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조용한 발견>첫 번째 이야기

by 탱굴씨

나는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글은 단순한 메모에 그쳤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기록하지 않으면 하루가 흘러갈 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마저 흐릿해진다는 것을.


“오늘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오늘 하루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질문들이 사라질수록, 나는 나 자신을 놓치고 있었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하루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

그 시간은 단순히 지나가지 않는다.

내 삶의 결로, 문장으로 남는다.


나는 회사에서 정산 업무를 한다.

매일 수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결재서를 작성한다.

숫자는 정확해야 하고, 틀리면 문제가 생긴다.

사람들은 나를 꼼꼼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종종 흐려졌다.


하루는, 업무 중 작은 오류를 발견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게 결재까지 넘어가면 어쩌지?”

자료를 고치고, 확인하고, 긴장과 안도가 교차했다.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기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배움의 순간’이 된다.


기록은 단조로운 하루를 나의 이야기로 바꾼다.


나는 기록을 ‘자기 기획’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정과 데이터를 관리하듯,

기록으로 내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관리한다.

어떤 날은 집중이 잘 안 되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불안하다.

패턴을 기록해 두면, 내 감정의 구조가 보인다.


그제야 나는 하루를 조금씩 설계할 수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가 아니라,

내가 이해하며 살아가는 하루로.


기록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 문장이 어색하고, 감정이 뒤섞여도 괜찮다.

흩어지는 나를 붙잡기 위한 작은 시도이니까.


오늘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

그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결국 나를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