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만든 법률안을 다시 생각해보기, 정당한 요구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기
A massive crowd gathered along Pennsylvania Avenue in Washington, D.C. to witness the historic women's suffrage parade in 1913. The black and white photograph, captured by George V. Buck, shows the impressive scale of the demonstration as it proceeded toward the Capitol building, passing the old Post Office along the way.
(본 글은 법률 전문서적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법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법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률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법률안이 통과된 뒤엔 정말 끝일까요? 대통령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헌법 제53조는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률안이 국무회의·대통령을 거쳐 실제로 "법"이 되는 과정과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공포"(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조치)를 거쳐야 효력을 갖도록 하고,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혹은 [거부권(Veto)]을 허용해 둡니다.
이 제도는 역사적으로 군주의 <재가(Royal Assent)>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대 입헌민주주의에서는 <대의기구(국회)와 행정부(대통령)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를 구현하는 중요한 장치로 발전했습니다. 만약 입법부가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거나, 위헌적 소지가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면, 대통령이 이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법률의 시행을 부당하게 막지 못하도록, 헌법은 재의요구의 이유를 문서로써 명확히 제출하게 하고, 국회가 강화된 의결정족수로 이를 다시 통과시킬 수 있는 길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이 끝까지 공포를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국회의장이 보충적으로 법률을 공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영국 국왕의 ‘재가’에서 미국헌법, 그리고 우리 헌정으로 이어지는 길>"
왕정 시기 영국 의회가 통과한 법안이 '왕의 재가'를 받아야만 법이 되던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원리가 뿌리내리면서, 군주의 일방적 허가가 아닌 <이의를 제기하고 재논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헌법 제1조 제7항에서는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법안을 대통령이 승인(서명)하거나, 이의를 적어 다시 의회로 보내 재심사하게 하는 거부권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원칙적으로 법안을 <부분 거부>할 수 없고, "전체 승인" 아니면 "전체 거부" 형태를 취합니다.
우리도 1948년 제헌헌법 때부터 단원제를 채택한 국회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인정했습니다. 학자 유진오 선생 등은 “단원제 국회가 혹여 과도하게 폭주할 가능성이 있기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필요합니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양원제가 도입된 1952년 헌법, 1954년 헌법에서도 거부권은 여러 형태로 유지되었습니다.
의원내각제 구조로 잠시 바뀌었던 1960년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한때 사라졌으나, 1962년 헌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쭉 존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실제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연구자 김승렬에 따르면 총 61건 정도가 시행되었고, 그중 일부는 재의결되어 법률이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법률안, 누가 어떻게 만들고 통과시키는 걸까요?>"
우리 국회는 국민의 대표들로 구성된 대화와 토론의 장입니다. 의원들이나 정부가 낸 법률안을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표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국회법상 다수의 의원이 동의하면 <상임위원회>에서 이미 부결된 안도 본회의로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는 국회가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모으고 조율해야 합니다"라는 대의기관 특성 때문입니다.
대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넘겨집니다. 상임위에서는 대체토론, 소위원회 심사, 표결 등을 진행하고,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대체로 법률안이 폐기됩니다. 다만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는 의원 30인 이상이 재의를 요구하면, 본회의로 직행해 표결할 수 있습니다(국회법 제87조).
또한 모든 법률안은 최종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문안·체계심사를 받는데, 여기서도 부결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렇다 해도 본회의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는 <합의제> 기관인 만큼, 국민의 폭넓은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이처럼 여러 단계를 두고 있습니다.
"<‘국회 통과했습니다!’로 끝이 아니라, 대통령 공포 전까지가 관건입니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을 정부로 넘기면(이송), 대통령은 이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기간 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 법률안은 자동으로 확정되며(헌법 제53조 제5항), 대통령이 바로 공포해야 합니다(동조 제6항).
공포는 법률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위입니다. 일반적으로 <관보 게재>를 통해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 공포절차가 끝나야 비로소 법률은 효력을 갖습니다. 다만, 헌법이나 법률 자체가 시행시점을 별도로 정해둘 수도 있습니다.
