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the Point. 명징해지기.

TYS-DCA (Oct, 2024)

by Burnt Kim

경로: TYS-DCA/DCA-TYS (non-stop)

목적지: College Park, Maryland, USA.

항공사: American Airlines

기종: CRJ-700 (왕/복)

Class: J/J (upgraded)

목적: Doctoral Symposium, (U of Maryland)

Delay: N/A


오늘의 비행은 오랜만의 논스톱이다. 사실 나는 직항에 그렇게 집착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익숙해져서인지, 미국 공항에서의 환승이 뭔가 서울에서의 신도림과 교대 어디쯤의 환승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문이 열리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끔 연결 편을 놓치면 일정이 조금(아니, 많이...) 길어진다는 것.


그래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긴 하다. 짧은 환승시간의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할 필요도, 달리기 경주라도 하듯 문 열리자마자 뛸 각을 잴 필요도 없다.


게다가 그동안 충성한 보람이 오늘도 있다. 업그레이드다. 비행 중 샴페인을 마실 수 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딱 좋은.


오늘의 비행 속 일상과의 단절 (Severance)은 "복잡함 속에 단순함을 찾는 것"에 집중해 본다. 왜냐하면, 9-10월의 쓰나미처럼 밀어낸 지원서들을 바라보며, "내가 뭘 하고 있는 사람이지? 전달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어떻게 담백하게 덜어낼 수 있을까?" 하는 여전한 혼돈 속에 있기 때문.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복잡한 것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로 간단하고 명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졸업과 교수 포지션을 알아보고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hit the point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행 중에는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백색(??) 소음 속 집중하기가 딱 좋아서 보통 일을 할 때가 많다. 짧은 시간 안에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 평소에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라서.


하지만, 이번 비행은 자꾸 이것저것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명징해질까'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30군데가 넘는 학교에 나의 Research Statement와 Teaching Statement를 제출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걸 다 읽어볼까?' 하는 것. 예전에 잠시나마 인사팀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를 곱씹어 보면, 결국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간결하게 들려주는 것"인데, 이게 참 어렵다.


이런 고민을 계속 들고 DC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오늘 좌석은 1A. 절반의 나이스. 벌크헤드(각 클래스 맨 앞자리, 벽 바로 앞) 자리는 레그룸 (발 뻗는 자리)가 넓어서 매우 매우 좋지만, 나처럼 항상 랩탑을 가방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앞 좌석 아래 수납공간이 없기에 좀 불편하기도 하다. 오버헤드빈에 가방을 넣어야 하는데, CRJ 같은 기종들은 간혹 1열 짐칸이 비상용품으로 막혀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업그레이드를 해줘도 불만인가! 배가 불렀다. 참고로 CRJ는 first class는 1-2 배열, main은 2-2 배열이다.


참 신기하게도, 아메리칸에어라인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가장 기피하는 항공사였는데, 지금은 어느새 Platinum Pro까지 올라갈 정도로 충성 고객이 되었다. 인연이라는 게 참! 단, 저녁 비행 편 지연에 대해서는 관대해져야 한다.

600BF9F1-BB05-4654-849A-23DAEEC2415C_1_102_o.jpeg CRJ 700, 1A upgrade 당첨.


요즘은 비행할 때 항상 HBR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들고 탄다. 허세도 아니고, 정말 실용적(?) 측면에서 나와 같은 연구자들이 일반 관리자나 독자들에게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간결하게 전달할지를 보여주는 매체기 때문. 그리고 랩탑을 펼칠 수 없는 이륙 전 시간에서 이륙 직후까지 2-3개 꼭지를 읽기 매우 좋다.


가끔 마주하는 아주 난해한 논문을 읽다가 이런 가벼운(?) 글을 읽으니 뇌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재밌는 것은 글을 쓴 대부분의 필진은 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교수들이기도 하다. 문장 구조부터 단어 사용에 이르기까지 같은 내용을 오우 이렇게 재밌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데, 좋은 자극이 된다.


이번 학회는 Market and Management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고, 기업과 startup 창업자들이 시장경제의 발전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모임이다.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는, 자신의 연구를 주절주절(?) 얘기하는 박사과정 학생들의 연구를 한 문장으로 명징하게 줄여주던 주최 측 교수님의 센스였다. "아 저래야 대가가 되는구나" 그리고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하게 연구를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인사이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분도 여러 시행착오와 담금질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내내 내 연구를 HBR에 싣게 된다면, 어떻게 직접적이고 명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내 연구의 필요성을 내 분야 말고 다른 연구자나 일반 대중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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