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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김소월-인내의 미학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섬세한 한지를 부드럽게 펼치듯 김소월의 시는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연인의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영혼의 가장 깊은 갈망을 드러냅니다. 한국 문학의 영역에서 소월은 시적 아름다움의 등불로 서 있으며, 그의 말은 깊은 우울과 시대를 초월한 그리움으로 울려 퍼져 듣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사로 잡습니다. 그의 시의 잔잔한 물결을 따라 문학적 항해를 떠나다 보면 왜 이 특별한 모험을 떠나야 하는지 궁금해지실 겁니다.
 김소월의 시 속에는 한국 역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슬픔과 사랑, 한국 풍경의 원초적 아름다움으로 엮어낸 인간 감정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그의 시를 들여다보는 것은 은유와 상징의 정원을 거니는 것과 같으며, 모든 시의 꽃은 여러 겹의 의미로 피어납니다. 소월의 언어가 지닌 우아하고 간결함으로 표현된 자연과 인간 조건의 정서적 혼란 사이의 가슴 아픈 상호 작용을 탐구하도록 초대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월 시인의 작품의 웅장함을 발견하고, 그의 가장 가슴 아픈 대사의 복잡한 자수를 분석하며, 무엇보다도 시대를 초월한 이 시가 어떻게 현대인의 삶에 여전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시인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한 문화와 시대의 영혼,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 글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미술 작품들



"The Harp of Erin" by Thomas Buchanan Read (1867)



해설: 한 여인과 아일랜드의 풍경을 미묘한 방식으로 융합한 리드의 작품은 인간의 감정과 자연 풍경을 시적으로 조화시킨 김소월의 작품과 일치합니다.



"Mother and Child" by Pablo Picasso (1921)



설명: 엄마와 아이의 친밀한 유대감을 묘사한 피카소의 그림은 김소월의 시에서 발견되는 사랑, 이별,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말하며 인간 경험의 중심에 있는 깊은 정서적 연결을 포착합니다.


"The Lonely Tree" by Caspar David Friedrich (1822)


설명: 나무 한 그루가 홀로 힘차게 서 있는 프리드리히의 낭만적이고 상징적인 풍경은 김소월의 시에서 발견되는 고독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기억할 만한 핵심 대목들


 《26》 招魂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구절은 깊은 그리움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슬픔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광활한 하늘에 산산조각 나 흩어지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깊은 공허함을 울리며 부재하는 듯한 강렬한 부름이 있습니다. 마지막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미완성된 관계, 갑작스럽게 끝난 대화를 암시하며 아픔을 증폭시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 시는 끈질긴 애착과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합니다. 지는 해와 우는 사슴의 이미지는 황량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꺼이 죽겠다는 화자의 애절함은 사랑과 슬픔의 깊이를 강조합니다. 

 이 구절을 더 잘 이해하려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해 보세요. 들판에 홀로 서서 광활한 협곡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을 상상해 보세요. 그 목소리는 협곡 벽에 반사되어 울려 퍼지며 "계속해서 부르는" 반복되는 대사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부르는 이름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고,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과 존재가 물리적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공기 중으로 사라질 뿐입니다. 석양과 우는 사슴에 대한 묘사는 장면의 감정적 무게를 강조하는 영화 속 배경 음악처럼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그리움이 너무 강렬해서 화자는 돌로 변해버리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상실의 순간에 영원히 갇혀 죽음의 비극적 영속성과 진정한 사랑의 영원한 본질을 반영합니다. 이 시각화는 학생들이 이 시의 주제인 지속적인 사랑과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놓아주기 위한 투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0》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 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 없이 잊고 말아요 

