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1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요? 받은 만큼만 일해요!"
30살, 처음으로 시작한 회사생활. 처음에는 열정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나아가는 과정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던 나에게는 굉장히 체계적으로만 보였다. 업무를 통해 가까워지며, 때로는 회식이나 다양한 퇴근 후 활동 등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그때 까지는 이것도 새롭게 가까워지는 인간관계라고.. 나는 착각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실이 드러났다.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는 업무 성과와 개인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승진, 평가, 연봉협상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하면서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순수했던 관계가 점차 계산적이 되고, 각자의 이익만 고려하게 됬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신뢰가 깨지기도 했다.
그 과정과 시간 속에서 누군가에는 윗사람에게 이쁨받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미운털이 박히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부족함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서 문제를 찾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이해 안되는 말이 있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요? 받은 만큼만 일해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게 안쓰러워서 하는 말인가? 라고 생각도 했었다. 정말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행동으로 인해 본인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싫어졌던 것이다.
가장 큰 결정타는 연봉협상이었다. 기존 연봉협상은 모든 직원이 같은 상승률을 가졌지만, 새로 온 대표는 성과에 따라 차등하고자 하였고, 그 중에 한명이 나였다. 그 사실을 알게된 다른 직원들 (특히 노조)들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일이라며 항의 하였고 결국 그 연봉 협상은 취소 되었다. 그 때 내가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회사라는 구조에서 만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지, 그 외에 인간관계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친해서 했던 나의 이야기를 뒤에서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 안된다는 뒷담화로 퍼지는 것을 보면서, 회사에서 개인적인 친밀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결국, 업무 관계로 형성된 관계는 그 한계를 드러내며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처음의 열정과 친밀함은 사라지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그 회사를 떠났지만, 나의 경험은 회사 내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업무를 통해 맺어진 관계는 본질적으로 업무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우정은 쉽게 형성되지 않으며, 형성되더라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를 나눈 혈육들 마저 돈 앞에서 싸우는 시대에 돈으로 만난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간의 인정이 없다면 유지 될 수 없다는 걸 나는 다행히 첫 회사생활에서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