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소리 May 01. 2021

지금부터 죽음을 준비해야겠다

아빠는 가난한 집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셨다. 남매들은 가난하게 자라서인지 서로 의가 좋았고 다들 악착같이 살았으며, 부동산 사업으로 자산가가 되신 분도, 건강식품 사업으로 성공하신 분도 계셨다. 모두들 열심히 사셨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아빠만 남으셨다. 한 분은 10여 년 전에, 그리고 내가 해외로 유학을 나온 지난 3년간 네 분이 돌아가셨다. 두 분은 간암으로, 다른 두 분은 위암, 나머지 한 분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아빠는 쓸쓸해 보였지만 생각보다 덤덤하셨다.


언젠가 혼자 남아서 외롭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답하셨다. 본인도 몇 년 후면 이 세상에 없을 것이고 나 또한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날 거라고 말씀하셨다. 인생은 찰나의 순간이다, 특히 지난 30년 간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하셨다. 그러니 본인이 세상을 떠나도 슬퍼할 일이 아니고 나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인생은 찰나에 불과하니 돈이나 명예를 좇지 말고 좀 더 본질적인 데에 시간을 쓰라고 조언하셨다.


나는 돈에 관심이 많아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고, 모국을 떠나 학문의 길에 들어온 지금도 때때로 명예를 추구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그 3년 간 가까웠던 친척 네 분이 돌아가셨다. 죽음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고 사람 간 관계와 양심을 돈을 위해 버린다.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의 관심과 명예가 영원히 행복을 가져다주는 줄 착각하고 SNS에 시간을 쏟는다. 그러나 이건희도, 스티브 잡스도 짧은 인생을 살다 갔다. 사람은 죽을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재산 수준과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세상은 잔인해서 그걸로 끝이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라면, 내 인생에서 본질적인 가치를 한결 같이 추구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질적인 가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물어보아도 너무나 명확해서 그 가치를 의심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나 연인과의 유대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에 대한 헌신이나 진리에의 추구일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돈 그 자체가 본질적인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후회 없이 사셨을 친척 분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에게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되물어본다. 인생이 짧으니 부지런히 죽음을 준비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