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스토리 톡'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티 타임도 갖고, 회의를 하기도 하죠. 학교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면접을 볼 때도 있습니다. 모임에서는 겪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상을 받아서 소감도 말해야 하고, 바이어를 만나 계약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수시로 전화 통화도 합니다. 어떤 자리에선 듣는 사람이었다가, 또 어떤 자리에선 말하는 사람이 됩니다. 잘할 때도 있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뿐이지, 매일매일 일상이 '스피치' 자리인 거죠.
"굳이 말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
'소통'이 점점 더 강조되는 사회입니다. 평소 능력은 인정하는데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A선배가 부장을 못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소통이 소위 '일 머리'와 맞먹는, 오히려 더 중요한 '능력'인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사람도 매일 이야기는 하고 삽니다. 동료들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십니다. '소통을 하겠다'며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돌아서면 "소통이 부족해"라고 말합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으니 답답하고 억울합니다.
소통을 영어로 하면 'communication'입니다. 국어사전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뜻이 있는 게 아닙니다. '대화'입니다. 단어 뜻으로만 봐도 소통은 따로 자리를 만들고 '시작'과 '끝'이 있는 게 아니라 평소에 자연스럽게 하는 겁니다. 서로 간의 '뜻'이 통해야 하는 겁니다. A선배, 이걸 알았다면 후배들 모아 놓고 "자, 이제 소통할 거니까 한 마디씩 해봐"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죠.
신입기자와 아나운서의 공개 채용 전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부서에 발령을 받아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이른바 '스펙'이 다 비슷비슷했습니다. 시험 성적과 어학능력, 자격증, 공모전 등 '숫자'는 이미 1차 전형을 통과하는 데 쓰였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이들의 성패를 갈랐을까요? 당락은 '말솜씨'가 갈랐습니다. 면접을 보고 토론을 하면서 지원서에 나열된 숫자엔 쓰여 있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무 면접은 결국 '프레젠테이션 과제'를 형식만 바꿔 진행됩니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원자들이 쉽게 답을 떠올릴 수 없는 문제를 내고, 때로는 정서적으로 압박을 하기도 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만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들과 소통(?)은 잘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이것도 결국 '말의 영역'이죠. 결국 평소부터 머릿속에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해 왔던 지원자들이 온갖 어려움에도 제 실력을 드러냈습니다. '스피치'가 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셈이죠.
전엔 대화를 잘 못하면 서로 감정만 상하는 걸로 끝이었습니다. '말'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죠. 이젠 다릅니다. 때에 따라선 커리어 관리에 흠집을 낼 수도, 경제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 소통을 잘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20~30년 이상 해온 말, 뭐가 어렵냐는 분들이 많습니다. 젊었을 때, 면접 잘 봐서 취직하려고 배우는 게 스피치라고 아는 사람도 많죠. 그런데 말은 나이가 더 들 수록, 자리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하게 됩니다. 하는 말은 많아지는데 소통은 오히려 더 안 되는 '모순', 그 악순환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굳이 말 잘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라는 질문의 대답입니다.
"당신은 뜻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까?"
질문을 바꿔봅시다. 당신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습니까? '소통'을 하겠다며 사람들을 모아 놓고 '라떼'만 찾지 않았나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 내가 하려던 말을 오해 없이, 찰떡 같이 이해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답이 나왔죠. 어떻게 하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상대를 감동시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앞으로 연재하려는 글의 키워드를 '스토리 톡'으로 붙여봤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스피치'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피치 하면 떠오르는 발성 연습, 읽는 연습은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포장지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결국 내용물, 콘텐츠니까요.
시간은 100초만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꽉꽉 채우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대화, 면접, 토론 등 우리가 맞닥뜨리는 상황별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톡쌤'이고요. '스토리 톡'의 문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