 이 구절은 특히 소리를 통해 기억과 감각 경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가슴 아프게 표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노래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애절해서 화자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낮과 밤 내내 함께 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화자의 꿈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깊이 있게 경험됩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면 멜로디는 꿈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이는 기억의 일시적인 특성과 그 순간에는 깊은 영향을 미치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음악처럼 쉽게 잊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억과 이별의 고통을 미묘하게 다루면서 어떤 경험은 너무 깊이 내면화되어 그 순간이 지나면 온전히 기억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기억을 섬세한 비누방울이 무지갯빛을 반사하며 산들바람에 떠다니는 모습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이 시의 노래는 비눗방울과 같이 지속되는 동안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듣는 사람을 색채와 감각의 세계로 감싸줍니다. 그러나 만지면 터지는 거품처럼 노래는 깨어나는 순간 사라져 이전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기억의 덧없는 특성은 안개를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개를 볼 수 있고 습기를 느낄 수 있지만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매일 밤 화자는 노래를 붙잡으려고 애쓰지만 아침이 되면 사라져 버리는데, 이는 비눗방울이 터지고 일출과 함께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한 답답하고 덧없는 붙잡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25》 진달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 구절은 이별을 씁쓸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화자는 개인적인 고뇌에도 불구하고 항의하거나 겉으로 슬퍼하지 않고 떠나보내는 것을 선택합니다. 작별의 몸짓으로 길에 흩뿌려질 진달래는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상징합니다. 꽃이 발에 밟혀 짓밟히듯 화자의 마음도 떠남에 짓밟힐 것입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약속에는 금욕적인 결심이 담겨 있어 떠나는 사람의 선택에 대한 내면의 깊은 힘과 존중을 암시합니다. 이는 이타적인 사랑의 우아한 표현으로, 슬픔 속에서도 존엄성을 지키고 상대방의 떠남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진달래는 화자의 사랑이 밝고 아름답지만 결국에는 흩어지고 짓밟히는 것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해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떠나는 연인을 위해 꽃이 늘어선 길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하지만 꽃을 보존하거나 꽃이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아니라 이별을 덜 아프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발걸음을 완충하기 위한 이타적인 사랑의 행위이자 마지막 선물입니다. 이 장면은 이별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을 주는 놓아주기를 가슴 아프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고 품위 있게 이별하는 화자의 결심은 폭풍우 속에서도 꼿꼿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가 바람에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모습과 닮아 있어, 개인적인 폭풍우 속에서도 회복력과 우아함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3》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 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 놀이 잦을 때. 

 김소월은 가을 저녁, 과거를 회상하는 깊은 사색과 우울한 정취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하늘과 해를 능가하는 물의 희고 밝은 구름은 시인의 감정 상태를 애절하게 표현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화자의 무거운 마음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새들이 나타나고 앞길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시인은 고독과 기대의 부재를 강조하며 목적이나 목적지가 없음을 강조합니다.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연못 주변을 배회하는 시인은 이제 목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시인은 자신의 사색의 흐름에 휩쓸려 기억과 감정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광활한 들판을 홀로 걷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들판의 물은 구름보다 더 하얗게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하늘을 비추고, 석양은 지평선을 구름보다 더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입니다. 이 풍경은 평화를 가져다주어야 하지만, 상심한 사람에게는 그 아름다움이 마치 아무도 참석하지 않을 성대한 행사를 위해 자연 자체가 옷을 입은 것처럼 고독을 극명하게 상기시키는 것으로 뒤바뀝니다. 시인은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처럼 육지가 보이지 않고, 광활한 창공은 미지의 미래를 상징합니다. 움직임은 있지만 목적이 없고, 새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있지만 동반자나 목적지에 대한 약속이 없는 움직임은 공허하게 느껴지며, 멀리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군중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절망으로 형성된 시인의 내면 풍경을 이해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16》 부모 어머니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보랴? 

 이 섹션에서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자녀의 보편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경험을 조명하여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단풍과 긴 겨울밤은 친밀하고 아늑한 스토리텔링 세션을 위한 무대가 됩니다. 이는 삶과 존재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반영하며, 자신의 기원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은 스스로 부모의 역할을 맡기 전까지는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이 시나리오는 삶의 순환적 특성과 세대를 거쳐 지식과 역사가 전승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자녀가 혈통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성숙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필연성을 드러냅니다. 

 모닥불 주변에서 한 부족의 장로가 젊은 세대에게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과 선선한 밤 공기는 교훈과 전설이 전승되는 배경이 됩니다. 시 속의 아이처럼, 듣는 사람들은 선조들의 업적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에 열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탄생과 가족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를 깊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꾼이 되어 불 주위에 앉아 조상의 사슬을 잇는 고리가 될 때 비로소 인생의 신비로운 순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은유는 독자들이 유산에 대한 시의 관조와 가족 이야기가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9》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의 이 짧지만 정겨운 구절은 목가적인 소박함과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엄마와 누나를 부르며 강변에 살자고 반복하는 구절에는 평화롭고 양육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습니다. 반짝이는 모래의 이미지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의 음악은 고요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이 구절은 세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안전한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보편적인 열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인의 친족애, 평온함, 자연 세계의 치유적 측면에 대한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교통 체증으로 숨이 막히는 시끄럽고 번화한 도시에 사는 가족을 상상해 보세요. "엄마, 누나, 강가에서 살자"라는 외침은 콘크리트 정글을 벗어나 바닥에 금이 뿌려진 곳, 즉 부유함이 아닌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알이 깔린 곳으로 가자는 간청입니다. 뒷문은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로 열리며, 나뭇잎이 지휘자가 되어 가족을 평온의 교향곡으로 초대합니다. 이 은유는 도시 생활의 불협화음과 자연의 합창에 가까운 생활의 조화로운 평온을 극명하게 대조합니다. 삶의 소박함과 자연과의 교감이 현대 생활에서 종종 잃어버리는 깊은 행복과 고향의 느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의 근본적인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5》 고적한 날 김소월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이 구절은 편지처럼 물리적 대상에 붙어 있는 추억이 주는 깊은 상실감과 씁쓸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이로부터 편지를 받던 날, 슬픈 소문이 돌았다고 하니 편지의 도착이 슬픔으로 물들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물에 던지라는 요청은 역설적으로 편지의 내용을 항상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잊으라는 권유가 아니라 눈물이 나더라도 그 말을 소중히 간직하라는 뜻입니다. 눈물을 써서 보낸다는 행위는 감정이 너무 강해서 글자로 변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편지를 주의 깊게 읽어달라는 부탁은 편지에 담긴 무게와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의 친밀함을 보여줍니다. 

