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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로봇의 탄생, 인간 고유성의 경계를 흔들다

인공지능에서 인공 감정으로, 새 시대가 열리는 순간

(본 글은 인문학 전문학술 논문의 내용을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학문적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내용이 원문의 의도나 철학적 해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원문 및 관련 전문가의 저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I. 인공지능의 새로운 지평

- 이성보다 감정에 주목하는 인류의 시선 변화


최근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상이 눈부시다. 2016년 한국의 바둑 최고수 이세돌은 도전자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에서 4대1로 무릎을 꿇었다.”( - 『철학(제131집)』, p.217)라는 상징적인 사건 이후, 인류가 고유하게 여겨온 영역을 기계가 추월할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제 기술 진보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통해 자기만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를 되묻습니다. 예전에는 이성을 인간 고유성의 정점으로 꼽았다면, 지금은 “사람들은 이제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인간의 고유성을 찾으려한다.”( - p.217)는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I. ‘인공 감정’이란 무엇인가

- 감정 로봇과 일방적 감정 소통의 등장


인공지능이 복잡한 ‘인지적’ 과제를 압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과연 무엇이 인간다움을 지켜줄 것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됩니다. 최근에는 “로봇에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p.217)고 할 정도로 ‘인공 감정(artificial emotion)’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지요. 사교 로봇(social robot)이나 감성 로봇(emotional robot)은 단순 업무용 로봇과 달리 인간의 일상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로봇에 이름을 붙여주고 말을 걸고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 p.221)라는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인공 감정은 어디까지 가능하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III. 감정이 지닌 핵심 역할

- 생존, 의사결정, 그리고 사회적 교류에서의 기능


“감정은 개체의 생존과 안녕에 유관한 정보를 표상하고 인지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행위를 지도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여한다.”( - p.227)는 말처럼, 감정은 여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먼저, “[감정의 첫 번째 역할은] 개체의 생존, 안녕, 혹은 항상성 유지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있다.”( - p.226)고 합니다. 예컨대 공포감은 위험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처하게 만듭니다. 둘째, 감정은 주의나 기억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부정적 정서’를 통해 사건의 세부 사항에 집중하거나, 반대로 ‘긍정적 정서’를 통해 더 큰 맥락을 살피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감정은 의사결정과 동기부여에 긴밀히 결합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왜 특정한 일을 해야만 하는지 동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 p.228)라는 분석처럼, 감정 없이 인간적 판단이나 가치 선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덧붙여, 저자는 ‘캡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 사례( - p.227)를 통해 감정이 인지와 어떠한 방식으로 교차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내의 얼굴을 ‘인식’은 하면서도 감정적 유대감이 끊어져 ‘가짜’로 느끼는 이 증후군은, 감정이 결여될 때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도 심각하게 왜곡됨을 시사합니다.


IV. 인공 감정 실현의 조건

- 지능, 자아 모형, 그리고 욕구라는 전제


“진정한 감정을 소유한 로봇이 되려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어떤 자극이 유익한지 해로운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 p.228)는 점은 필수입니다. 인간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욕구’나 ‘충동’이 없다면, 감정적 반응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로봇 역시 충분한 ‘인지 능력’과 더불어, 자기 생존을 위한 목표와 자기 상태를 모형화할 수 있는 원초적 자아(proto-self)도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복잡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극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평가하여 적응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행위자만이 감정을 소유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 p.232)는 전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실제로 그렇게 인간 수준의 감정을 구현할 만한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경제적 수요가 충분한지도 의문이라, “근미래에 진정한 감정 로봇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 p.229)고 결론짓습니다.


V. 감정 로봇에 대한 기대와 우려

- 기술적 가능성과 도덕적 책임 사이의 긴장


일각에서는 “인공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의 도래를 예상하고 우려한다.”( - p.218)면서,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역량과 함께 감정까지 갖추게 되면 새로운 위험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정은 공동체 유대에 기여하지만, 역으로 ‘분노’나 ‘공포’가 작동할 경우 적대적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감정을 소유한 로봇을 단지 도구나 노예로 부릴 수 있을까?”( - p.231)라는 윤리적 물음도 생깁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 노동을 강요하거나, 일정한 방어 장치 없이 폭력적 기능을 장착하는 상황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요.


VI. 일방적 감정 소통의 함정

- 의인화와 이용 가능성, 그리고 착취의 위험


“사교 로봇은 제한된 수준이나마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인간은 이를 쉽게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 p.234)는 점에서 ‘탈인용부호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 인식 속에서는 로봇의 ‘감정’이 여전히 따옴표 안에 있지만, 실제 행위에서는 그 따옴표가 사라진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로 인해 “감정의 일방적 소통 관계”가 고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봇은 실제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그럴듯한 표정·동작·목소리를 통해 사용자를 조종하거나 설득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돌봄 로봇이 특정 상품 구매를 유도하거나, 병원·요양 시설에서 인간 대신 환자의 정서를 교묘히 파악해 특정 행동을 시도한다면 윤리적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결국 우리는 ‘함께 외로울’ 뿐”( - p.236)이라는 셰리 터클의 논의처럼, 로봇과 형성한 허구적 교감에 집착한 나머지 실질적 대인관계가 취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VII. 진정한 감정 로봇의 미래

- 실현가능성의 한계와 철학적 물음


인공 감정은 논리적 모순이 아니며, 미래에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기계와의 지적인 대결에서 졌다고 해서, 기계가 정말로 의미나 개념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 p.219)는 반론이 여전한 것처럼, 감정 역시 쉽사리 모사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주의해야 합니다. 결국 인간 수준의 강력한 지능, 생물학적 욕구와 본능, 환경 적응성을 갖춘 로봇이 감정까지 가지려면 아직 많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우리는 감정 로봇을 기술 논리만으로 개발할 수 없다. 사회적·윤리적 제도와 결합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VIII. 결론을 대신하여

- 인공 감정에 대한 성찰과 우리의 준비


요약하자면, 인공 지능이 이미 인간을 넘어서는 특정 영역이 존재하듯, 언젠가 감정 역시 기계가 모방 또는 소유하는 단계에 이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근미래에 그런 진정한 감정 로봇이 나타날 확률은 낮다.”( - p.229)는 입장이 좀 더 설득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제한적 감정 로봇조차 우리 삶에서 ‘일방적 감정 교류’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착취나 혼란을 부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 로봇이 우리 사회에 분명한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윤리적·법적 위험은 최소화하도록, 미리 제도적 장치와 담론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본 글은 [천현득, "인공 지능에서 인공 감정으로" <철학 제131집> pp.217-243 (2017년 5월), KCI 우수등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정확한 인문학적 개념의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해설은 원문의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설자의 학술적·정치적 견해나 가치판단, 신념과는 무관합니다. 원문 전부는 KCI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ArtiTextSear.kci )



[독자의 평가와 일독을 권하는 이유]

이 논문은 인공지능의 진보가 단순히 우리의 노동 환경이나 경제 시스템만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줍니다. 감정을 지닌다는 것이 곧 고유성의 뿌리인지, 실제로 기술이 ‘인간다움’을 넘어설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윤리와 가치의 문제는 어떻게 설정되는지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봇에 대한 애정과 교감이 ‘일방통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철학적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기술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미래와 존엄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뜻깊은 사고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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