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노래 추천
'dinggingfriends'에 노래를 추천하며 남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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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해입니다.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만, 방금 막 2025년과 이별을 한 순간이기도 하죠. 이렇게 주인장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분이 새롭습니다.
저는 저의 하루를 영화처럼 만들어주는, 그런 배경음악 같은 곡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노래를 듣고 있으면 힘든 일도 마치 스크린 밖에서 관망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노래들. 덕분에 저는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그저 살아갑니다.
새해의 첫 곡으로 그런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아오바 이치코(青葉市子)의 ‘いきのこり●ぼくら (Ikinokori●Bokura, 살아남은 우리들)’라는 곡입니다. 이 곡은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엄청난 재해와 상실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짊어진 슬픔과 죄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 내용인지 몰랐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 사람이 무언가를 꾹꾹 눌러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만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절제된 감정에 이끌려 가사와 배경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곡의 사운드는 정말 편안합니다. 몽글몽글한 나일론 기타 소리와 담담하게 속삭이는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혀 줍니다. 그녀의 포크송에는 입술이 떨어지는 소리,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감상을 줍니다. 꾸밈없는 편안함이라 더 좋습니다. 실제로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면, 그녀는 16만 원짜리 소박한 기타 하나를 들고 다니며 그저 노래합니다. 좋은 음악은 비싼 악기가 아니라, 부르는 사람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듯이.
이 곡은 슬픈 일을 겪은 뒤, 억지로 “힘내자”라고 외치는 응원가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는 살아남았고, 세상은 변했고, 그래도 우리는 노래하고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다시 순환하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이것은 희망일 수도 있지만, 이전의 것들이 사라지고,, 잊혀진다는 ‘잔인함’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잊혀진다는 건 잔인한 동시에, 우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비워진 그 자리에 비로소 새로운 시간들이 채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지난 한 해를 버텨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
26.01.06 Tannamu.
P.S. 아오바 이치코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자주 켭니다. 그저 피아노 앞에 앉아 흥얼거리는 게 전부인데 그게 참 좋습니다.
워낙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팬들이 그 순간들을 모아둔 아카이브 사이트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집안일을 할 때, 이 기록들을 틀어놓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