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견디는 것뿐이라고, 밥벌이는 밥벌이 자체로 숭고한 것이므로 그것에 무엇을 덧붙이는 것은 거짓된 겉치레일뿐이라고, 그렇게도 생각했다. 매일 아침에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멍하니 양치질을 하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지하철에 몸을 실을 수 있는 것은 밥벌이가 끊겼을 때에 닥칠 빈궁함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불편하고, 모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노동의 제 1의 목적은 나와 내 가족들이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가 생존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정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사표를 내고 다른 밥벌이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행위가 제1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했다면 무명 천에 꽃수를 놓고, 손잡이 하나에 꽃무늬를 새겨넣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받지 않을 철지난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며, 너 역시 아무 상관없는 지난 선생을 찾아 이 높은 언덕을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입에서 정시확대 발표가 나고 가장 먼저 검정고시 학원 안내 문자가 나에게 왔다. 내 직업과 내 성향 파악에 실패한 어떤 컴퓨터가 그저 대입에 관심많은 학부모 정도로 나를 파악했나보다 하고 웃어 넘기려 했지만 지속적으로 날아오는 검정고시 학원의 안내 문자를 찬찬히 읽으면서 과연 학교란 무엇이며, 나와 너의 관계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 역시 나를 모른다.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너와 함께 살았던 나의 시간들이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곳, 학교가 되기 바라는 하염없는 염원이 나를 선생으로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