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교류를 만들어내는 K-POP 팬들의 자막 이야기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인문학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본 논문은 방탄소년단 팬덤(이하 BTS 팬덤)의 자막 번역 사례를 통해, 기존의 영상 자막 번역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번역은 ‘문화 간 이동’을 전제한다. 이동의 방향은 권력의 방향과 일치한다.”(본문 p.189)라는 말처럼, 문화가 이동하고 번역되는 과정에서는 권력적·역사적 요인이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K-POP의 전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한국어가 해외 팬덤 내에서 일종의 공용어처럼 사용되는 현상”(본문 p.202)이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달라진 문화 이동의 흐름을 가장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자발적으로 번역 작업에 돌입하는 팬 번역자들”(본문 p.189)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상(BTS)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은 팬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정으로 영상에 자막을 달고, 교정하고, 재배포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영상 번역을 넘어, “원천어의 ‘권력’이 도착어의 언어·문화에 어떻게 수용되어 자리 잡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본문 p.190)라는 것이 본 논문의 핵심 주장입니다. (원문에서는 팬들이 VLIVE, 유튜브 등에서 제공되는 공식·비공식 영상에 자막을 달아 공유하는 과정을 ‘팬자막 공동체’의 특징으로 꼽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어 및 한국 문화가 더욱 빠르게 전파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1장 서론에서, 이러한 BTS 팬덤 자막 번역이 가진 영향력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하기 위해 실제 채널과 영상 수까지 표로 제시하고 있음을 언급합니다.)
번역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입니다. 극장이나 TV 방송에서는 “한 프레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기면 시청자가 금방 피로해진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축소·삭제하고 핵심만 전달해 왔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 자막 번역에서 흔히 사용된 전략은 크게 재구성과 축약, 정보량 조절 등으로 요약됩니다(본문 p.192 참조). 예를 들어, 한국어 특유의 중첩된 높임말이나 방언은 “문맥으로 이해 가능하다”라는 판단이 서면 아예 삭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팬덤 자막 번역은 기존에 제시된 영상 번역에 사용된 전략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본문 p.189)라는 점이 바로 이 논문의 출발점입니다. 팬들이 운영하는 자막 채널이나 SNS 플랫폼에서는 굳이 글자 수를 제한하지 않아도 되고, 되감기·다시보기 기능이 자유로워 시청자가 원하는 만큼 영상을 멈춰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축소나 간결화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더하는” 쪽으로 번역 전략이 옮겨가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원문은 이런 전통 영상 자막 번역의 대표적 사례로 “한글 기준 13자 이내” “2줄 37자” 같은 자막 글자 수 규정을 들며, 기존 방송·영화 자막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축소 전략을 설명합니다(본문 p.192~193). 그러나 팬자막은 플랫폼의 특성상 이를 엄격히 지키지 않아도 되므로, 정보량을 풍부히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번역자 노트’는 중요한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창구로 활용된다.”(본문 p.198)라는 말 그대로, 팬번역자들은 원천어(한국어)의 미묘한 표현이나 상황 맥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주저없이 자막에 추가 정보를 삽입합니다. 예컨대 자막 한 귀퉁이에 <괄호>를 달아 “여기서 ‘다시’는 영어로 again이지만, BTS 팬덤에서는 밈(meme)처럼 쓰이기도 함” 등등을 서술해두는 식입니다. 또한 말장난이나 유행어가 등장할 때도 번역자 노트가 빛을 발합니다. 예를 들어, “망개(Manggae)”처럼 멤버의 별명을 설명해야 할 때, “번역자 노트를 통해 한국어에 담긴 함축적 의미와 뉘앙스를 전달한다.”(본문 p.190)라는 것이지요. 이는 전통 자막이 지향했던 ‘간결함’과는 정반대되는 접근 방식입니다. “팬번역자는 문화를 전달해주는 매개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본문 p.189)는 점에서, 이 번역자 노트는 팬덤 내에서 환영받는 중요한 통역장치가 됩니다. (원문에서는 구체적으로 ‘호떡’, ‘JMT(존맛탱)’ 등 번역이 까다로운 신조어나 음식 이름,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는 표현에서 팬들이 T/N(Translator’s Note) 형식으로 설명을 덧붙이는 예시를 여러 개 보여줍니다. 심지어 방언·역사극 톤으로 말하는 장면도 “(역사드라마 톤)” 식으로 추가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고 합니다(본문 p.198~199).)