"<‘이 법안, 조금 문제가 있다고요!’ 대통령이 한 번 더 돌려보내는 시스템>"
국회는 주권자의 대표기관이지만, 간혹 국가 재정이나 국민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 부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하며 재의를 요청한다면, 법률이 사전에 다시 한번 점검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헌법재판소의 사후적 위헌심사와 달리, 재의요구권은 "시행 전에" 문제가 될 소지를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넘겨받은 <법률안 전체>를 대상으로 거부할 수 있으며, 법률안 일부만 걸러내거나 수정한 버전을 재의에 부치는 것은 금지됩니다. 헌법은 재의요구가 있으면 반드시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에 되돌려보내도록(환부) 하며, 그 기한은 법률안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입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의요구’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이유는 정치적·경제적·법률적 어떤 것이든 제약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한 번 재의를 요구해도, 국회가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강화된 의결정족수>를 채우면 원안 그대로 법률이 확정됩니다(헌법 제53조 제4항).
재의요구를 받은 국회가 다시 법률안을 표결해 가결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합니다. 이를 더 미루면, 국회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재의요구를 했다고 해도, 국회가 ‘이 법률이 꼭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다시 통과시키면 대통령도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원리입니다.
"<법률안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시행을 앞두고 더는 내용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률이 확정된다는 것은 <대통령이 공포했거나, 대통령이 아무 조치 없이 15일을 넘겨 효력이 확보되었거나, 재의요구 후 국회가 다시 통과시켰을 때>를 의미합니다. 이때부터 해당 법률은 공식적 존재로 인정되어, 원칙적으로 더는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 단계에 들어섭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가 효력 발효 전이나 발효 후에 전혀 수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권 보호나 참정권 제한’을 가볍게 훼손할 수 없는 헌법적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황 변화나 위헌성 발견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국회가 다시 개정 법률안을 제출해 고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자주 수정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신중이 요구됩니다.
"<공포한다고 바로 효력이 생길까요? 20일의 기다림 또는 특칙이 있습니다>"
법률은 <관보>나 기타 정해진 방법으로 공표되며, 대부분 공포일로부터 20일 후에 시행됩니다(헌법 제53조 제7항). 만약 법률에 ‘즉시 시행’, ‘30일 이후’ 등 특별규정이 있으면 그 날짜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판례에서는 법률 공포가 늦어지는 바람에 정해진 시행일에 맞춰 발효되지 못하는 상황도 언급합니다(대법원 1955.6.21. 4288형상95). 이런 경우, 공포 지연의 예외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법률이 ‘현실적으로 공포된 시점’을 기준으로 시행됩니다.
대통령이 확정된 법률을 5일 안에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공포합니다(헌법 제53조 제6항). 이때도 법률 효력에 아무 차별은 없지만, 관보 대신 주요 일간신문 등을 이용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고 관련 법률은 규정해 두고 있습니다(‘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1조).
따라서 대통령이 공포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회의장 공포를 통해 법률은 어쨌든 빛을 보게 됩니다. 이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부당한 방해로부터 법률의 효력 발생을 지켜내는 "헌법적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부권 제도가 꼭 필요한가? 정부제출법률안과 함께 보면 더 복잡해집니다>"
미국 등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 대다수는 대통령의 거부권 제도를 인정합니다. 의회와 행정부가 분리된 구조에서, 법이 시행되기 전에 대통령이 입법을 재고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정부가 별도의 법률안 제출권을 갖지 못해 의회에 올라온 안건을 막으려면 거부권이 사실상 유일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정부도 독자적으로 법률안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정부가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데, 왜 별도로 재의요구권을 허용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법률안제출권과 거부권"이 동시에 주어지면 권력분립 원리가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제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치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국정을 마비시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정당 간 대립 속에서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만 추구해 법률을 무리하게 만들 경우에 대비하려면, 행정부가 "가장 마지막 방어선"을 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중심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 역시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만약 이를 없앤다면, <정부의 독자적 법률안제출권>과의 균형을 재조정하거나 의회-정부 협의 구조를 한층 더 강화하는 등 대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본 글은 [헌법 주석서(법제처 연구용역), 한국헌법학회(2008), 제53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법률문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