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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Oct 03. 2016

안녕, 9월

10월에 쓰는 9월


1. 케익은 삼 세 번. 오빠가 케익을 사 왔다. 케익도 내가 좋아하는 생크림이고, 초도 예쁜 숫자 초였다. 근데 나이를 틀렸다. 엄마가 잠옷을 선물로 줬다. 어디 한 번 더 제대로 자볼까?

2. 문정이랑 형석이랑 이태원 우시야에 갔다. 무슨 부윈지 자꾸 먹고 나면 말해준다고 했다. 혀라고 했다. 맛있었다.

3. 13살 때 만난 친구들이 26살 생일이라고 모였다. 뺑뺑이를 타고 철봉 앞에 오징어를 그리고 놀았었다. 100원, 200원짜리 불량식품도 각자의 주머니로 계산했는데, 지금은 서로 멋진 척 계산을 하겠다고 난리! 므찌다!

4. 6학년 때 친구들이 '오래오래' 지낸 내 시간의 자랑이라면, 아영이는 시간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나의 손꾸락이다. 갓아영! 사랑해요!



'그러니까 네가 그 몹쓸 물건을 내 목에 두르지 마. 나를 현관문 밖으로 데려가지 마. 공원에서 내 자랑 좀 하지 마. 상점마다 나를 데리고 들어가지 좀 마. 사람들이 멈춰 서서 나를 쳐다본다고 흐뭇해하지 마. 밖에 앉아서 전화로 수다 떨지 마. 나를 데리고 동네방네 돌아다니지 좀 마.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애인이 없는 거야.'

5. 아이고. 쉬운 것이 하나 없고요. 그래도! 졸더라도 자진 말고. 그리고 마주한 유진이의 짜증. 히히.

6. 2014년 5월쯤인가. 시험 기간에 집에 있다 갑자기 영화관으로 갔다. 갑자기! 그리고  봤던 <HER>. 색감이 좋고, 음악이 좋고, 스토리가 좋고.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내 이유는 그냥 대사 하나다. "Tell me, I want to know." 쉬운 단어여서 그랬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니트를 입을 날씨가 되니까, 니트를 접어둬야 할, 여름이 곧 시작될 즈음 봤던 장면 장면이 생각나나 보다.

7. 빵. 궁서체가 잘 어울리는 글자 중 하나. 내일은 식빵을 사야지. 쫄깃쫄깃한 식빵을.

8. 빗자루 같던 꽃. 꽃은 이름도 다 예쁘다. 빗자루가 아무리 살랑거렸어도, 관심 없었을 텐데. 꽃집 앞에 놓인 이 풀떼기에 한참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9. 따뜻한 라떼의 계절이 왔어요.

10. 에드워드야, 내 말 들리니? 안푹신해도 좋아요.

11. 흔들흔들. 약속시간에 늦는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신이 나서 발이 미처 닿지 않는 의자 위에서 다리를 흔들어댔다. 가을이구나.


12.


   " 구태여 모든 것을 자신의 손이 닿는 곳, 얼굴이 보이는 사람들의 범위로 한정해서 착실하게 하나하나 마음을 쏟는다. 심플하게, 천천히, 따뜻하게.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먹은 잼에서 아주머니의 맛이 났다."
Ayumu Takahashi,  <Family Gypsy>


As soon as possible


ASAP. S가 제일 쎈 줄 알았는데 P가 숨은 보쓰였다! 9월은 '가능한 한'이라는 단어를 자꾸자꾸 생각했던 한 달이다. 가지고 있는 시간, 체력,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걱정. 세 가지를 요래조래 굴렸다. 할 수 있는 한 많이 걸었고 할 수 있는 한 빨리 뛰었다. 10월의 나는 더 솔직하고 더 튼튼하길. 시원해진 날씨만큼 쿨한 사람이 되길. 팔을 쭉 벌려서, 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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