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라이온 킹>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스무 번째 책 : <라이온 킹>
동화는 마냥 순수하기만 할까? 어떤 동화는 정치적이다. 따뜻한 분위기와 이야기 속에 정치적 메시지가 스윽 들어가 있다. 그 사회가 지배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오늘은 라이온 킹의 무파사(와 심바) 그리고 스카를 중심으로 라이온 킹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보고자 한다.
극 초반에 무파사는 아들 심바에게 얘기한다. '해가 닿는 곳은 모두 우리의 영토'라고. 다만 '해가 닿지 않는 저쪽 경계는 가면 안된다'라고. 그곳엔 뭐가 있었을까 궁금했던 심바는 결국 무파사의 당부를 어기고 랄라와 함께 어둠의 땅으로 간다. '코끼리 무덤'이라 불리는 그곳은 음산한 분위기였다. 거기서 만난 생물은 '냄새나고, 지저분한' 하이에나였다. 무파사가 하이에나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심바와 랄라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등장하는 라이온 킹의 빌런 스카.
스카는 무파사의 동생이지만 심바에 밀려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캐릭터다. 스카는 왕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하이에나와 함께 쿠데타 계획을 세운다. 무파사와 심바를 죽이고 왕이 되려고 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장면이 바로 하이에나가 줄지어 행진하고, 스카가 단상에서 Be Prepared를 부르며 하이에나들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애니메이션은 스카에게 악한 기운을 마구 불어넣어준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 않은가? 바로 ‘열병식’ 장면이다. 이 장면은 나치 독일의 열병식부터 공산권 국가의 열병식, 70년대 교련과목, 군대의 제식훈련 등등이 떠오른다. 실제로 나치 군대 행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한다. 열병식을 지켜보는 장면과 로우 앵글로 스카를 클로즈업 한 장면이 이어진다. 이 한방으로 디즈니는 나치를 비롯해 열병식과 이를 지켜보는 군사 독재 지도자들에 악역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이 영화를 본 어린아이들은 앞으로 관련 다큐멘터리나 뉴스 아카이브 푸티지에서 열병식 장면과 높은 단상에 앉은 지도자를 보면 무의식 중에 스카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스카가 왕이 된 마을은 황폐화된다. 하이에나마저도 무파사의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 점에서 스카가 표상하는 인물이나 상황은 좀 더 구체화된다. 절대적으로 빈곤한 상황. 노동자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소비에트 연방을 노동자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 80년대 말의 상황과 닮았다.
그때 나타나는 무파사의 후손 심바. 결국 스카를 제압하고 다시 왕위에 오른다. 마을은 다시 풍요로워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심바와 랄라는 아이를 낳고 무파사가 심바를 후계자로 지목했듯, 자신의 아이를 후계자로 지명하는 숭고한 의식을 한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Circle of Life’! 자본주의 체제의 승리를 만천하에 알리는 순간이다.
이처럼 라이온 킹은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경쟁 이후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하는 탈냉전의 플롯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또한 전체주의는 왜 나쁘고, 어떤 게 나쁘고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 동화 한 편으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제작되었다.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소련 붕괴, 독일 통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과 이를 지켜본 미국인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마지막에 감동까지 느낀 어린아이는? 자연스럽게 당시 미국인의 논리를 체화하게 된다. 무파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 교육을 받는 것이다.
순수한 문학·예술이 어딨겠는가.동화에도 누군가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동화를 통해선 어린이에게 그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쉽게 가르칠 수 있다. 스카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야기를 통해 그 시기의 지배적인 담론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이언 킹을 통해 90년대 초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둘째는 문화는 힘이 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재밌게 동화를 읽고 영화를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면 좀 더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