 편지를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상상해 보세요. 한 글자 한 글자가 이슬방울처럼 반짝이면서도 무겁고, 편지를 보낸 사람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나뭇잎을 강물에 던지는 행위는 놓아 버리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물은 이슬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하류로 운반하여 감성을 멀리 퍼뜨립니다. 편지를 받는 사람은 이 감정의 물방울, 눈물의 이슬이 자신의 존재에 흡수되어 기억의 뿌리에 물을 주도록 해야 합니다. 이 은유는 기억과 연결된 감정 처리의 복잡성과 특정 사물이 그 섬유질 안에 사랑과 상실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7》 길 김소월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이 구절은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구절로, 삶의 방향에 대한 갈팡질팡함과 우유부단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까마귀의 불협화음 울음소리는 불안한 밤을 의미하며,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불안한 마음을 암시합니다. 화자는 명확한 목적지나 초대가 없는 상황에서 길을 선택할 수 없는 마비된 느낌을 받습니다. 집은 배를 정박하는 항구와 같은 일시적인 장소일 뿐, 최종적인 안식처가 아니라 여정의 중간 기착지에 불과합니다. 하늘을 나는 철새들은 갈림길에 서 있는 화자보다 더 분명한 길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인생의 광활한 풍경 속에서 목적과 소속감을 찾아 헤매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잘 보여줍니다. 

 사방으로 도로가 뻗어 있는 복잡한 인터체인지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동차들은 하늘을 나는 기러기처럼 저마다 자신 있게 길을 찾으며 지나갑니다. 하지만 지도도, 표지판도, GPS도 없으니 지금 있는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기러기가 별이나 자기장을 이용해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삶을 탐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춤에 휘말려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느껴진다는 표현은 앞에 놓인 길이 없는 화자의 딜레마를 반영합니다. 이 은유는 독자들이 방향을 찾는 보편적인 탐구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길을 찾아야 하는 시대, 우리를 집으로 인도할 표지판이나 부름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공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5》 바람과 봄 김소월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 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 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 

 이 구절에서 시인은 봄이라는 계절을 바람에 흔들리는 새잎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시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봄과 그 바람은 의인화되어 주변 환경과 화자의 마음까지 휩쓸며 깊은 감정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반복적인 대사 구조는 계절의 끊임없는 영향을 강조하며, 다소 소란스럽지는 않더라도 세상과 자아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시인이 꽃과 와인 잔을 부르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일반적인 방법인 잔치와 즐거운 모임의 시작을 암시하며, 이는 부활과 삶의 즐거움과 열정이 다시 깨어나는 것을 상징합니다. 

 웅장한 교향곡을 앞두고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조율하듯 잠들어 있던 마을이 봄의 따스한 바람과 함께 갑자기 생기를 되찾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나뭇잎 하나하나가 음악에 맞춰 흔들리는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춤을 춥니다. 시인은 이 음악이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느끼고, 그 울림이 영혼을 뒤흔들며 마음속에서 흥겨운 축제가 시작됩니다. 꽃과 와인 잔에 대한 언급은 즐거운 계절의 도래를 알리는 전통 축제를 연상시키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삶의 활기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은유는 봄의 외형적 표현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생명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때 느끼는 내면의 쇄신, 겨울의 차가운 고요함을 팔다리와 마음에서 떨쳐내고 새로운 시작의 춤에 동참하게 되는 감동을 전달합니다.



  



이 글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영화들


"Bright Star" (2009) - Directed by Jane Campion

설명: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전기 영화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그리움과 아름다움을 공유하며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시의 절묘한 미학을 통해 탐구한다.


"Amour" (2012) - Directed by Michael Haneke

설명: 김소월의 '초혼'(영혼을 부른다)에서 발견한 영원한 사랑의 깊이와 비극을 되새기며 노부부 사이의 깊은 사랑과 노화와 죽음의 피할 수 없는 대면을 탐구하는 친밀한 프랑스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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