저자는 “한국어의 링구아 프랑카화(Lingua Franca化)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본문 p.202)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한국어 특유의 친족 호칭(예: ‘오빠’, ‘언니’, ‘형’, ‘동생’)이나 ‘애교’, ‘대박’ 같은 단어가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형(hyung)”이라는 말을 굳이 brother나 단순 이름 호칭으로 바꿨다면, 이제는 “‘대박, 애교’와 같은 고빈도 한국어 어휘는 이미 팬덤 내에서 자막 없이도 통용되고 있다.”(본문 p.203)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호칭이나 말투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의 높임말 문화나 사회적 맥락까지도, 팬들이 오히려 그대로 체화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원문에서는 이 밖에도 ‘아이구(aigoo)’, ‘아이씨(aissi)’, ‘파이팅(fighting)’ 같은 표현을 예시로 들며, 영어권 문맥과는 다른 용도로 해외 팬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분석합니다(본문 p.202~203). “막내” “동생(dongsaeng)” 등을 일부러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본 논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 중 하나는, 팬자막 번역이 때로는 두세 줄 이상의 자막을 한 화면에 띄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통 자막이라면 “글자 수가 너무 많다”라는 이유로 편집되었을 부분을, 팬들은 아예 “자유롭게 보고 싶은 사람만 보고, 부담된다면 잠깐 멈춰서라도 읽어보라”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예: 유튜브, 브이라이브)이 제공하는 시간적·공간적 자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자막을 통해 조금이라도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달하고 싶어하는 팬번역자의 욕구가 크게 작동하고, “이해 못 할 바엔 아예 노트로 상세히 풀어서 전달하겠다”는 태도가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입니다. (원문은 TED 영상 등 전문가 자막과 팬자막을 비교 분석한 다른 연구 사례도 언급하며, “전문가 자막은 간결성, 팬자막은 이국화와 적극적 정보 제공”이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본문 p.194~195). 이처럼 플랫폼 환경과 번역자의 동기가 다름에 따라 자막의 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요점으로 제시됩니다.)
해외 팬들이 느끼기에 “꿀맛”이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처럼 한국 고유의 문화적 함의가 깃든 표현은, 적절히 번역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전통 자막 번역에서는 이를 “감사합니다”나 “it’s delicious”처럼 쉽고 짧게 치환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언어적 상황을 해외 팬덤에 최대한 전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팬 번역자들에게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미 널리 사용되는 말이라면 아예 원어 그대로 음차(例: ‘daebak’, ‘aigoo’ 등)하고, 배경 설명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노트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해외 팬들에게도 “이러한 해외 팬덤에서 한국어가 공용어처럼 자리 잡은 현상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본문 p.202)라는 점이 직접 체감된다는 것이지요. (원문 p.204에서는 실제 예시를 자세히 보여주는데, 예컨대 ‘고소하다’를 단순히 ‘delicious’로 번역하면 의미가 평면화되므로, 어떤 팬번역자는 직접 “고소한 맛은 볶은 깨나 참기름에서 나는 고유의 맛”이라고 추가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눈치’, ‘한(恨)’ 등 문화적 함의가 짙은 단어 역시 음차나 노트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합니다.)
팬덤 자막은 대체로 무보수, 자발적 결과물입니다. 그럼에도 팬들은 번역이 잘못되었거나 “아직 미완성인 상태”라고 판단될 경우, 즉시 댓글로 피드백을 남겨 번역 내용을 교정하고 보완합니다. 저자는 이를 “집단지성에 의한 팬자막 공동체”라고 부르며, “이들은 적극적인 자막 번역 행위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본문 p.189)고 언급합니다. 해외 팬들끼리 한국어 표현을 새로이 공유하고, 더 어울리는 영어(혹은 다른 언어) 표현을 제안하며, 보다 정확한 문화적 맥락을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원문에서는 이동배(2019)를 인용해, “글로벌 팬덤은 자발적 결사체이자 콘텐츠 국제 유통의 추진자”로 기능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ARMY)’가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실시간 협업을 펼치는 사례를 소개하며, 팬번역이 단순 취미활동을 넘어서는 수준임을 강조합니다(본문 p.190~191).)
저자는 이 논문을 마무리하며, “번역은 ‘문화 간 이동’을 전제한다.”(본문 p.189)는 명제를 다시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 이동의 큰 흐름 안에서, 더 이상 영어만이 일방적으로 문화적 권력을 장악하던 시대와 달리, 한국어 콘텐츠가 해외 팬덤의 주도적인 선택과 번역 과정을 거쳐 각국 언어권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팬덤은 이제 ‘소비’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영상을 “한국어 중심으로 재생산하는 주체”로 자리잡았습니다. K-POP과 함께 전파되는 한국어는 해외 팬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들을 스스로 습득하고자 하는 동기 부여가 됩니다. 저자는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본문 p.210~211 요약).
(본 글은 [장혜선 "방탄소년단 콘텐츠 팬자막의 번역 전략" 인문콘텐츠 63 pp.189-211 (2021),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이 논문은 ‘BTS 콘텐츠’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세계 팬덤이 어떻게 디지털 공간을 활용해 언어와 문화를 교류하고 습득하는지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기존의 번역학과 달리, 팬덤이 ‘자발적인 번역 집단’으로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알 수 있어 K-POP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방송 자막은 간결하고 짧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글로벌 팬들이 어떻게 한국어 자체를 즐기고 배워가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다국적 언어 생태계를 이해하고, 팬덤이 만들어내는 문화 변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