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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총설 – 생존권과 노동인격

임금만 받으면 다 되는 걸까? 아니면 근로자의 존엄과 성장도 중요할까?

Women Ironing

Begun c.1875-1876; reworked c.1882-1886

Edgar Degas (French, 1834-1917)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I. 노동법이란 무엇인가?

'일하는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규칙, 왜 필요할까요?'


노동법은 근로자가 사용자(회사)와 맺는 다양한 관계를 규율하는 법의 한 분야입니다. 흔히 "민법이나 상법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지만, 노동법은 근로자가 '종속노동'이라는 특수한 지위에 놓여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일을 하면서 급여를 받는 과정에서 근로자는 기업의 지휘·감독을 받거나, 임금 협상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가 최소한의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등)을 정해 보호해 주거나, 근로자 스스로 단체를 조직해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노동법의 핵심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I. '종속노동'의 개념

'회사의 지시를 따른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1. 왜 종속노동인가?

노동법이 생겨난 배경에는, "근로자는 임금 없이 생존하기 어렵고, 사용자는 고용·해고권을 크게 행사한다"는 구조적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종속노동'이라 부르는데,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측면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격적 종속: 근로자는 회사가 정한 근무 시간, 업무 방식 등을 직접 지시받아야 합니다.

조직적 종속: 근로자는 회사라는 조직 속에 편입되어, 그 체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경제적 종속: 임금이 유일한 생계 수단인 대부분의 근로자는 회사에 고용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위협받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근로자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사용자와 대등하기 어려우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율 장치가 필요해집니다.


2. 변화하는 노동환경

최근에는 파견, 도급, 플랫폼 노동(배달기사, 플랫폼 드라이버 등)처럼 다양한 고용 형태가 늘어나면서, 전통적 의미의 '종속' 개념만으로 근로자의 보호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특수고용직'이라 부르는 직종은 지휘·감독이 분명치 않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의뢰인이나 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사용자와 종속관계에 있느냐"이며, 노동법도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확장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III. 노동법의 규율 방식

'최저기준과 단결권, 근로자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질까?'

1. 최저기준의 강제

노동법은 근로자에게 인간답게 일할 최소한의 기준을 보장합니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이 그러한데,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휴일, 임금의 지급 기준 등을 법으로 정해 "이보다 더 나쁘게는 계약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아둡니다. 만약 근로계약서에 법이 정한 최저기준보다 불리한 내용을 담아 두었다면, 그 부분은 무효로 처리됩니다(근로기준법 제15조).


2. 노동3권: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

최저기준이 모든 근로조건을 다 커버하지는 못합니다. 기업마다, 업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근로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에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합니다.


단결권: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

단체교섭권: 회사와 집단적으로 근로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권리

단체행동권: 협상이 잘 안될 경우 파업이나 쟁의행위를 통해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권리


이러한 노동3권이 활성화되어야 회사와 근로자가 조금 더 대등한 위치에서 근로조건을 논의할 수 있게 됩니다.


IV. 현대사회의 노동법, 어디로 가고 있을까?

'디지털 시대, 플랫폼 노동, 노동법은 따라갈 수 있을까?'

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들은 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근로자는 여러 형태로 일자리를 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법률이 상정하지 못했던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근로 등 새 모델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업장 안에서 근무하고,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을 전제로 한 노동법이 변화하는 현실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각 국가들은 근로자 보호 기준을 완화하거나(유연화), 새롭게 비정형 근로까지 포섭하는 방향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시: "배달 플랫폼 A사"와 1인 배달원이 계약을 맺을 경우, 시간·장소나 배달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가 없다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평점 시스템에 따라 배차량, 배달 단가 등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 배달원이 엄밀히 근로자인지, 아니면 독립된 사업자인지 경계가 애매하죠.

쟁점: 이런 형태의 새 고용관계가 전통적 '종속성'에 해당하느냐의 판단이 복잡해졌고, 법원과 학계는 실질적 지배·감독 여부를 기준으로 보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해석을 넓히는 추세입니다.


V. 노동법의 목표: 생존권과 노동인격

'임금만 받으면 되는 걸까, 아니면 나의 존엄과 성장도 중요할까?'

1.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

노동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자가 스스로 생존을 유지하기 어렵도록 내몰리는 일을 막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존재합니다. 헌법에서도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여기서 말하는 '인간다운 생활'은 단순히 굶지 않는 생존 수준이 아니라,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포함합니다.


2. 노동인격의 실현

노동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실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임금을 줄 테니 실제 일을 안 시키고 그냥 쉬라고 한다면, 언뜻 보면 근로자에게 이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1996.4.23. 선고 95다6823 판결)은 "노동을 통한 자기 발전, 인격 실현의 기회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단순히 임금을 받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노동법은 노동력이 단순 '상품'으로만 전락하지 않고,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는 노동이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VI. 노동법, 앞으로의 과제

'합리적 보호 vs. 자기결정권 확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너무 엄격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기업 경쟁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근로기준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왔습니다. 반면, 노동자가 어느 정도 자율을 가지더라도 실제 협상 지위가 극단적으로 약한 근로자라면 보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 역시 유효합니다. 결국 노동법은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근로자 보호"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본 글은 [ 집필대표 김흥준·신권철, 근로기준법(노동법실무연구회) 전주 [근로기준법 서론]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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