들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신입 입문교육을 진행해왔다. 우리 신입 입문교육 과정의 핵심은 교관이었다. 신입사원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A-Z까지 수많은 사례와 패턴으로 교육하고 코칭한다. 이것이 빠른 성장을 이끌어내는 우리들의 역량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한 해는 이런 가정을 해보았다.
 
'만약에 교관들이 신입사원들이 하고 있는 일에 덜 관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가정이었다. 우리의 핵심역량을 버리고 새로운 양성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모한 도전을 시험적으로 강행해보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우리의 예상대로 신입사원들이 교관단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행동과 결과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지나자 우리의 실험정신은 사라지고 빨리 잘못된 것을 제자리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의 기대를 훨씬 못 미치던 신입사원들이 특별한 행동과 결과물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물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든지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로열티가 올라갔으며, 탁월한 모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까지 신입 입문교육을 진행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신입사원이 양성되었고, 그들은 진심으로 교관들을 존경하고 리더십을 인정해주었다.   


 이것이 주도성이다.

 리더가 관여하기 시작하면, 잘되면 리더가 원하는 딱 그 정도 수준의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리더가 자율성을 부여하면, 직원들은 리더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물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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