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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블릭 혼잣말 May 04. 2019

세상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을까? #2

아일랜드 초반 정착기

더블린에 4월 11일에 왔으니까,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이제는 집도 구했고, 월급받을 유로 은행 계좌도 있고, 날씨가 항상 좋진 않지만 그래도 더블린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도 마련했다.

보통 새로운 나라에 여행이 아니라 거주를 목적으로 오게될 경우에는 여행 루틴처럼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지는 않는 편인데, 이게 그 나라에 나를 천천히 스며드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꿈꾸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거리를 걷다가 겹벛꽃들과 함께 노란색 2층 버스가 달리고 있는 풍경이 내가 아일랜드에 있구나라는걸 실감나게 만들었다.

여기가 바로 아일랜드구나. 유럽에 처음 와본 것도 아니고, 나름 경험치가 쌓인 숙련 여행자라지만 새로운 나라로의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에 어서 그 경험을 맞이하려고 안달이 나있는 상황이다.


4월 11일

처음에 4월 11일부터 지낸 브레이에 홈스테이 마냥 에어비앤비로 지낸 곳에서는 살짝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았다. 주인 아저씨는 전기세를 아낀다고 추워죽겠는데 라디에이터를 틀지 않았고, 샤워도 전기온수기라 정말로 세탁기보다 더 큰 소리가 난다. 오토바이 스로틀 당기는 소리가 집에서 나는 느낌이다.

이해가 안갔던 것은 욕조에 물을 받을 수 있는 수도꼭지에서는 온수가 전기온수기를 틀지 않아도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샤워 호스는 찬물만 쓸 경우에도 그 큰소리를 감당해야한다.

내가 샤워하고 있다고 동네방네 알리는 느낌이랄까 ㅎㅎ

중요한 건 밤10시 이후에는 샤워를 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가끔은 브레이 타운에 있는 카페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다가, 밤 8시 쯤 들어왔는데도 불과하고, 아저씨가 오늘은 조용히 해달라고, 귓속말로... 흠ㅋㅋ

나는 샤워를 하루에 아침에 한 번, 들어와서 한 번 하는 편인데, 거기서는 거의 아침에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샤워를 어쩌다 2번하는 날이면, 집주인 아저씨 안색이 안좋아졌다.

나도 다른 유럽에 많이 살아봤으니 사람들이 어느정도 조용한 수준을 원하는지 안다.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하려고 했으나, 소음을 내지 않고 돌아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집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일랜드 집들은 2층집인데 방끼리 방음도 잘 안되고, 내가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문은 열면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나서, 밤에는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다보니 몸에 쥐가 날 뻔 했다.

1주일간 지냈었던 브레이의 집


일 주일 간 지내면서, 날씨가 계속 안좋고, 기대했던 브레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밋업을 통해서 좋은 친구들도 몇 명 만들었고, 음악가 유튜버 한 분을 만나서 같이 촬영을 하기로 했다. Lilly allen의 Somewhere only we know 라는 곡인데, 기타 연습하라도 노트를 하나 던져줬다. 2주 뒤에 연습실을 빌려서 리허설 하기로했는데, 이런 건 또 처음이라 떨린다ㅜ 워낙 좋아하는 곡이라 열심히 연습할 동기부여 뿜뿜


계속 뿌연 날씨의 브레이 (다트 안에서)


4월 18일

약속한 1주일이 지났고, 아저씨는 쿨한 듯 "You look the best!" 이러고 인사해줬다.

그 동안 느낀 아일랜드 액센트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저번에 만난 런던 친구도 아이리쉬는 가끔 못 알아듣겠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못 알아들을 때마다 내 스스로 위로를 한다. 내 영어가 딸려서 못 듣는게 아니라고..ㅋㅋ


아일랜드 사람들은 참.. 호전적이고, 목소리가 항상 뭘 먹었는지 힘이 있다. 그냥 대화하는게 나에게는 웅변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명 한명 알게 되면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는게 느껴지지만, 

그냥 길거리에서 보면 정말 거리감이 느껴지는 민족이다. 표정은 항상 굳어있고(날씨가 안좋아서 그런가), 걸음걸이는 힘있고 빠르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횡단보도에 있는 신호등은 별로 의미가 없는 듯 보인다ㅋㅋ 

Yara grey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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