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원칙이 건네는 오래가는 만족 이야기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 글의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논자는 자기충실성(integrity)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p.109)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논문에서는 “행복은 삶 속에서 추구되는 중요하고 근본적인 가치라는 것을 전제할 것이다”(p.110)라고 밝힙니다. 즉 단순히 순간적 감정만이 아니라, 길고 지속적인 삶 전반에 걸친 핵심 요소라는 뜻입니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저자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제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견해를 제시하기는 정말 어렵다”(p.111)라고 전제하며, 자기충실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행복론을 풀어냅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철학 내에서 행복에 관한 세 가지 주요 이론은 쾌락주의, 욕구만족이론, 객관적 명부 이론 등이다.” (p.109)
먼저 쾌락주의(hedonism)는 쾌락을 최대로 높이고 고통을 줄이면 행복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경험 기계 논증”처럼, 현실을 동반하지 않는 쾌락이 과연 온전한 행복인지 의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욕구만족(desire satisfaction) 이론은 “한 개인의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해진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다만 자기파괴적이거나 타인에게 해악을 주는 욕구까지 포함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곤란한 문제가 남습니다.
객관적 명부(objective list) 이론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특정 항목들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 지식·우정·덕 같은 항목을 전혀 매력적이지 않게 느낄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세 이론이 부분적 매력을 지니지만, “논자는 이 세 가지 이론들이 나름대로 매력을 지녔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p.109)라고 밝히며, 자기충실성 개념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려 합니다.
“자기충실성을 가진 사람은 특정한 가치나 원리를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외부의 압박에도 그 가치나 원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p.109)
이 말에서 보이듯, 자기충실성이란 내 삶을 대표할 만한 가치나 원리를 찾아, 그것에 헌신(commit)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외부 시선이나 강요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과 ‘그것이 과연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치열하게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논자는 이 과정을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이라 부릅니다. 무비판적으로 타인이 주입한 규범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것을 선택하고, 내가 이 가치에 내 이름을 걸어도 좋은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자기충실성을 가지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어떤 가치나 원리에 헌신되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헌신의 대상인 가치나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셋째, 열린 태도로 그 헌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p.109-110)
1) 가치나 원리에 헌신하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지, 삶을 투자할 만한 것인지 충분히 고민한 뒤 ‘이것이야말로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기충실성을 가진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만한 가치나 원리를 선택할 때 진지하고 비판적인 성찰을 거쳐야 한다.” (p.117)
2) 실천하기
“헌신한 가치나 원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으로 헌신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마음에만 두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기충실성으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자기충실성을 가지는 사람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와 원리에 따라 행동하려는 의지를 유지한다.” (p.118)
3) 열린 태도로 유지하기
“행위자가 가치나 원리에 헌신할 때에는 그것을 자신을 표현하는 일부로 여기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류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p.120)
헌신 이후에도 성찰을 멈추지 않는 태도는 필수입니다. 누구라도 판단 착오나 잘못된 원리에 빠질 수 있으므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자세가 자기충실성을 독선이나 고집과 구분 지어줍니다.
논문은 “자기파괴적인 혹은 사악한 가치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은 행복에 기여하는 삶일 수 없다.” (p.110)라고 단언합니다. 아무리 자신이 원한다 해도, 그런 대상을 헌신의 근거로 삼는 것은 자기충실성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 밖에도 총 네 가지 제한을 제시합니다.
1)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가치
외부 압박만으로 붙잡은 가치는 내면적 숙고의 결과로 보기 어렵습니다.
2) 하찮은 가치
내가 전혀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시간을 낭비하는 수준에 그치는 가치는 자기충실성을 부여하지 못합니다.
3) 자기파괴적 가치
마약에 몰두해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식의 행위가 행복에 이바지하기는 어렵습니다.
4) 사악한 가치
“사악한 가치나 원리에 따라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경탄할만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p.123)
가령 남을 해치거나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꾸준히 이어가는 삶을 우리가 덕스럽다고 부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첫째, “자기충실성은 결국 욕구만족 이론의 수정판이 아닌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문에 따르면, 누군가가 욕구 자체를 부정하는 무욕(無欲)의 상태를 지향하더라도, 그것을 ‘진정한 내 모습’이라 여겨 헌신과 실천을 지속한다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욕구가 없는 삶 자체를 열렬히 추구하고 행동하는 것도 자기충실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욕구 충족을 전제로 하는 욕구만족 이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객관적 명부 이론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분명 이 논문은 사악하고 자기파괴적인 가치와 원리를 배제하므로 객관주의적 면모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구체적 항목”을 일괄 규정하지 않습니다. 삶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도 인정하기에, 객관적 명부 이론처럼 특정 목록을 미리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셋째, “너무 이상적인 이론이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저자 스스로 “완벽하게 실패 없이 실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합니다. 따라서 자기충실성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지키느냐에 따라 행복에도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인간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견해를 제시하기는 정말 어렵다.” (p.111)
그럼에도 저자는 자기충실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치나 원리를 정하고 외부의 압박이나 유혹을 극복하며 그것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곧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결론지으며, ‘열린 태도’가 독선적 집착과 어떻게 다른지 중요한 논증을 전개합니다. 궁극적으로, 각자의 고유한 가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사악함이나 자기파괴를 배제하는 이 절충점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행복한 인간이란 자기충실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다채로운 현대인의 삶에도 유효한지 곱씹어볼 만합니다.
(본 글은 [한곽희,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기충실성(integrity)" <철학>, no.136. pp.109-134 (2018),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이 논문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단순 감정이나 욕구충족 이외에도 내면에서 우러나온 가치와 원리를 향한 헌신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강조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자기파괴적·사악한 가치의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개인의 진정한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윤리적 차원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큽니다. 실패와 유혹이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대표하는 가치를 찾고 꾸준히 지켜나가는 모습이 왜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전적 행복론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더욱 주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논문이 풍부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