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천직인 줄 알았는데...
한때는 일본어 번역가가 내 천직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본어와 독서를 좋아하고, 집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결과물을 충분히 준비한 뒤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굳게 믿고 번역가의 꿈을 2년 넘게 키워왔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번역을 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이 훨씬 짜릿하고 즐거웠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분명 번역가가 천직인데... 이상하다'
애써 떠오르는 생각을 감추고 다시 번역가 준비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게 이 일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빨리 번역 끝내고 블로그에 글 올려야지!' 어느새 내 머릿속은 번역이 아닌 내 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를 본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한 건 번역보다 더 즐거운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도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게 있으니 갑자기 포기하기에는 아까워서, 몇 달을 찜찜한 마음으로 더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이미 마음속에 결론은 났고, 나는 선택만 하면 됐다. 그렇게 나는 과감하게 번역가에 대한 꿈을 지워버린 채 또 다른 꿈을 찾아 나섰다. 솔직히 그만두고 나서 조금이라도 후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련해서 깜짝 놀랐다.
이 경험으로 인해 숙제처럼 느껴지는 일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럴 때는 한 달 정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만약 한 달이 지났는데도 생각이 안 나면 진짜 좋아하는 일이 아닐 확률이 높다.
물론 오랫동안 해온 일이면 아쉽고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괜히 아깝다는 이유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시금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